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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34번 째 인사.
그리고 대답 없는 정적의 연속.
"네, 뭐... 제 이름은 ㅇㅇ이고요. 제가 이 영상을 찍는 이유는... 누구든, 이제는 그 사람이 아니어도 좋으니까 누구든 이 영상을 발견해서 절 구해줬으면 해서요."
모니터를 향해 지어 보이는 얕은 미소의 끝에는 떫은 슬픔이 아려 있었음.
"전 지금 어딘가를 떠돌고 있어요. 이곳이 만화 속인지 현실인지도 모르겠지만 여긴 창문도 없고요, 그냥 온통 새까만 벽 뿐이에요. 아, 이 모니터 하나랑요."
한 문장을 뱉을 때마다 밀려오는 씁쓸함 때문에 다음 말을 꺼내기 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음.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사실 알 것 같기도 해요. 이렇게 된 건... 다 제 욕심 때문이었겠죠?"
오늘은 도저히 말을 이을 기분이 들지 않았음. 넌 모니터를 응시하던 두 눈을 아래로 떨구고는 혼자만 들리는 아주 조그마한 목소리로 뭐라 중얼거렸음.
"... 속죄는 만나서 할게요. 일단 나 좀 구해줘... 여기서 꺼내줘.."
툭
치직... 치지직..
134번 째 영상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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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후 또 빙의 드림이야? 지겹지도 않나 진짜.."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손가락은 또다시 빙의 드림글로 향하고 있었음. 질리도록 봐온 소재였지만 볼 때마다 설레고 짜릿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
물론, 그건 액정 속의 드림주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었음.
그러니까,
실제로 진격거 세계관으로 넘어가는 건 드림 속에서만 있는 일인 줄 알았음.
《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난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하늘을 마주하고 있었다. 》
그래,
여느 드림글의 첫 문장일 것만 같은 그런 일이, 너에게도 일어난 것이었음.
"와... 이거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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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음.
처음에는 도저히 네가, 그것도 빙의 드림은 다 가짜일 뿐이라며 툴툴 거리던 네가, 진격의 거인 세계관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음.
그 때문에 이곳에 적응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고, 다행히 추운 날 밤, 떨고 있는 널 안타깝게 여긴 다정한 아주머니 덕분에 1년 동안은 아주머니의 가게 일을 도우며 천천히 적응해 나갔음.
약 1년이 지났고 더 이상 네가 겪고 있는 일들을 부정할 수가 없게 되었음.
'그래, 어쨌든 난 여기 들어왔고... 이왕 들어온 거 조사병단 들어가서 최애나 보고 죽자. 드림에서 다 그렇게 하던데, 뭐.'
아주머니와 정이 꽤나 들어버렸지만 언제까지고 아주머니의 일을 도우며 엑스트라같이 살아갈 수는 없었음.
넌 아주머니께 그동안 모은 돈을 모조리 드리고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 훈련병 모집소로 향하였음.
생각보다, 모든 일이 너무나 무섭게 다가왔음. 애니로는 그저 재미있어 보이던 훈련병 생활도, 그리고 훈련들도 막상 겪어보니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고 조금만 땅이 울려도 거인이 나타날까 싶어 잠시라도 마음 편히 지내본 적이 없었음.
하지만 시간은 결국 흘러,
3년이 지났고,
넌 애니나 드림에서처럼 10등 안에 들기 보다는 뒤에서 10등일 정도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졸업을 하였음.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거인이나 이 세계관에 대한 두려움과 회의 보다는 3년을 버텨냈다는 성취감에 자유로운 마음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을 수 있었음.
그리고 넌,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조사병단을 선택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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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단에 입단하자마자 네 최애인 리바이 병장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와 부서가 달랐던 너는 약 한 달이 지나서야 정식으로 그와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되었음.
엄청나게 기대했던 그의 첫인상은..
차갑다.
였음.
네게 날 선 말을 건넨 것도 아니었지만, 아니 차라리 날 선 말이라도 건네어 주면 좋으련만 그는 네게 아무 말도 걸어주지 않았음.
그렇게 인사 아닌 인사를 나누고 나서, 몇 달 동안은 마주칠 일이 적어 말도 한 마디 못 나누어 보았지만 넌 그의 눈에 들기 위해 그와 함께할 수 있는 자리에는 최대한 얼굴을 비추었음.
그리고 그와 첫 대화를 나눈 건,
덜컹이는 마차 안에서도 아닌,
오붓한 티타임을 가지는 동안에도 아닌,
우연히 마주친 복도에서였음.
네가 상상한 건 설레는 분위기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음.
