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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의 사생활(31화)>




- 리바이의 사생활(31화) -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 포르코 씨. 숙제 갖고 오셨군요."

 "네. 잠시 실례해도 될까요?"

 "어... 네, 들어오세요."



여주가 현관문 앞에서 살짝 빗겨서자 포르코가 들어왔다.

여주가 얼른 식탁 겸 테이블을 끌어다 놓고

포르코에게 앉으라고 의자를 권했다.


처음 들어와보는 선생님의 집.

의자가 하나 밖에 없어서 포르코가 잠시 망설이는데

여주가 별 것 아니라는 듯 침대에 앉았다.



 "괜찮아요, 난 여기 앉으면 돼요."



여주는 포르코가 건내준 노트와 책을 꼼꼼히 살피며

오답을 체크했다.



 "처음이신데 잘하셨어요, 이 정도면.
  그런데 1장 끝까지 풀어오기로 하신 거 같은데요~"


 "뒤에 확인문제 4페이지는 확실히 어렵더라구요...
  저 어제 정말 끼니도 거르면서 열심히 했습니다 ㅠㅠ
  나머지는 도와 주시면 안될까요?"



사실 여주는 목요일 저녁 리바이의 본가에서

늦게까지 밀회를 즐겼다.

리바이가 어제, 그러니까 금요일 오후에 지하도시로

수색을 다녀온 후 처리할 일이 있어서

토요일인 오늘은 오후에 위원회 사무실로 

여주가 찾아갈 계획이라 여유가 있었다.


리바이 씨가 포르코 씨와 단둘이 만나지 말랬는데...

여주는 목에 두른 스카프 자락을 매만지며

리바이의 질투가 과연 근거가 있는 걸까 생각해 보았다.

포르코 씨가 나한테 연심이 있다고?

공부를 배우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아니라 연심이라고?

그러기엔 꽤 열심인데...

여주는 왠지 리바이가 과한 생각을 한다 싶었다.

그래도 리바이가 그렇게 싫어하니 어쩔 수 없다.

일단 오늘은,

사전에 약속한 것이 있으니 포르코를 들였다.

이제 다음부터는 매주 금요일 벤을 통해 내라고 해야지. 

그럼 금요일 밤에 채점해서 일요일에 돌려주고,

모르는 것은 그때 설명해준다고 말해야겠다.

어찌됐든 여주의 질투쟁이 애인은 

단둘이 수업을 진행하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했으니.



 "자, 이건 이 공식을 사용하시는 게 빠르겠죠.
  7,8번 모두 같은 방식이니 지금 해보세요.
  저는 물 좀 끓일께요."


 "네. 참, 어머니께서 바움쿠헨을 구워 주셨어요.
  같이 드시죠."


 "아휴, 매번 감사해라. 커피랑 같이 먹어요 그럼."



여주가 끓는 물을 붓고 커피를 우려내는 동안

포르코는 여주를 힐끔힐끔 훔쳐보며 공부를 계속했다.

커피와 함께 하는 주말 아침,

그녀의 집 안에 그녀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마치 신혼부부라도 된 것처럼 설레였다.

늘 밖에서만 마주쳐서 외출복을 입은 모습만 봐왔는데

오늘은 편안한 셔츠 차림이시네.

저런 편한 옷차림도 이쁘다...



 "다 했어요 선생님."



포르코는 뿌듯한 얼굴로 책을 내밀었다.

여주가 환하게 웃으며 동그라미를 그려주었다.



 "금방 따라오시네요.
   벤도 머리가 좋은 편인데 형 닮았나보다. 커피요."


 "뭘요. 감사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토요일 이 시간쯤 가르쳐 주시나요?"


 "아, 맞다. 그렇잖아도 얘기하려고 했는데.
  다음주부터는 금요일에 벤 등교할 때 벤 편에 보내
  주실래요? 제가 토요일 채점해서 일요일 오후에
  댁으로 책을 갖다 드릴게요.
  모르는 건 별표 쳐놓으시면 메모해서 알려드리고요."


 "어... 바쁘신데 제가 시간을 빼았았나봐요..."

 



여주는 포르코의 얼굴이 굳는 것을 보며 미안해졌다.



