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이라 청년 관련 공약에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요. 다음 정부는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요즘, 경제 좀 잘 살려줬으면 좋겠어요."
대선 사전투표일인 4일 정오께 점심시간을 쪼개 서울역 사전투표소에 들른 직장인 진희원(25) 씨는 "언젠가 제 힘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새 대통령에게 기대했다.
이날 오전 일찍부터 지방에 출장을 가는 직장인 등이 몰린 이곳 투표소는 점심시간을 앞두고 더 붐볐다. 낮 12시 20분께에는 160명이 대기하면서 줄을 설 공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안내하던 투표소 직원은 "뒤에 줄 선 사람은 40분가량 대기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광주에서 열차 편으로 올라왔다는 김민수(28) 씨는 "허리 치료를 받으러 대학병원에 가는 길인데 점심도 안 먹고 먼저 투표부터 하러 왔다"며 "대선 토론회를 보면서 투표할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이곳 투표소를 지나던 행인들은 "투표하러 온 사람이 엄청 많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슷한 시각 종로구 종로 1,2,3,4가동 투표소도 점심시간에 한 표를 행사하러 온 직장인들로 북적거렸다. 일부는 줄이 너무 길어 점심시간에 투표를 마치기 어렵겠다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직장인 박현준(30) 씨는 "한 시간 동안 얼른 투표하고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본 투표일에 해야 할 것 같다"며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근처 사찰인 조계사 스님들이 삼삼오오 투표소를 찾기도 했다. 줄을 선 스님 심모(68) 씨는 "종교인이라고 특별히 다를 것은 없고, 국민 한 사람으로서 신중하게 투표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정책을 보고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개강 사흘째를 맞은 대학생들도 점심시간과 공강 시간을 틈타 투표소를 찾았다. 서대문구 문화시설 '신촌파랑고래'에 차려진 투표소에서 대학생 김유열(24) 씨는 "20대 청년이다 보니 최근에 이슈가 된 부동산, 공정 등 청년정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오후 1시 20분께에도 이 투표소에는 1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대학 야구점퍼와 교표가 그려진 바람막이 등 외투를 입은 학생들도 다수 보였다. 긴 줄을 배경으로 투표 '인증샷'을 찍는 이들도 보였다.
줄 맨 끝에 선 연극배우 조모(31) 씨는 "대통령 선거는 이번이 세 번째인데, 이렇게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선거는 오랜만인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을 비롯해 고시 준비생들이 다수 거주하는 관악구 대학동 사전투표소에도 정오를 전후해 수십 명이 줄을 섰다. 서울대생인 조경훈(20) 씨는 "등굣길에 지나가다 투표소가 보여서 왔다"며 "첫 투표인데 신중하게 골라보려 했고, 주요 두 정당 중 하나에 투표했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투표하러 온 서울대생 박모(21) 씨는 "제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 집권하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투표했다"며 "취업이나 집을 살 기회가 (새 정부에서)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탄 채 투표권을 행사하러 온 어르신들도 많았다.
강남구 대치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이모(96)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를 했다. 이 할머니는 "지금까지 투표를 몇 번 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거의 모든 대선에서 투표한 것 같다"며 "돌아다니기에는 몸이 아주 불편하지만 내 한 표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나덕균(91) 할아버지도 서울역 투표소를 찾아 "내가 늙었는데 투표는 꼭 한다. 난 이제 언제 갈지 모르는데 그래도 젊은이들을 위해서"라며 "그냥 다 먹고 살기 좋게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연일 신규 확진자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만큼 투표소 직원들도 방역 관리에 주의를 기울였다. 대학동 투표소에서는 법전을 옆에 끼고 온 고시생 한 명이 체온이 높게 측정되는 바람에 투표하지 못하고 귀가했다. 청량리동 투표소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온 할머니에게 관리자들이 마스크를 챙겨주기도 했다. 서울역사의 방역 담당 직원은 소독제가 든 통을 들고 다니며 투표소 주변을 1시간마다 소독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55분께 청량리동 투표소에서는 관내선거인 투표용지를 인쇄하는 기계 3대가 갑자기 작동을 멈춰 약 2분간 용지를 출력하지 못했다. 투표소 관계자는 기계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일부 시민은 다른 투표소로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이정현 임성호 강태현 김윤철 김준태 서대연 오명언 유한주 황수빈 강수환 안정훈 오규진 오지은 임지우 조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