넌 그를 보고 나서는 인사를 하려다가 무언가 울컥 쏟아지는 느낌에 벽을 짚고 휘청였고, 네 입에서 흘러나온 붉은 빛의 피를 보고난 리바이는 눈썹을 살짝 움찔거리고는 네게 손수건을 건네주었음.
"이걸로 닦아. 그보다, 병이라도 있었던 거냐, ㅇㅇ."
ㅇㅇ?
"제, 제 이름을 아세요?"
"동료들의 이름을 외워두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넌 갑자기 네 입에서 쏟아진 피보다, 당장 리바이에게 이름이 불린 것이 설레어 몇 초 동안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벙쪄있었음.
"피 상태가 영 좋지 않아. 당장 의무실ㄹ"
지금 생각해도 그땐 왜 그랬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넌 말을 잇는 그의 옷깃을 살짝 쥐고는 그를 향해 소리쳤음.
그냥, 지금 꼭 이 말을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음.
"병장님!! 저, 저랑 100일만 사귈래요?"
"... 하?"
말 한 번 해본 적 없는, 게다가 피를 토해내는 부하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리바이는 표정을 싹 굳히고는 당장 거절의 말을 꺼내려고 하였음.
하지만 네 눈을 본 순간, 리바이도 잠시 무언가에 이끌렸던 듯, 지금 와서는 다시 하지 않을 선택이겠지만 무심코 긍정의 말을 해버리고 말았음.
"좋아. 대신 의무실로 가서 치료를 받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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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정신이 드는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들려온 건 리바이의 목소리였음. 그리고 갈색빛의 낡은 천장이 눈에 들어왔음.
"여긴..?"
"내 집무실이야. 의무실에서 네가 정신을 잃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데려왔다."
이제서야 네 몸 상태가 실감이 되기 시작했음.
그리고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음.
아,
나 이곳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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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와의 시간은 생각한 것만큼 달달하지는 않았음. 가끔은 우리가 사귀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생각될 때도 있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때마다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리바이는 집무를 보는 네 머리를 짧게 쓰다듬어주고는 떠나곤 했음.
이것이 자신이 내게 맞춰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장단이라는 듯이.
너와 리바이의 관계가 동정으로 이어진 것이란 건 네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음. 동료에게는 마음 약한 리바이가 죽어가는 네 부탁을 무심코 받아들이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었음.
하지만, 그래도 넌 리바이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었고 그와 사랑이 담긴 말을 속삭이고 싶었음.
그러는 사이에도 네 몸은 천천히, 그리고 어느새 빠른 속도로 망가져 갔음.
피를 토하는 횟수는 잦아졌으며, 그 주기는 점차 짧아졌음. 몸은 예전처럼 움직이지도 않았고 훈련을 쉬는 날도 많아졌음.
그 덕분에 리바이와 둘만 있는 시간도 늘었지만, 새벽까지 함께 책상에 앉아 집무를 보고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잠시 잠을 청하는 것이 끝이었음.
서로 간에 사적인 대화도, 스킨쉽도 오가지 않았지만 넌 그저 찌르륵 거리는 풀벌레 소리에, 창문 사이로 비쳐오는 달빛에, 둘만의 고요한 새벽 분위기에 만족하곤 하였음.
그리고 리바이와 사귄 지 어느덧 50일이 넘어갔음.
그리고 51일이 되는 날,
너의 시간은
뚝
하고 끊겨 버렸음.
이상하게도, 몸은 죽었지만 정신은 아직 병단에 남아 있었음.
넌 흐르진 않더라도 맺힐 정도로의 눈물 만이라도 기대했건만 리바이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행동하였음.
역시 짝사랑이었나.
넌 남은 나날들 동안 들리지 않겠지만, 그래도 50일 동안이나 유치한 너의 장단에 맞추어 준 리바이를 항해 사랑을 속삭여 주기로 결심하였음.
언제까지 그의 옆을 떠돌 수 있을 지는 모르겠으나 너에게도 힘들다는 표현 하나 하지 않은 그에게, 온전히 순수한 사랑만을 듬뿍 주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음.
"리바이, 사랑해."
당연히 돌아오는 답은 없었지만, 상관없었음. 애초에 넌 이미 죽은 사람이었고 그는 살아있는 사람이었으니.
넌 하루종일 그를 따라다니며 그에게 사랑을 속삭여 주었고, 특히 그가 혼자 남아 새벽까지 업무를 볼 때면 더 많이 사랑의 말을 전해 주었음.
