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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로 가나슈를 좋아하는 몸 좋은 남자 1화

이2설 |2022.03.12 19:14
조회 449 |추천 0


디저트로 가나슈를 좋아하는 몸 좋은 남자



1화 




벚꽃이 활짝 핀 00대 캠퍼스 안, 아침 바람이 상쾌하게 부는 등교길에 대학생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손에 무거운 전공 책들을 들고 수업에 늦어 뛰는 아이도 커피를 한 잔 들고 여유롭게 걸어오는 아이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번화가로 둘러싸인 역 앞 두 개의 대학 중 00대는 미대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대였다.


수연은 기다란 수채화용 스케치북을 팔과 옆구리 사이에 끼고 어깨에는 화구통을 맨 채 또각 또각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왠만한 남자만한 여자치고는 큰 키에 낮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검은 긴 생머리에 수수한 눈, 매끄러운 피부에 가벼운 화장을 한 수연은 평범했지만 아름다웠다. 댄서들이 나오는 프로가 유명해진 이후 여대 안에서도 화장이나 옷, 헤어스타일까지 유행이 번졌다. 

방송에 출연한 댄서들처럼 자유분방하고 힙합스러운 스타일을 여대 안에서 너도 나도 따라했지만 수연은 왠지 따라하고 싶지 않았다. 

전형적인 미대 여신 스타일. 

본인은 관심 없었지만 이미 과 안에서는 물론 대학 안 다른 남학생 여학생들 한테도 이미 어느 정도 소문이 나 있었다.


수연이 2학년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수연은 강의실로 향하는 길에 오래된 고목나무에 열린 분홍색 벚꽃들을 바라보았다. 눈이 시릴정도로 아름다운 벚꽃들을 보며 수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통스러웠던 여고 입시생 시절을 끝내고 재수까지 해서 어렵게 대학에 왔지만 기대와 달리 시시했다. 

반복되는 시시한 일상, 시시한 강의, 시시한 동아리, 시시한 술자리. 

그리고 시시한 남자들…


대학 가서 연애하라던, 멋진 남자들이 줄섰다는 그런 말들은 죄다 거짓이었다. 여고 때는 구경하기도 힘들었고 그렇게 노력해서 명문대에 왔는데에도 괜찮은 남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술 취하고 놀기나 좋아하면서 여기저기 찔러나보는 애 같은 남자들이 널려있었다.


‘크윽..배신당했어.’


입학한 이후 몇 천번을 생각했지만 여전히 속이 쓰렸다.

그런 애들하고 사귀면서 좋아하며 노는 여자 애들도 잘 이해가 안 갔지만 사람마다 추구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연이었다.


그래도 꿈에 그렸던 미술 수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유일한 수연의 즐거움이었다. 빠르게 늘진 않았지만 한 장 한 장 넘겨갈수록 조금이지만 분명히 늘어가는 자신의 그림들이 그런 괴로움을 조금은 잊게 해주었다. 



“지루해…”


수연 자기도 모르게 한숨처럼 내뱉었다. 






수연의 친구 지수가 옆으로 달려왔다. 재수학원 때 친해진 준희. 준희는 착하고 귀여운 외모에 단발머리를 하고 있다. 고민을 잘 들어줘 재수 때 큰 힘이 되었다. 준희와 같이 시각디자인과 강의실로 들어가 첫 수업을 준비했다. 


그때 오늘 수업이 없는 같은  선배 인호가 친구들을 우르르 대리고 수연 앞에 섰다. 그에게 들려 있는 꽃다발. 수연은 설마 했다. 


“수연아 나 너 진심으로 좋아한다. 나랑 사귈래?”


커다란 장미꽃 다발,  강의실 고백, 최악이다. 수연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는다.

연락을 받아주는게 아니었다. 

카페 가자 밥 먹자 다 최대한 예의 있게 거절했는데 포기를 모른다. 

얼굴도 좀 생기고 인기도 많아 여 후배들한테 고백도 몇번 받았다는데…

자기가 제일 잘난줄 알고 뺀질뺀질한게 딱 아니다. 


수연은 아침부터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다고 생각했다.

남친 있다는 뻔한 핑계도 대고 싶지 않았다.


“좋아해주셔서 감사한데 선배 제스타일 아니에요.”


봄이 다 됬는데도 검은색 롱코트에 검은 신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올블랙으로 맞춘 머리도 5대5 가르마에 비비를 바른 피부.

인스타 어디서 본 듯한 선배의 표정이 구겨진다. 순간 피식 웃을 뻔했다. 참을 수 있었던건 내민 장미꽃을 거절하자 뒤에서 있던 선배 친구들과 아침부터 무슨 일인지 놀람 반 기대 반 섞인 표정의 같은 과 여자애들의 표정이 충격으로 식어버려서 였다. 선배는 두 손을 떨며 어렵게 입을 뗏다.


“아… 그렇구나 괜찮아”


고개 숙인채 나가는 선배의 등을 위로하는 친구들의 싸늘한 눈빛이 나를 질책했다.


‘이정도 했는데 거절해?’

‘너무 싸가지 없다.’


그들이 애써 숨긴 생각이 말처럼 들려왔다. 자리에 앉은 수연은 고개를 푹 숙였다.


