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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거야.

딩월 |2022.02.18 22:39
조회 194 |추천 0
30대 중반이 넘어가기 시작한 아재야.
내 꿈은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거야.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에 시달리면서 일하고, 
퇴근하면 직장동료나 친구 만나서 맥주 한잔하면서 직장 상사 욕하고.. 
한 번씩 필받으면 새벽에 차 끌고 동해안에 바다도 보러 갔다 오고, 
깨알같이 쪼개고 쪼개서 적금 부을 고민도 하고, 목 빠지게 주말만 기다리면서 월요일을 두려워하는 
그런 일상적인 삶. 어렵지 않잖아.
근데 이게 참 어렵다. 남들은 다 그렇게 살던데 ..

내가 꿈꾸는 것은 평범한 일상, 소소한 직장 생활이지만 
정작 나는 제대로 된 월급쟁이 생활을 아직 해본 적이 없어.
어리고 눈이 잘 보였을 때는 음악 한다고 몇 년, 선교활동한다고 몇 년, 공부한다고 몇 년, 공연 다닌다고 몇 년...
세월을 야금야금 참 아름답게 사용했지. 이제 와서 돌아보면 남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 
그때는 정말 두려움이란 게 뭔지 몰랐거든. 
그런데 늦바람이 더하다고 .. 나이 먹어서 느끼는 감정이 더욱더 극명하고 선명하네.


난데없이 이런 글을 쓰는 건 내가 스스로 용기를 얻고 싶어서야.
무슨 댓글이 달릴지도 모르겠고, 의미 없는 응원이나 욕이 달릴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글로 끄적이면서 생각을 정리한다고 할까? 이런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 
잡소리들로 길이 길어질 것 같으니까 미리 스압주의라고 적어둘게.

나는 시각장애인이야.
맥락막 결손이라는, 이 글 읽는 사람의 95%는 들어보지도 못했을 병 때문에 지금도 시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어.
아직 완전히 안 보이는 건 아닌데 .. 돌아다니기는 쉽지 않아. 
어떻게 보면 참 배부른 소리지, 아예 안 보이는 사람들도 있는데 
돌아다니기도 하고, 글씨도 읽고, 이렇게 네이트판에 글도 쓰는 나는 
내 삶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처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어.

그런데 말이야, 사람이라는 게 참 간사하잖아.
내가 치킨을 끊을 수 없는 건 그 치킨이 어떤 맛인지 알기 때문이지?
나도 마찬가지야. 
20대 중반까지는 남들과 다르지 않은 일상을 즐겼거든.
왜~ 무리에서 소외된 사람 있는 꼴을 못 보고 꼭 먼저 가서 말 걸고 챙기는 사람 있잖아?
내가 그랬거든. 궂은일 있으면 먼저 나서서 설치고 .. 
총대 메는 거 좋아하고, 목소리 크고, 얼굴도 좀 호구상 임.
그러다 보니 주변엔 사람들이 많아서 .. 난 이 사람들이 다 내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눈이 안 보이고 .. 먼저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니까 

먼저 나를 찾는 사람도 없고 .. 내가 먼저 찾자니 나 편하자고 민폐 끼치는 기분이고..
​자연스레 하나둘씩 연락은 끊기고, 결국 이 사람들은 지금 내 옆에 아무도 없어.
내 주변에 나 같은 사람이 한 명만 있었어도 지금처럼 외롭진 않았을 텐데 싶은 그런 마음.

어쨌든 그러다 보니,
내가 안 보인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상황이 너무 싫었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한 가지씩 점점 줄어드는 걸 느낄 때마다
나는 이제 혼자서는 뭣도 못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자괴감.
그런 감정을 느끼기 싫어서 그 상황을 자꾸 피하게 되더라.
내가 부딪치고 이겨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보니,
애초에 그 상황을 만들기 싫은 거야.
일상의 모든 순간이 두려워서 피하게 돼.

사람 만나서 대화하는 게 힘드니 사람을 안 만나게 되고, 
카페 가서 주문하는 게 힘드니 카페를 안 가게 되고, 
헬스장 갔다가 락커 찾는 게 힘들어지니 안 가게 되고, 
사람 많은 데서 운신하기 힘들어지니 사람 많은 곳은 피하게 되고 .. 
매사가 이런 식이 되어버렸어.
그러다 보니 나는 몇 년째 집 밖을 잘 안 나오는 집돌이 가 되어있더라고.

아, 방구석 폐인처럼 숨어 지낸다는 건 아냐.
재택근무로 일도 집에서 했고,
음악 하던 놈팽이라 교회에서 정기적으로 지휘와 반주도 하고 있고
청소 빨래는 취미 습관이고, 운동도 관리도 꾸준히 계속하고 있으니까.
다만 이런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이제 나를 찾는 사람도 없고 .. 
그러다 보니 집 밖을 나서는 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스스로 할 수 없는 게 많아진다는 건 생각보다 슬픈 일이야.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내가 필요할 때마다 나를 위해 도와줄 사람이 항상 대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용기를 내라고 말은 하지만, 내가 내는 용기만큼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되어있거든.
남들에게 민폐 끼치기 싫다는 고집이 있어서 .. 결국 고립되는 걸 선택했어 나는.
그런데.. 그 생활도 이제는 좀 지친다.
이제라도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려고 해.
작년에 공무원 합격해서 이미 직장도 구해놨고 .. 욕해야 될 상사들 리스트도 작성해놨고 .. 
7월까지 마음 편히 놀다가 연락 오면 발령받고 일하면 되는 상황이야.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두려움이 나를 좀먹고 있다는 거지.

내가 할 수 있을까? 
이 눈가지고 업무 쳐내는데 문제가 없을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 민폐가 되진 않을까?
온갖 안 해도 되는 상상과 두려움들이 나를 좀먹고 있거든.

막상 닥치면 어떻게든 하게 돼있고, 내가 가진 핸디캡만큼 감안해 줄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것도 알고,
남들보다 처리하는 데 오래 걸린다면, 오랜 시간을 투자하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
경쟁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것도 자각하고 있고.. 그런데도 .. 
머리는 그것들을 아는데 각종 두려움으로 쩔어있는 내 가슴 한구석은 여전히 덜덜 떨고 있어.

그냥 잘 할 수 있다고, 겁먹지 말라고 한마디만 해주라.
다른 해줄 말 있으면 그것도 상관 없고.
아는 사람들한테 듣는 뻔한 말은 별로 와닿지가 않더라고. 딱히 해줄 사람도 없고 ..
어차피 뻔한 응원들이라면 얼굴도 성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듣는 게 더 와닿을 것 같아.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주말 내내 행복하길 바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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