이따금 집무를 보다가도 네가 앉아있던 자리를 흘긋 보는 순간이 오면, 괜히 그에게 미안해져 홀로 남은 그를 놔두고 집무실 밖에서 몇 분 동안 서성이다가 다시 들어가곤 하였음.
하루,
이틀,
시간은 흐르고 흘러,
너와 리바이가 사귀기 시작한 날로부터 99일이 지났음.
그동안 넌 수없이 사랑을 속삭였으며, 리바이의 답 없는 침묵을 수없이 받아들였음.
네가 건네는 말을 언제나 "사랑해" 이 3글자가 끝이었고 너 또한 부가적인 말은 덧붙이지 않았음.
그냥, 왠지 그래야할 것 같았음.
그리고 100일 째 되는 날.
조사병단의 벽외조사가 시작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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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외조사에서 돌아온 조사병단의 손에는 월 마리아 탈환이라는 영광스러운 승리가 담겨 있었지만
리바이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음.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야 말았음.
형식 뿐이었던 연인도,
평생의 친구이자 우상이었던 엘빈도,
이름 하나 다 기억하고 있던 조사병단의 병사들도,
그리고 무엇보다 벽외조사 전 잠시 가졌던 희망도.
더 이상 그가 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의 손은 빠르게 어마무시한 책임감과 부담으로 채워졌음.
그리고 그날 밤,
자신의 집무실에 홀로 남은 그는
99일 동안 그를 지켜본 너도 처음 보는 모습을 하고 있었음.
산더미 같이 쌓인 업무 자료들을 책상 한 구석에 모조리 밀어버리고는 책상에 엎드린 채 가만히 어딘가만 응시하고 있었음.
넌 언제나처럼 사랑을 말해주기 위해 그에게 다가갔음.
왠지 오늘은,
오늘만큼은 그가 너의 사랑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음.
"저기, 리바이."
그 때문이었는지 평소엔 덧붙이지도 않던 말들이 마구 쏟아져 나와, 엎드려 있는 그에게 마치 따스한 이불처럼 덮였음.
"지금 무슨 말이 제일 듣고 싶어?"
당연한 침묵의 답장.
"나라면... 음.. 앞으로 잘 될 거라는 달콤하지만 허황된 희망의 말들보다는, 내가 최선을 다했고 그 순간의 난 무척이나, 정말로 아름다웠다는 말이 듣고 싶을 것 같아."
평소엔 그의 눈을 마주하지 못 했지만, 오늘은 엎드린 채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는 그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오늘의 마지막 말을 건네어 주었음.
"리바이, 오늘 넌... 최선을 다했어. 정말 수고했고,"
그동안 웃으면서 우는 사람들이 정말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았음.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졌지만 왜인지 입은 환히 웃고 있었음.
"사랑해. 단 세글자에 담기에는 내 사랑이 너무나 크게 느껴질 만큼. 어떤 모습이든, 어떤 말을 건네든 모든 순간의 널 사랑해, 리바이."
자정을 알리는 시계 소리가 들려왔음.
시간이 잘 못 맞추어져 있던 시계를 고려했을 때, 정확히는 11시 59분이었음.
여전히 엎드린 채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는 리바이였고, 너 역시 그런 리바이를 가만히 보고 있었음.
시간은 조금씩 흘렀고,
마침내 리바이와 너의 100일이 단 10초도 남지 않은 순간,
리바이의 눈시울이 점차 붉어오기 시작했음.
그리고
점차 정신이 아득해지는 너의 귓가에
네가 그렇게도 사랑하던 리바이의 낮은 음성이 울렸음.
"나도."
단 2글자.
두 글자였지만 분명한 답장이었음.
100일 간의 사랑 고백에 대한 분명한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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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다시 눈을 뜬 이곳은,
그토록 바랐던 집은 아니었음.
그보다도
눈이 감기던 순간 들려온 리바이의 답장이 아직도 귓가에 아른거렸음.
들을 수 있었던 거였는지, 아님 그냥 혼잣말이었는지.
수많은 생각으로 머릿속이 어지럽혀질 때 쯤, 눈앞의 손수건에 시선이 닿았음.
흐릿해진 기억 속에서 유일하게 선명한 그것.
리바이가 피를 흘리는 네게 건네준 손수건이었음.
조심스레 펼쳐 본 손수건에는 빼곡한 글자들이 무늬가 되어 빛나고 있었음.
수많은 나날동안 그를 지켜봐 왔던 넌, 단번에 알 수 있었음.
정갈하면서 약간의 애정이 담긴 이 필체,
분명 리바이의 것이었음.
《ㅇㅇ에게.》
"뭐야.."