‘첫 수업부터 이게 뭐야…’

‘이런 자리에서 거절해야되는 내 입장도 좀 생각을 해줘라’

‘내가 안 괜찮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조금만 상대방을 생각해도 저런 행동은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이들이 수근거렸다. 수업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조금 흥분이 가라앉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렇게 까지 별로인 남자는 아닌 것 같았다. 어떻게 하고 싶은것 만 하고 살겠는가. 적당히 만나볼 수도 있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무언가 떠오를 것 같았다. 어떤 남자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만났던 내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 

수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남자를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리 없었다. 7살때 상상 속에서 만든 왕자님 뭐 그런거 비슷한거 같았다. 수연은 이런 저런 생각에서 벗어나 수업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괴로운 채 점심시간이 되었다.


식당으로 향하는 수연에게 누군가 다가와 어깨동무를 했다. 학교 미식축구부 체육부 자켓을 걸친 지국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동네 친구였다. 고등학교 때 잠시 헤어졌다 어떻게 대학까지 같이 오게 됬다. 수연은 어깨에 지국의 손을 떼어냈다.


“나 기분 안좋아.”

“또 찼다며? 너도 대단하다. 꽤 괜찮은 선배라던데”

“아침부터 들이닥쳐서 애들 다보는데 고백하는 남자가 괜찮은 사람이냐?”


수연은 자기도 모르게 발끈했다. 어렸을때 부터 같이 놀던 동네 친구라. 지국국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렇게 연애하고 싶다 노래를 부르는 애가.”


지국을 노려봤다. 가식 없는 표정. 지국이 웃고 잇는걸 보면 왠지 마음이 편해졌다. 기분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그것을 눈치 챘는지 정국이 웃음을 머금은채 수연을 내려봤다

.

“적당히 만나. 다 거절하고 언제 사귈래? 그러다 혼자 늙는다?.”

“이-씨”


팔을 퍽퍽 쳐도 지국은 아무렇지도 않아했다. 밥을 받고 지국과 자리로 가려는데 인호 선배 무리와 눈이 마주쳤다. 적당히 인사했지만 수근수근 대는 무리. 이게 사회생활의 고통인가.. 싫은 사람도 자꾸 봐야한다.


가운데 앉은 인호 선배는 애써 쿨한 척 인사를 받았다. 기분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지만 그냥 최대한 멀리 있는 자리로 갔다.


밥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게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왜 내가 누구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어야돼…’


수연은 학교 후문 뒤 빌딩 사이 숨겨진 조그만 카페로 향했다. 학교 안 대형 프렌차이즈만 다니는 아이들이 잘 모르는 숨겨진 카페였다.

 커피도 맛있지만 사장님이 직접 만드는 디저트가 일품이었다.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를 찾아다니는게 취미인 수연은 이미 여러 번 이 곳을 찾아 사장님과 얼굴을 알고 있었다.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녹을 듯 부드러운 에그 타르트와 상큼하고 수제 크림으로 만든 딸기 생크림 케잌이 수연의 최애픽이었다. 


달달한 것이라도 입속에 넣어야 기분이 조금이라도 풀릴 것 같았다. 

오래된 나무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수연은 생크림을 섞고 있는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잠시 후 생크림 케잌의 맛 볼 생각하니 수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주문을 마치고 앉을 자리를 찾아 안 쪽으로 들어가는데 테이블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새카만 가나슈 케잌을 스푼으로 뜨고 있는 남자. 느려진 걸음으로 들어가자 점점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고풍스럽게 빛이 나는 검은 색 양복 차림으로 케잌을 음미하고 있는 남자.


그 남자의 눈을 보자 수연은 떠올랐다. 

기억났다. 저 눈. 누군지 흐릿했던 5년전 고등학교에서 봤던 눈빛의 주인이었다.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에 지루해 하고 있던 강당 안 전교 여고생 모두가 그를 보고 호흡을 멈췄었다.


그 어떤 남자에게서도 설레임을 느끼지 못한 이유가 저 남자를 만난 이후라 는것을 수연을 이렇게 마주하고 있으니 깨달을 수 있었다. 

주문하신 음료랑 케잌이 나왔다는 사장님의 외침에 수연은 바닥에 신발이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인기척을 느낀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수연을 바라보는 눈빛에 눈이 마주쳤다. 


수연은 강당에 앉아 있던 고등학교 1학년때의 자신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꼈다.

지금 보니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는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는 눈으로 케잌을 떠 먹고 있었다. 수연을 못 알아보고 있었다. 당연했다.


‘역시 못 알아보는구나’


교생 선생님으로 온 그가 맡은 반은수연의 옆 반이었는데 그는 두 달도 안 되서 가족사를 핑계로 그만뒀었다. 그 뒤로 시간이 많이 흘러있었다.


자세히보니 그도 많이 변해 있었다. 조금 마른 편이었던 그는 몸집이 커져 있었다. 꾸준히 운동으로 관리한 것이 분명한 그의 다져진 근육이 타이트한 양복 위로 티가 났다. 하지만 그대로 다비드 석고상을 닮은 조각 같은 얼굴과 어둡고 깊은 눈빛은 여전했다.


은 색 스푼을 한 손으로 들고 우물거리고 있던 그가 수연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케잌을 삼켰다.


“오랜만이네요. 고등학교 때 이후 처음인가.”


웃고 있는 얼굴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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