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 BGM: 꽃내림 - 아름다운 꽃들과 함께
"있잖아, 리바이."
오늘도 언제나처럼 여자친구인 너는 뒤로한 채, 책상 한 켠에 산더미 같이 쌓여져 있는 서류에만 코를 박고 집중하고 있는 리바이였음. 넌 오후 훈련까지 끝나면 저녁밥도 급하게 먹고는, 잠들기 전 까지의 시간은 쭉 리바이와 함께 보내기 위해 그의 집무실로 달려갔지만, 리바이는 한결같이 서류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너를 반겼음.
"오늘은 반말인건가."
너의 투정 섞인 부름에,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소파에 기댄 채 리바이 자신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너와 눈을 맞추어 주는 리바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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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왜소한 체격에, 왜인지 쓰다듬고 싶은 그의 흑빛 머리칼을 보고 있으면 리바이는 많이 쳐 줘봤자 20대 후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음.
너 역시 네가 104기와 함께 입단한 신병 시절, 이미 병장이던 그를 처음 보았을 때는 젊은 나이로 보이는 저 남성이 벌써 병장 자리를 꿰찼다는 사실이 굉장히 멋있게 보였으며, 그런 리바이가 처음으로 신병들 앞에서 제대로 거인 토벌 시험을 보였을 때는 그에 대한 동경의 마음을 품게 되었음.
사람이든, 물건이든, 혹은 친구든 좋아하는 어떠한 것이 생기면 앞뒤 재지 않고 직진하는 너였기에, 이번에도 네가 마음을 품게 된 리바이 병장을 향해 너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였음.
어디서든 그를 마주칠 때마다 그에 대한 칭찬을 퍼부었으며, 농담 속에 진심을 담아, 네가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그에게 매일매일 인식시켜 주었음. 대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면 리바이 병장의 처지가 난처해질 것을 고려하여 몰래 그의 귀에만 사랑을 속삭이거나, 서류를 건네는 척을 하며 그의 손에 작은 쪽지 조각을 끼워주곤 하였음.
시종일관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너에 대한 리바이의 반응은 한결 같았음. 바로, 네가 어떠한 행동을 하든 차갑게 무시해 버리는 것이었음. 네가 그에게 무슨 말을 던져도 리바이는 눈쌀 하나 찌푸리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하였으며, 네가 그에게 집요하게 대답을 요구할 때면, "잘 시간이다." 혹은, "훈련할 시간이다." 이 두 가지 대답으로 다른 무수한 말들을 함축하여 표현하였음.
10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는 없다지만, 11번 찍어도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바로, 리바이였음.
그리고 그런 목석같은 리바이와는 정반대인 점이 너에게 한 가지 있었음. 네가 한 번 사랑에 빠지면 불도저처럼 오직 그 대상에게만 달려들지만, 너의 무수한 사랑을 잔뜩 받은 상대가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그 사랑이 금새 다른 이에게 옮겨 간다는 점이었음.
그렇게 네가 리바이의 차가운 반응에 지칠때 쯤, 너의 눈에는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음.
바로, 병단 내에서 누구나 동경하는 단장, 엘빈 스미스였음.
그는 네가 말을 걸어올 때면 항상 약간의 미소를 띄며 대답을 친절히 해주었지만, 이상하게 넌 냉정하고 차가운 반응만 내비친 리바이보다도 엘빈에게 말을 건네기가 더 어렵게 느껴졌음.
하지만 그런 과정들에도 재미를 붙이게 된 너는, 엘빈에게 치대기 시작한 처음 며칠 간은 그와 어색했던 탓에 하루에 한 두번 정도만 엘빈을 찾았지만, 이제는 시간이 날 때면 엘빈을 찾아내 그의 옆에서 쉴새없이 떠들거나 가끔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였음.
엘빈에게 애정 공세를 퍼부은 지 한 달이 넘어갈 때 쯤, 정말 신기하고 또 이상한 일이 일어났음.
자신에게 열렬히 호감 표시를 하고 말을 걸어올 때는 한 번도 답하지 않았던 리바이가, 이상하게 네가 엘빈에게 말을 걸려고 하면 널 엘빈에게서 떼어내 어딘가로 데리고 가 버리는 것이었음.
