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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등쳐먹은 여자인건가요?

무념무상 |2022.01.03 16:46
조회 1,207 |추천 0
전 거절과 모진 소리를 잘 못하는 편이라 2년간 저 좋다고 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됐습니다.
같은 아파트, 같은동, 같은 라인, 같이 반려견을 키우는 이웃으로...

저희집이나 제 주변에서는 사실 다 반대했어요. 남자는 저보다 5살이나 어렸고, 키도 10센티 이상 작았고, 많이 뚱뚱했고, 머리도 없었어요. 사실 전 외모를 안봐서 이건 이유가 되지도 않았어요. 남자가 엄청 신경썼던 부분이었죠. 외모에 민감해서 머리심는 시술도 받고, 그래도 안되자 모자만 쓰고 다녔어요.

시어머님과 시아버님은 불륜으로 재혼하셨어요. 두분이 부부싸움하면 이웃들이 여러차례 신고해서 경찰차도 출동했고, 재산상의 피해도 크게 났다고 하시더라구요. 이얘기를 초반에 연애할때부터 밥먹는 자리에서 웃으면서 자주 얘기하셨어요. 숨기는게 없어야 한대요. 전 사실 아무렇지 않지 않았는데 하도 자주 얘기하시니 무덤덤한척해야 했어요. 남자도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거든요. 그런데 상견례 자리에서 그것도 저희 부모님 첫 만나는 자리에서도 이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참 많이 난감했습니다.

사실 남자는 친아버지, 그러니까 시어머님의 전남편과의 불륜으로 태어났거든요. 시어머님의 첫남편도 유부남이셨대요. 그래서 결혼 먼저하고 친아버님이 이혼하셔서 같이 사셨대요. 상견례 자리에서 그 얘기에 첫남편과 사는동안 지금 시아버님과 술집에서 만나 몰래 미국으로 도망가서 첫남편과 이혼하게 된 얘기, 부부싸움 격하게해서 경찰차 출동하는 얘기도 하시더라구요. 전 2년 가까이 익숙하게 들어왔지만, 저희 부모님은 연세가 있으셔서 보수적이신데다 처음 듣는 얘기라 놀라셨어요. 얘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시아버님은 중학교때 미국으로 이민가셔서 미국 시민권자세요. 미국에서 고생하셔서 어렵게 공무원이 되셨대요. 그런데 비리를 저질러서 FBI의 추적을 받게되서 한국으로 근무지 이전신청을 하시고, 지금은 휴직중이라는 말을 하시더라구요. 뭐... 이것도 늘 듣던 얘기예요. 전에 동부이촌동 모아파트에 사셨는데 그때 찾아온 남자들이 쇼핑백에 돈을 싸들고 오고, 로렉스 시계도 벗어놓고 갔다... 뭐 참...
저도 대학물 먹었고, 이런 얘기 들으니 좀 어이없었어요. 대한민국도 공무원이 비리를 저지르면 휴직계 내도 조사가 이루어지는데 시아버님은 FBI의 조사를 받고 계시다니... 계속 근무하면 발각되서 휴직계를 낸거래요. ㅎㅎ 윗어른이 말씀하시니 믿는척이라도 해야지 어쩌겠어요. 그래 그래도 남자가 무슨 잘못이랴... 생각했어요.

시아버지, 시어머님은 한달에 3주는 해외로 골프여행 다니시느라 그 기간에 남자 밥이나, 빨래, 청소, 화초물주기 같은 집안일은 물론 그 집 강아지들도 돌봐야했어요. 제가 원래 오지랖 넓게 주변을 잘 챙겨요. 그렇게 2년이 되고, 제가 이 남자랑 결혼하게 됐어요.
시댁은 일산에 20가구가 사는 다가구건물에 하와이집, 오피스텔 4채, 아파트, 남양주 별장 3채, 해외콘도 등 많이 갖고 계시지만 일절 도움 안주신대요.(사실 신경 안썼어요. 제가 모아놓은 돈이 좀 있었거든요) 다만 저희가 자립할 수 있게 일산에 살게 해주거나 같이 평택가서 살자고 하시더라구요. 다만 6개월만 제가 알아서 하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희집에서 신혼생활을 하기로했어요. 남자는 모아놓은 돈이 없어서, 여자돈으로 혼수와 결혼에 드는 모든 비용을 썼구요.
전 제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저때문이 아니라 남자를 위해서... 시트지 일용직인데, 외삼촌이랑 인테리어 개인사업한다고... 시어머님도 잘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부끄럽게 느꼈다면 결혼진행도 안했을거예요.

그런데 결혼식날부터 뭔가 잘못된걸 느꼈어요. 시아버님, 시어머님이 결혼식장에서 쫓겨날때까지 술판을 벌이셨거든요. 보통 예식과 피로연까지 2시간 30분이 주어지는데 4시간을... 심지어 시어머니는 술에 취해 맨발로 다니시고...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신혼여행 다녀온 직후부터는, 남편이 저한테 ''우리엄마가 니가 내 등쳐먹고 있대.''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결혼준비를 혼자하느라 일을 잠시 쉬었거든요. 그렇다고 등쳐먹는다는 말을 두달동안 듣다보니 정신이 들더구요. 같이 일하는 외삼촌은 걸핏하면 남자를 도우미 있는 노래방에 데려갔고, 남자는 노는 사진을 저한테 인증샷이라고 보냈습니다. 오히려 떳떳하게 놀았으니 사진을 보내는거라고 큰소리 치더군요. 외삼촌은 여자장사를해서 교도소 전과도 있으셨어요.

