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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집에서 노는 사람인가요?

두리 |2022.01.13 20:11
조회 22,608 |추천 79
저는 두 살 터울 나는 남매 기르는 전업주부입니다. 처음부터 전업은 아니었구요. 결혼 후 처음 3년간은 전세금 대출갚느라 저도 열심히 일했고, 첫아이 임신하고 입덧이 너무 심해서 일을 접었어요.
참고로 프리랜서라 출산휴가나 육아휴직같은 걸 기대할 순 없었어요.



집을 살 정도는 아니지만 아파트전세금 정도는 대출없이 마련할 정도가 됐고, 나이도 있는 편이고, 아이는 둘을 낳기로 남편과 협의를 했기에 둘이 5년 바짝 고생하고 제가 다시 일하러 나갈 생각으로 나이터울을 2년으로 잡고 계획임신했습니다. 그결과 지금 30개월 첫째, 7개월짜리 둘째가 있어요.



남편은 애기들 기르는 제가 대단하고 존경스럽다해주는데, 정작 가끔 시댁어르신들이나 지방에서 알게된 동네사람들은 저한테 집에서 논다는 표현을 하네요..??;;; 저는 정말 직장다닐 때보다 너무 피곤하고, 너무 힘든데요...




제 하루는 보통 이렇습니다. 첫째가 어린이집 다닌지 얼마 안돼서 적응기간이라 1시에 하원함. 아침에 첫째 깨워서 씻기고 간단히먹이고 입히고 양치시켜서 둘째 아기띠 들쳐메고 첫째 아장아장 걷겨서 등원시킴.




그리고 동네마트들러서 그날그날 찬거리구매. 인터넷으로 밀키트 세제 휴지 과일 이런건 사지만, 두부 콩나물 이런건 그날그날 마트에서 사는 게 좋음. 집에가서 둘째 이유식 먹이고, 만들어놓은 거 없으면 또 만들어서 줘야함. 때로 시판이유식 주지만 매일 줄 순 없음. 먹이고 잠깐 놀아주면 둘째 낮잠잘시간이라 칭얼댐. 둘째 재워놓고 설거지하고, 거실 안방 청소하고 환기시기고, 빨래돌리고 내 밥 챙겨먹고나면 첫째 올 시간이라 데리러 감. 손발닦이고 첫째도 낮잠잘 시간이라 재움. 대게 자기싫어해서 울고불고함. 첫째재우면 둘째가 깰 시간. 기저귀갈아주고 놀아줌. 말도 많이 걸어주고 눈맞춤하고해야 인지발달도 빠르고 말도 빠르다고함....빨래 다된 것도 널어둠. 첫째가 깨면 오전에 치워놓은 집이 다시 난장판이 됨.


간식 챙겨먹이고 첫째 조잘대는 말 답해주고, 로봇놀이해주고, 틈틈이 둘째 기저귀갈고 똥싸면 엉덩이도 씻겨야함. 둘째 분유먹이고 우유병도 씻어야함. 오전에 거실 닦아놨지만 첫째가 간식먹으며 계속 흘리고 묻힘. 오후 5시쯤부터 체력과 멘탈이 탈탈털리기 시작. 영상노출 안 좋다해서 책도 읽어주고 역할놀이도 해주지만, 5시쯤부터는 어쩔 수 없음. 남편오기 전에 우리부부 먹을 국 하나 끓이고 첫째먹을 반찬거리 만들어야하기 때문. 사먹거나 밀키트도 먹긴 먹지만, 매일 사먹으려면 비쌈.



남편이 7시반쯤 퇴근해서 오면 씻고 밥먹고, 남편이 애들 둘 목욕시킴. 나는 그동안 엉망된 거실 치우고 장난감 정리함. 그다음 남편이 분리수거쓰레기 버리거나 애들이랑 놀아줌. 그럼 나는 그때 부엌가서 설거지하고, 애들 밥먹고 식탁 난장판 된 거 치움.