"아... 그렇다기 보다는... 미안해요 포르코 씨.
  연인이 좀 예민한 성격이라...
  말도 안되는 소린데... 제가 포르코 씨랑 있는 걸 
  너무 신경써서요.
  도와드린다고 호언장담 해놓고 너무 죄송해요.
  대신 첨삭은 아주 자세하게 해드릴게요,
  그래도 이해 안되시는 부분은 짬짬이 물어 보시구요."

 "애인 분이 왜요? 제가 추근거린다고 생각하시나봐요?"

 "아, 아뇨! 추근덕거리는 게 아니라...
  포르코 씨가 저한테 마음이 있다고 오해한 바람에...
  그럴리가 없잖아요, 제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안믿..."

 "남자친구 분이 사람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네?"

 "저 선생님께 호감 있는 거 맞거든요."

 "... 네?"

 "저 선생님 좋아해요. 벤의 선생님으로 말고요.
  여자로 관심 있어요."

 "포르코 씨, 저 포르코 씨 보다 나이 많아요.
  그리고..."

 "고작 네 살이 뭐 어때서요? 상관 없습니다."

 "아니... 저는 포르코 씨를 이성으로 생각한 적이 없어요.
  동생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포르코 씨가 저한테
  이성으로 호감이 있으시다고 하면 동생으로도 지내기
  어려워요."

 "좋아하는 제 마음은 생각 안해주세요?"

 "... 미안해요."

 "연인이랑 오래 된 사이세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말씀해 주세요. 오래 되셨어요?"

 "... 그건 아니에요. 얼마 안돼요."

 "그분한테 기회가 주어졌으면 저한테도 기회가 있어야
  공평한 거 아닙니까."

 "그런 억지가 어딨어요. 그럼 나보고 연인을 놔두고
  양다리를 걸치라는 거에요?"

 "그럴리가요. 선생님은 그러실 분 아닌 거 다 압니다.
  최소한 제가 어떤 놈인지 보여드릴 기회는 달라는
  거에요. 무작정 외면하지만 마시고요...
  저요, 선생님이 그 남자분이랑 사귀시는 거,
  방해 안할 거에요. 
  솔직한 심정은 방해하고 싶지만. 방해 안합니다.
  응원도 물론 안하지만요.
  남자로서 치사한 짓 안합니다."

 "그럼요?"

 "대신 저도 선생님께 괜찮은 놈이라는 거 보여드릴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
  선생님 마음 바뀌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저 기다리는 거 잘해요.
  아직 젊어서요.
  제가 어리다고 밀어내지는 말아 주세요.
  저는 선생님 나이랑 상관없이 좋아해요.
  저보다 네 살 위라고 들었을 때도 제 마음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뭘 어쩌려구..."

 "별 거 안해요. 그냥 선생님 주위에 늘 있을게요.
  도움 필요하실 때, 언제든 불러 주세요."

 "저기... 포르코 씨. 잠시만요.
  내가 이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
  나 서류 상으로 이혼녀에요.
  마레에서 결혼했었어요.
  파라디로 넘어온 것도 남편 찾아서 온 거구요.
  결혼 기간은 짧았고 애도 없지만 어쨌든 나...
  앞길 창창한 포르코 씨랑은 어울리지 않아요.
  아마 몇 달 안가서 어리고 예쁜 다른 아가씨들이
  눈에 들어올 거에요. 그러니..."

 "이혼하셨다구요? ... 그건 몰랐네요.
  하지만 그게 어때서요? 저는 상관없어요.
  그리고 몇 달 안가서 제풀에 나가떨어질 거라고요...?
  뭐, 그럼 오히려 잘된 거 아닌가요?
  실컷 짝사랑하다가 몇 달 뒤면 알아서 떨어져 버릴
  테니까 선생님도 저 굳이 안밀어내셔도 되잖아요.
  맞죠?"

 "하아..."



여주는 고집을 부리는 포르코를 답답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애네, 애야...

이걸 어쩐다.

더 밀어냈다가는 반작용으로 더 반발할 것이 뻔했다.

그래, 포르코 씨 말대로 저러다 몇 달 안가 지쳐서

먼저 두 손 들겠지.

저 정도 외모면 쫓아다닐 여자애들 많을텐데.

18,19살 한참 젊고 예쁜 소녀들 놔두고

나같은 연상의 이혼녀에게 왜 꽂혀가지고...

여주는 착잡한 듯 포르코를 보며 커피를 마셨다.



 "어쨌든 단둘이 있는 건 안돼요. 
  그 사람이랑 약속했어요."

