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방역당국이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조치를 연장하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정부는 지난 3일부터 오는 16일까지 해외에서 오는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10일간 자가격리를 실시하고 있다.
1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정부는 오후 3시 30분께 범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기간을 종료 예정 시점이었던 16일에서 더 연장하는 것으로 확정 지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관계자는 매일경제에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기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우선 크리스마스 전까지 연장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전 세계적인 확산 상황에서 일정 국가를 타깃으로 한 입국제한 조치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몇 개 국가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보다는 모든 입국자를 자가격리하고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해서 2·3차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도 "오미크론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이 불확실성에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접근하기 위해 강화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해외입국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자가격리 조치 연장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판단이 작용해서다. 실제로 오미크론은 지난 1일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지 2주 만에 누적 감염자 수가 약 24배로 증가했다. 오미크론은 확진자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평균 '세대기'가 델타 변이의 최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델타 변이보다 2배 빨리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대본이 인천 미추홀구 교회 관련 확진자 29명의 전파력을 분석한 결과 세대기는 평균 2.8~3.4일로, 델타 변이의 추정 세대기인 2.9~6.3일보다 짧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오미크론 감염자는 전날보다 5명 늘어나 누적 119명이다. 신규 감염자 5명 중 3명은 국내 발생이다.
격리 조치 연장에 불만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내 한 포털사이트 여행전문 카페에는 '이번 정부는 조치 연장이 주특기인가' '상황이 악화 중인 것은 어쩔 수 없어도 결정 여부를 더 빨리 알려줬어야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 아니냐' 등 분통을 터뜨리는 글이 올라왔다. 국내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분위기가 한창 좋아졌다가 오미크론 자가격리가 생기고 분위기가 다시 확 가라앉았다"며 "이대로라면 내년 1월에도 연장 조치가 이어질 것 같아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외입국자 격리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오미크론이 3~4배 이상 빠른 속도로 퍼져가는 상황에서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조치를 연장하는 건 필수적"이라며 "반발이 있더라도 오미크론이 더 유입되면 확진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14일 현재 코로나19 하루 사망자가 90명을 넘고 위중증 환자도 900명대로 치솟았으나 정부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을 되풀이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 맞는 조치는 이미 다 준비돼 있지만, 그 카드는 그때의 상황에 따라 선택하게 되는데, 수요일과 목요일을 지켜보자"고 밝혔다.
이에 따라 16일까지 방역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17일에는 별도의 방역 강화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의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현재 6명에서 4명으로 줄이고, 식당이나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