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무덤까지 안고갈 생각이던 비밀 하나씩만 익명의 힘을 빌려서 슬쩍 내뱉고 가보자
물론 이런거 열었으면 나부터 하는게 인지상정이겠지...? 인생 최대 흑역사 하나 슬쩍 풀어봄.
때는 중학교 3학년 때...
기말고사 마지막 날 우리 학교는 굳이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가게 시켰어.
그냥 집에나 보내줄 것이지? 하는 분위기가 당연히 팽배했지만 어쨌든 먹으라니 먹었지.
그래도 그날 메뉴는 괜찮았는데 특이사항으로는 카프리썬이었나?가 하나 딸려나왔고, 나는 내거 다 먹고 그거 안 좋아하는 친구것도 하나 얻어마셨음.
그러고 집에 가는길에 7월이라 날씨가 엄청 더워서 친구랑 음료수를 또 사서 먹으면서 감.
여기까지 얘기했으면 눈치빠른 사람은 벌써 뭐가 문제였는지 짐작했을 거임... 그래... 친구랑 갈라지고 나 혼자 집으로 향할 타이밍부터 슬슬 생리현상에 대한 욕구가 덮쳐오기 시작했음...
그래도 이때까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음. 어차피 집에 다왔으니 그냥 집에 가서 화장실 가면 그만임. 근데 그랬다면 이 글이 쓰일 일도 없었겠지?
하필 그 타이밍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점검중이었음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 그리고 우리집은 꼭대기층이고ㅅㅂㅅㅂㅅㅂ
나름 유동인구 없을 시간대를 고른 거겠지만 하필 그 타이밍에 내가 그것도 오줌마려 죽겠는 내가 딱 당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개였음.
1. 돌아가서 상가 화장실을 찾아본다
2. 그냥 계단 올라가서 집 화장실 간다
근데 아파트 상가에 문열린 화장실 있는지 평소에 잘 봐두지도 않았고 설령 있대도 더러울 거고 또 거기까지 가려면 이 더운날에 걸어갔다가 다시 와야 하니 귀찮았음. 나는 그냥 바로 집으로 가는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계단을 올라갔음.
그리고 내가 그게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ㅅㅂ
7월의 무더위 속에서 20층까지 계단을 올라가는 건 그 자체로도 매우 고된 일인데 그걸 오줌이 급한 채로 수행하려니 그 고통은 2배 3배 4배...
뇌와 소통이라는 걸 하지 않는 것이 분명한 나의 콩팥은 계속해서 성실하게 아까 섭취한 엄청난 수분들을 모조리 오줌으로 변환해갔고, 거기에 계단 한칸 한칸 올라갈 때마다 가해지는 방광의 출렁거림이 더해지면서 지옥이 열렸음.
한 7층쯤에서 나는 이미 한계를 맞았지만 이제 와서 내려가서 상가 화장실을 찾기에는 너무 늦었고, 여기까지 오는 것도 이렇게 괴로웠는데 그 이상을 올라가자니 눈앞이 깜깜했음. 초1때 이후로 진지하게 옷에 오줌을 쌀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껴본 건 이때가 처음임...
하지만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라서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었음. 지금 당장 빨리 올라가서 화장실에 가야 하지만 방광에 자극을 덜 주려면 천천히 올라가야 하는 딜레마 상황이 계속됐음. 다리를 이리저리 꼬아봤지만 별 도움은 안 됐음. 더워서 나는 땀과 오줌참느라 나는 식은땀이 섞여서 비오듯 쏟아졌음. 끈적거리는 불쾌감이 괴로움을 더 가중시켰지만 땀이라도 나지 않았다면 그만큼의 수분이 고스란히 오줌에 더해졌을 거라 생각하니 아찔했음.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계속 걸어올라갔지만 다리도 방광도 함께 지쳐갔음. 급기야 12층쯤에서... 내 의사랑 무관하게 방광의 힘이 잠깐 스르륵 풀리고, 수문이 잠깐 열렸다가 순간적으로 온 힘을 밑에 집중해서 간신히 대참사는 막아냈음.
...흔히들 긴급 상황에서 인간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고들 하잖아? 나는 이때 이후로 그 이야기를 맹신하고 있어. 어떻게 이 시점에서 완전히 싸버리지 않은 건지 아직도 미스터리야.
대참사는 일단 막았지만 오줌이 나오던 걸 중간에 끊으면 진짜 참기 힘든거 잘 알지...? 한 발짝만 움직여도 쏟아져나올것 같은 상황이었던 난 방광을 진정시키기 위해 잠깐 멈춰서야 했음. 마려움이 조금이라도 덜 느껴지는 자세를 찾아 엉거주춤 앉아 있었지만 오줌이 방광에 꽉 차 있는 이상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음. 빨리 집에 가지 않으면 결국 못참고 싸버릴 것이고, 그렇다고 더 이상 올라가며 방광에 자극을 줘도 쌀 것 같았음.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잠깐 시간을 벌고 있을 뿐이었음.
이 시점에서 미친 생각이 떠올랐음. 사람도 없는데 그냥 여기 앉아서 해버리면 안될까?