 "그럼 벤이 있다면 되나요?"

 "아..."

 "선생님 시간 많이 안뺏을게요. 네?
  단둘이 있는 게 불편하시면 벤까지 같이 봐요.
  아님 밖은 괜찮아요? 지나가는 사람들 있는 데서요.
  서점으로 오셔도 되구. 저 선생님 불편하게 안할게요.
  내치지만 말아 주세요."


 

여주는 골치가 아팠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리바이의 경고대로 포르코가 자기를 향해 연심을 품고

있다는 걸 직접 그의 입으로 듣고 나니

착잡함을 넘어 부담으로 다가왔다.

구스타프 보다도 어린 이 철딱서니 없는 사내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이고야...



 "선생님, 오후 스케줄이 어떻게 되세요?"



거봐.

압박 안한다더니 바로 들어오는 거.

여주가 얼른 단호하게 말했다.



 "그야, 데이트가 있죠, 당연히."

 "그러시구나. 그럼 점심 먹고 태워다 드릴까요?"

 "아뇨, 걸어갈 거에요, 소화 시킬겸."

 "아~ 점심 식사 약속이 아니라 드시고 가시게요~?
  그럼 점심은 저한테 시간 좀 주세요.
  어차피 밥은 먹어야 하잖아요.
  기회는 주시기로 하셨죠?"



아니 얘기가 어떻게 그렇게 돼?

너무도 자연스럽게 능구렁이처럼 점심 약속을 잡는

포르코를 보며 여주가 입을 떡 벌렸다.

포르코는 속으로는 여주가 이것마저 내칠까봐 조마조마

했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씨이익

하고 웃어보였다.

10분 같은 10초가 지나고 여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가까운 데서 먹죠."



어쩌다보니 포르코와 식당에 오게 된 여주가 심란한 

얼굴로 스튜를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데 반해,

연신 싱글거리며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하는 

포르코의 모습은 데이트에 들뜬 소년 같았다.

귀엽네... 하며 구스타프를 떠올리던 여주가 

저도 모르게 한 번 피식 웃자, 

신이 난 포르코가 헤벌쭉 웃었다.

어휴... 

저러다 말겠지.

방해는 안한다고 약속했으니까 잠시 지켜봐야겠다.

계속 밀어내기만 하면 반발심에 더 오기를 부릴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리바이 씨에게 의논을 할 수도 없다.

그랬다간 유혈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래, 일을 크게 벌리지 말자.

이럴 땐 툭 털어놓고 속얘기 할 수 있는 친구 하나 없는

외지인 신세가 참 서럽다.



식사를 마친 후 여주가 위원회 사무실로 걸어가려고

하는데 포르코는 배웅을 제안하지 않았다.

과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테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 선생님이 경계를 풀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싵제로 포르코의 생각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져서,

순순히 자신을 보내주는 포르코를 보고

약간 의외라는 듯 여주는 갸우뚱하다가

이내 생긋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럼 전 이만 '데이트' 하러 갈게요. 안녕, 포르코 씨."

 "네, '데이트' 즐겁게 다녀오세요^^"



포르코도 쿨하게 웃으며 여주를 보냈다.

여주가 갸웃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포르코가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포르코 바로 뒤에 서 있는

거구의 남자와 하마터면 부딪힐 뻔 했다.



 "우왓...!"



포르코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면서 남자를 쏘아봤다.

그리곤 남자를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어제의 그 거구의 남자였다.





 "뭐야, 당신?!"

 "... 그러는 넌 뭐야?"

 "...! 허! 무슨 인사법이 그 따위야?"

 "마레 인이냐?"

 "내가 대답해야 하는 이유를 대보실까?"

 "맞군. 나도 마레 인이다."

 "... 당신 어제도 아파트에 왔었지?
  설마... 날 미행한 거야?"

 "무슨 소리. 난 너 같은 버릇없는 꼬마한테 관심없어."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

포르코보다 대여섯 살 많으려나?

서른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의 말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자기보다 나이어린 애송이라는 의미에서의 꼬마와,

자기보다 한 뼘은 더 키가 작다는 의미에서의 꼬마.

포르코는 자신을 깔보는 남자에게 화가 치밀었다.



 "그럼? ......! 혹시...?"

 "너, 여주랑 무슨 사이야?"






❤ 오늘 리바이가 안나왔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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