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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고 미안한 전남친에게

익명 |2022.02.20 23:45
조회 1,670 |추천 4
어...안녕ㅎㅎ 여기에 너한테 보낼 편지를 쓸 줄이야..
너와 처음 인사하고 어색하게 너의 차에 올라탔던 날이 생각나네 22살에 얘는 뭐 벌써 차를 타고 다니나 했어ㅋㅋㅋ

알고보니 어릴적 돌아가신 부모님께서 남겨주신 유산이었고 이런 개인사정까지 공유하는 친한 친구가 될지 몰랐지ㅎㅎ 다른지역에서 와서 친구도 가족도 없이 지낸다는 말에 내가 친구가 되어줘야겠다는 이상한 책임감도 들었던 것 같아

그렇게 자주 만나서 놀다가 너가 잔뜩 긴장해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했잖아ㅎㅎ 내가 뭐라고 나를 그렇게 좋아해줬는지..
부모님 일찍 돌아가시고 기댈 곳 없던 너에게 나는 큰 버팀목이었나봐.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큰

그렇게 1년남짓 만났을 때 다른지역에서 취업준비한답시고 날 그렇게 좋아해주는 너에게 갑자기 헤어지자고 했다. 어쩌면 나를 한없이 좋아하기만 하는 너한테 싫증이 났나봐.
전화기 너머로 차를 타고 2시간거리를 달려오겠다던 네 목소리... 꼭 잘사는 모습 보여줘서 나 후회하게 만들겠다던 울먹이던 너에게 그냥, 그래 우리 꼭 성공해서 웃으면서 보자. 그러자. 미안하다..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왜 그렇게 너에게 상처줬을까..

그러다 나는 내가 원하던 직장에 들어갔고, 어느새 새로운 남자도 만났어. 가끔 너에게 연락이 왔지만 그저그렇게 스쳐가는 인연으로 생각하고 연락하지 말라 했지..

그렇게 헤어진지 1년쯤 됐을땐가.. “잘살고 있다. 덕분에 정신차려서 좋은 직장에 결혼할 사람도 생겼다”는 너의 연락.. 너의 옆에도 의지할만한 새로운 사람이 생긴 것 같았고 번듯한 새 직장도 가졌더라... 그제서야 혼자인 너에게 통보한 이별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았고 부모님, 형제 없이 살았던 너의 삶에 더욱 잘 된 일인 것같아 응원했다.

그 이후 문득문득 잘 지내냐, 그냥 친구로 가끔 연락하자, 커피한잔 하자, 밥한번 먹자.. 잦아지는 너의 연락에 친구들은 왜 차단안하냐 뭐라했지만, 왠지 모르게 너한테 미안하고 안쓰럽고 그래서 너의 연락을 무시할순 없더라...

그러다 2년, 3년이 지나도록 너를 그렇게 차갑게 대한 내가 뭐가 보고싶다고 그렇게 꾸준히 내 안부를 챙겼는지.. 보면 답장할 것 같고 계속 연락할 것 같아서 나중엔 읽지도 않았지... 근데 너가 보낸 새해인사가 마지막이 될줄 누가 알았겠어..

너의 마지막 연락이 있고 한달쯤 지났을때 너의 친구가 별안간 나한테 카톡이 왔어.. 니가 하늘로 떠났다고.. 나는 차라리 장난이기를 바랐다. 놀라서 눈물 한방울이 툭 떨어지더라... 왜 하늘은 많고 많은 사람중에 왜 하필 마음잡고 잘 살아보려 발버둥 치던 너를 갑자기 데려갔는지..

가장 빛났고 가장 사랑받아야 했을 청춘을 외로이 보냈던 너의 마지막이 너무 빨리, 너무 갑작스레 온 것같아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너의 마지막을 내가 더 외롭게 만든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 이런다고 이젠 너에게 들리지 않겠지만...

스쳐가는 인연으로 그저 잠깐 만났던 남자로 생각했던 너였는데 내가 생각보다 너를 더 인간적으로 좋아했나보다. 여기저기서 전해준 너의 부고문자에 심장이 쿵쾅댄다.. 차마 영안실도 장례식장도 찾아갈수가 없어서 나중에.. 나중에 너가 잠든곳에 찾아가려고...

너가 통보한 이별에 헤어진지가 언젠데 그리 마음쓰냐는 말에도 나를 한없이 좋아해줬던 너의 마지막이기에 미안하고 고마움에, 안쓰럽고 아픈 마음에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예쁘지도 착하지도 않았던 나를 넘치게 좋아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외로웠던 너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겨줘서 미안해....

부디 하늘에서 그리웠던 부모님과 함께 외롭지 않게 행복하길 바랄게...
추천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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