그때쯤 시어머님이 또 웃으며 밥먹다가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해외에서 골프치고 계시는 아버님이 전화하셨는데 저희 부모님을 시덥잖고, 웃기다고 하셨다는 거예요. 전 잘못 들었나했어요. 남자도 좀 심하다 느꼈는지 시어머님 얘기를 막더라구요. 그런데 그 뒤로 볼때마다 또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이유가 뭔가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어요. 이유는... 시부모님이 결혼할때 저희집에서 지내라고한 6개월 때문에 나온얘기였어요. 저희집에서는 아무얘기한게 없는데 본인들이 정해놓은 6개월이 신경쓰여서 저희 부모님은 시덥잖고, 웃긴분들이 되어 버렸어요. 문제는 시어머님이 이말을 저희 어머니께 했다는 거였습니다. 거기에 남자가 자기 친구들은 다 집이 있는데 자기만 없다며 대출받아서 아파트를 사겠다고 하는겁니다. 당연히 전 말렸습니다. 왜냐면 남편은 전재산이 2천도 안되고, 전 시어머님께 불려가서 니가 내아들한테 집사자고 꼬득였다는 말을 들어야 했습디다. 남자에게 더이상 시어머님이 저희 어머니나 저한테 이말을 못하게 해달라고 했더니 자기 스트레스 쌓이게 하지 말래요. 니가 욕심이 많고 자초한 일이라고...
무슨 말인고하니, 결혼할때 제가 모은 돈으로 집 얻기는 싫다고, 월세보증금 할 돈 대출받아서 월세살자는걸 제가 싫다고 한걸 문제삼는 거였습니다. 나이 40 넘은 여자가 월세보증금도 없어서 대출받아서 월세살기 싫다고 한게 이렇게 욕먹을 일이었던건지...

남편의 계속된 음주운전에 결국엔 저도 터져버렸습니다. 시부모님이 저희를 부르시기에 갔습니다. 전 시어머님이 그간 저와 저희 어머니께 한 얘기를 했는데 본인은 그런얘기를 한적이 없다시면서 화를 버럭내시더니 ''나한테 뭐 뜯어먹으려고 아버님이라고 부르냐?''고 하시더군요. 일산건물은 니 시엄마랑 살기 전에 내가 갖고 있던거라고... ㅎㅎ 기가 찼습니다. 왜 갑자기 일산건물? 난 아무말도 안했는데... 그냥 왜 제가 등쳐먹었다고 하시는지, 저희 부모님이 왜 시덥잖고 우스운지를 여쭌건데...

내가 무언가를 바라고 남자랑 결혼했던게 아닌데... 진정 바랬다면 6개월 기다렸다가 결혼했거나 다른 남자와 결혼했을텐데... 저보고 머리쓰지 말라더군요. 왜 제가 이런 얘기를 들어야하는 걸까요? 참 너무 슬프더라구요. 전 우울증에 걸려서 병원에 다녔습니다. 거기에 스트레스때문에 먹지도 못하고, 구토를 하고 몸이 안좋아졌어요.
남편은 자기 엄마가 해준 반지와 자기돈 달라며 그날 짐을 싸서 나가더군요. 처음 듣는 말이 아니어서 반지는 식탁에 항상 놓여있었습니다. 남자가 모은거라며 줬던 돈과 월급 모아둔거, 그리고 제가 은행에 묶어둔거 말고 남은돈 삼천을 주었습니다. 나가라고 준게 아니라 전 남자가 원래 잘 삐지고, 스트레스를 못이겨하는걸 알아서 마스크까지 챙겨주며 몇일뒤 전화했습니다.

계속 언제까지 이럴거냐고 물었습니다. 가족이면 얘기를 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그랬더니 자기 스트레스 받게하고, 월세 싫다고 한 제 잘못이라고 하면서 ''너랑 나랑 혼인신고도 안했는데 가족이냐?''고 하더군요. 자기가 게임좋아하는데 방하나 피시방처럼 안만들어줬다, 내가 혼자있을땐 일주일에 7일을 닭을 시켜먹었는데 너랑 결혼해서 일주일에 한번 먹는데 너랑 왜사냐고 하더군요.

내가 바란건 더 늦기전에 아이와 함께 오붓한 가정을 만들어서 사는 거였는데... 40대의 여자가 갖기에 너무 큰 욕심이었나 봅니다.
정말 한참 힘들었어요. 죽을만큼, 아니 죽고 싶을만큼... 이런일이 왜 나한테 일어났을까 정말 죽고싶었어요.

이 남자를 만나서 헤어지고 난 뒤 제가 바뀐건... 이제 싫은건 싫다고 조금은 말할 수 있게 됐어요. 제가 참 바보같이 살았네요. 참고 견디면 상대방이 진심을 알아줄거라 생각했는데... 참는것만이 능사는 아니네요.

전 남자에게 전부터 한 얘기가 있었습니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하늘은 땅이 있기에 의미가 있는거예요. 하늘만 있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런데 말도 의미를 아는 사람에게만 하는 지혜도 챙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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