그리고 남편이 애들 재우고, 저는 그제서야 쉬어요. 조용하고. 애들 아직 어려서 새벽에 자주 깨서 울고, 밤에는 제가 케어합니다. 남편은 애들재우며 같이 잠들 때도 있고, 밤에 나와서 저랑 얘기하고 티비보고 뭐 맥주 한 캔씩 할 때도 있고요.



위에 적은 건 아주 행복한 일상인 거고, 감기며 장염이며 애들 아플 때는 정말이지.. 하루종일 안아달라 찡찡대고 짜증내고... 비상사태에요. 산후조리도 최소 2주라는 얘기지, 산모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6개월정도가 걸린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둘째계획을 좀 일찍했던터라 산부인과에 상담하니 선생님이 최소 6개월은 쉬고 임신 시도를 하라고 하셨어요. 몸에 무리가 간다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집안일, 애들케어하면서 정말 제 인생 그 어느때보다 힘들었어요.



저 지방대출신이긴 해도 사교육 안 받고 4년 전액장학생으로 대학다녔는데 고3 수험생 때도, 대학때 복수전공에 교직이수하며 알바까지 할 때도, 구직활동 할 때도, 일할 때도 이렇게 제 몸이 바쁘고 힘들었던 적이 없어요. 일 할 때는 몸 아프면 빼기도 하고, 주말에 2시간만에 집안일 끝내고 하루종일 누워서 쉴 수 있었어요. 근데 육아는 내가 몸살이 나서 아파도, 젖몸살로 열이 펄펄 끓어도, 백신맞고 아파도, 생리통이 심해서 누워있고 싶어도 쉴 수 없이 2년여간의 마라톤을 달려야해요. 애들이 어른처럼 8,9시간을 연달아 자는 게 아니에요. 잠도 항상 모잘라요...




주말에 가끔 제가 몇 시간씩 집 비우면, 남편은 애들 밥이랑 이유식도 제가 만들어둔 거 먹이기만 하는데도 집도 난장판이고 애들도 거지꼴이에요. 자기는 애들 보는 것만 해도 너무 힘들다고, 여보는 근데 집안일까지 어찌 다 하냐고 저보고 대단하다고 해요.( 남편도 퇴근하고오면 자유시간 거의 없고 저도 마찬가지지만, 남편은 그래도 본인은 잠이라도 푹 잔다고 주말엔 저보고 쉬라고 많이 배려해줍니다. )




근데 우리집에 와서 내가 어찌 사는지 보지도 않아놓고 저더러 집에서 논다고 할까요;;. 첫애 어린이집가서 4시에 하원한다해도 그때쯤 한창 둘째가 엄마랑 애착형성돼서 하루종일 엄마찾고 이앓이 시기라 투정도 심해져서 크게 제가 여유로울 것 같진않아요. 정말이지 쌍둥이나 연년생, 다둥이 육아하시는 분들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 저도, 남편도 주위에 애가 없어서 애낳고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을 몰랐어요. 그래도 서로를 불쌍히 여기며 도와주고해서 우리 쫌만 고생하면 애들 유치원 어린이집가고 좀 편해질거라 다독이며 살아요. 너무 힘들지만 애들 낳은 거 후회없고, 코로나사태와 추위때문에 어디 자주는 못나가지만 그래도 남편이랑 같이 유모차끌고 첫째 안고 밖에 마트라도 가면 세상에 무서운 게 없어요. 너무 힘들다는거지 불행하다는 얘기는 아니니 행여 악플은 삼가주시길.
추천수79
반대수4
베플ㅇㅇ|2022.01.14 15:33
아이들 자랄때 엄마가 양육하는거 정말 큰 복입니다. 정서적인 안정감을 돈으로 살 수 있나요? 주변사람들 헛소리하면 받아치세요. 가만히 듣고 있으면 가마니로 보고 자꾸 헛소리 합니다.
베플그런데|2022.01.13 21:25
시골 노인네들이 집에서 논다고 하는건 옛날분들이라 그래요.담에는 집에서 노는라고 허리뼈가 아파죽겟다고 하세요.어머니가 대신 애들델고 놀고 계실래요?제가 직장을 다니면 돈도 벌고 얼매나 좋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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