...알고 있어. 계단 방뇨는 층간소음이고 흡연이고 모두 제칠만한 아파트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비매너 행위라는 거... 하지만 나는 그 정도로 절박했음. 어차피 계속 가도 계단에서 교복에 싸버릴 텐데 일단 급한 불부터 끈 다음 집에 뛰어가서 걸.레 가져와서 치우면 된다!는 자기합리화 회로도 돌아갔음.
머릿속에서 여자로서 아니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을 두고 갈등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이미 손은 치마를 걷으려 허리춤으로 향하고 있던 찰나에...
1201호 문이 열리더니 웬 남자가 나왔음.
그 남자와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이성이 돌아오면서 내가 무슨 말도 안되는 짓을 하려고 했는지 깨닫고 말았음.
나는 스마트폰 꺼내서 매우 부자연스럽게 잠깐 폰 보고 있던 척을 하다가 남자가 지나가자 벌떡 일어서서 다시 계단을 올라갔음. 실행한 건 아니었지만 그딴 생각을 했다는 거 자체에 대한 강렬한 수치심이 덮쳐왔음.
...그리고 내겐 그 수치심조차도 오래 느낄 여유가 없었음. 이미 오줌은 내 의사와 무관하게 질금질금 새어나오는 지경까지 이르렀지만 집에 가려면 아직도 8층이나 더 올라가야 했음. 역대 1위 오줌마려움 기록이 계속 실시간으로 갱신돼 갔음.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꿏은 팔다리만 계속 심하게 꼬아대며 걸음을 재촉했음. 누가 봐도 오줌마려운 애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꼴불견이었지만 다행히(?) 더 이상 마주친 사람은 없었음.
하늘은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을 주신댔던가? 마침내 나는 기적적으로 20층까지 오줌을 참아내는 데 성공했음. 여기까지 오느라 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었고, 사타구니의 불쾌한 축축함은 땀인지 다른 무엇인지 구분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교복에 싸버리지 않았음.
늘 보던 우리 집 현관문이 이렇게 반가운 적이 없었음. 나는 왼손은 이미 속바지를 잡고 내릴 준비를 한 상태로 오른손으로 급하게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음.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왼손으로 속옷을 내리면서 화장실로 뛰어가서는 곧장 변기에 걸터앉을 생각이었음.
그리고 도어락은 반응하지 않았음.
이제 이 문만 열리면 마음껏 배출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던 난 패닉이 돼서 몇 번을 다시 눌러봤지만 여전히 무반응이었음.
이윽고 최근에 도어락 배터리가 별로 남지 않아서 작동이 잘 안 된 적이 몇 번 있었음이 뒤늦게 뇌리를 스쳤음.
귀찮다고 건전지 가는 걸 차일피일 미뤄놨던 도어락이 하필이면 이때, 내가 교복에 오줌을 싸기 직전이었던 순간에 운명을 달리했던 것임.
순간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음. 동생도 같은 학교고 같이 시험을 쳤으며 같이 일찍 마쳤을 것임. 내가 중간에 군것질도 하고 친구랑 같이 오느라 바로 안 왔었고, 걔는 오줌을 참으며 힘겹게 계단을 올라오지 않았을 것이니 나보다 훨씬 빨리 집에 들어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음.
이 사실을 떠올리고는 문을 두드리며 동생을 불렀음.
반응이 없었음.
안 들리나 해서 더 크게 두드리며 불렀음.
여전히 반응은 없었음.
안 왔건, 왔다가 나갔건 아무도 없는 게 분명했음.
마지막 지푸라기로 옆집에 화장실 좀 빌려달라고 부탁해보기로 했음.
옆집 분들이랑 일면식도 없었지만 그런거 따질 겨를 없이 두드렸음.
마찬가지로 반응이 없었음.
내 이성은 완전히 마비되고 말았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나는 그냥 연신 소리를 질러대며 대답 없는 우리집 문을 쾅쾅 두드려댈 뿐이었음. 너무 억울하고 비참하고 괴로운 상황에 눈물먄 뺨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음.
물론 눈물'만'이 아니고... 다른 액체도 동시에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음...
ㅅㅂ.
어찌나 쇼크였는지 그러고 몇 분 간은 기억이 없음.
멘붕해서 멍하니 있던 차에 당연히 없다고 생각했던 동생새끼가 튀어나옴.
보자마자 하는 말이 "헐 뭐야 언니 오줌쌌어?" 이지랄임 이게다 누구때문인데...
왜 있으면서 문을 안여냐고 화를 내려고 하는데 동시에 순간 울음도 또 터져나와서 왱알왱알 옹아리만 한바탕 하다가 집에 들어갔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계단 올라오면서 너무 더웠어서 샤워하는 중이었다고 함)
이 사건은 아직까지 나와 동생 둘만의 비밀로 남아 있지만... 둘만있을땐 틈만나면 이걸로 놀린다...
너네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나 흑역사 기타등등이 있다면 한번씩 적어주고 가~ 같이 비참해지자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