그에게서 그토록 불리고 싶었던 이름.
그 이름을 보자마자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음.
《이 편지를 네가 읽는 순간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럼 내가 또 실패했다는 말일 테니까.
매일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넌 어떤 모습으로 내 앞에 다가와,
어떤 모습으로 내 곁을 떠나갈지.
15번 째의 넌 줄곧 까칠한 태도였지.
27번 째의 넌 날 지키느라 거인에게 대신 먹혔고.
34번 째의 넌 내게 유독 사랑을 원했어.
그런 네게 애써 차갑게 대하느라 꽤나 애를 먹었었어.
지금의 넌 내가 실패한 몇 번째일까.
하지만 그런 너도 사랑해.
난 오직 너를 위해 매일 달리고 있어.
가끔은 지치고 또 가끔은 네게 무척이나 대답해주고 싶어.
하지만 이것만 기억해줘.
사랑해. 단 세글자에 담기에는 내 사랑이 너무나 크게 느껴질 만큼. 어떤 모습이든, 어떤 말을 건네든 모든 순간의 널 사랑한다, ㅇㅇ.》
"이, 이게 뭐야.."
네 눈물은 볼을 타고 흘러내려, 손수건 위에서 검정색으로 퍼져갔음. 글씨는 지워졌지만 넌 손수건에 희미하게나마 담긴 리바이의 온기를 꽉 쥐며 흐느껴 울었음.
이 공간은 아마, 시공간을 떠도는 널 위해 리바이가 만들어둔 공간과 같아 보였음.
사방이 검정색이었고, 모니터와 손수건, 그리고 새로운 네가 이해할 수 있도록 리바이가 정리해둔 책 한 권이 전부였음.
책을 통해 이해한 바는 다음과 같았음.
리바이와 너는 차원을 떠도는 존재들이었고 만화에서든, 현실에서든 둘은 결국에는 만나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였음. 하지만 둘의 끝은 늘 베드엔딩이었음.
리바이는 이제껏 널 살리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해보았지만 늘 너의 시작과 리바이 자신의 끝은 연결되어 있어서 널 살리기란 쉽지 않았음.
즉, 리바이가 죽어야 네가 계속해서 살 수 있는데, 리바이의 세계에 다시 도착하는 너는 어떤 이유에서든 항상 리바이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음.
수없는 죽음을 곁에서 마주하는 리바이가 유일하게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죽고 난 후 리바이의 곁에서 사랑을 속삭여주는 너 덕분이었음.
리바이는 늘상 듣기만 하였음. 입 밖으로 답장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답을 하면 항상 네가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묵묵히 들어야만 하는 입장이었음.
자신 때문에 네가 죽음을 맞이한다고 생각했던 리바이는 항상 새로운 너에게 까칠하게 대할 수 밖에 없었음.
그리고 새로 소환되는 넌 항상 리바이에게 어떤 형태로든 100일을 약속하였음. 100일 동안은 너와 리바이는 서로의 곁에 있을 수 있었지만, 100일이 지나는 그 순간, 너는 완전한 죽음을 맞이하며 다시 이곳으로 옮겨지곤 했음.
그리고 이곳으로 옮겨진 너는, 다시 리바이가 시간을 돌리는 일에 성공할 때까지 몇 시간이든, 몇 년이든 이곳에서 떠돌아야 했음.
이제는 현실에서의 기억이 진실인지, 만화에서의 기억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오직 리바이와의 기억은 진실로 뚜렷하게 남아있었음.
그리고 이곳에 소환된 그날부터 리바이를 향한 너의 영상 편지는 계속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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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138
142
154
160번 째 영상의 끝.
사방이 새까만 벽.
모니터와 손수건, 그리고 한 권의 책.
늘상 같은 하루하루.
그리고
드디어 깨진 균열 속의
첫 번째 답장의 도착.
믿어지지 않았음.
도착한 영상의 제목은
'사랑해'
였음.
넌 덜덜 떨리는 손으로 영상을 눌렀음.
네모난 모니터 안에는 리바이가 서 있었고,
그의 뒤로는 네가 현실로 인식하던 대한민국에서의 너의 방이 보였음.
영상은 약간의 버퍼링 후에 재생되었음.
검은 화면과 리바이가 번갈아 나오며 치직 거리는 소리가 반복되었고,
마침내 영상이 정상적으로 재생되기 시작했음.
그리고 그가 꺼낸 첫마디는,
"ㅇㅇ."
ㅡㅡㅡㅡㅡㅡ
마지막에 리바이는 마침내 너와 함께할 수 있는 차원을 찾아냈다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