대부분이 리바이의 집무실로 끌려가는 것이었지만 운이 나쁜 날에는 그와 함께 두건을 질끈 매고 먼지 쌓인 창고를 청소하거나, 간부들의 방을 청소하기도 하였음.
그렇게 리바이에게 가로막혀 엘빈에게 말을 못 건지 일주일이 넘어갈 때 쯤, 너는 점점 리바이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였음. 이 사람이 질투를 하는 건가 싶기도 하였지만, 리바이는 막상 엘빈에게 말을 걸려는 너를 데려와서는 조금의 관심조차도 던져주지도 않았고 그저 자신의 시야에 네가 머무르게 할 뿐이었음.
궁금한 건 참지 못 하는 너였기에, 여느 날 같이 엘빈에게 말을 걸다가 리바이에게 붙잡혀 그의 집무실로 끌려온 날, 넌 집무를 보는 리바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였음.
"병장님, 혹시 저한테 호감 있으세요?"
순간 쉴새없이 휘갈겨지던 리바이의 만년필이, 너의 말이 끝나고 딱 1초. 1초간 우뚝하고 종이 위에 멈추어 섰음. 1초의 순간이라, 너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었지만 너는 분명 똑똑히 보았다고 생각하였음.
또 의미없는 말이라 여겼던지, 평소처럼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음. 그리고 그의 차가운 반응에 내성이 생긴 너는, 곧바로 두 번째 돌직구를 던졌음.
"엘빈 단장님이랑 저랑 친하게 지내니까 질투하는 거잖아요, 맞죠?"
이번에는 그의 만년필 대신 눈썹이 살짝 움찔거렸지만 또다시 몇 초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왔음. 점점 승부욕이 생긴 너는, 너의 의문을 해결할 강력한 마지막 직구를 던졌음.
"대답 안 하면 저랑 엘빈 단장님 사귀는 거 허락하는 걸로 알게요."
"어이, 너 말이야."
드디어.
처음으로 그에게서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였음. 그 첫 말이 화를 가득 눌러담은 말이었지만, 너에게는 딱히 상관없었음.
재미를 느끼고 킥킥 웃고 있는 너에게, 이번에는 리바이의 직구가 던져졌음.
"매일 동료들의 밥만 빼앗아 먹는 너와는 다르게 엘빈은 할 일이 많아. 내가 너를 그에게서 떼어놓는 것도 바쁜 그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는 의도다."
"그럼, 그러면 떼어놓기만 하지, 저는 왜 항상 병장님이 데리고 가는 건데요? 오늘도 봐, 또 자기 앞에 나 앉혀놓고 있잖아.."
"이젠 반말로 하겠다는 건가."
"그럴까?"
"목숨이 아깝지 않나보군."
리바이의 농담 반 진담 반이 섞인 대답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음. 그렇게 혼자서 한참을 웃다가 찔끔 나온 눈물을 닦고보니, 리바이는 또다시 정갈한 자세로 집무를 보고 있었음.
너는 그를 편하게 보기 위해, 그의 집무용 책상 앞에 놓인 소파에 앉아, 그를 향해 몸을 틀었고 몇 초간 그를 빤히 바라보았음.
너의 시선이 신경쓰일 법도 한데, 리바이는 미동 하나 없이 서류에 집중한 채 집무만 보고 있었음.
너는 그가 집무에 잔뜩 집중한 지금쯤이면 그의 가슴 속에 꾹 묻어두었던 진실된 속마음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유도심문을 위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였음.
"병장님, 저 귀찮죠?"
"그래."
"저 보고 있으면 시한폭탄 같이 불안하죠?"
"그래, 잘 아는군."
"엘빈 단장님한테 눈빛 보내는 거 보고 있으면 한숨 나오죠?"
"그래."
"근데 저 없으면 조금은 심심하죠? 집무 보다가도 자꾸 저 앉아있던 소파 한 번씩 보게되고.."
"그래."
마지막 질문에도 긍정의 대답이 나오자, 사랑 앞에서는 불도저인 너마저도 그와의 관계를 정의할 만한 마지막 질문을 던지기 전,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지고 심장이 쿵쾅거리며 귀에 들릴 정도로 뛰는 것이 느껴졌음.
넌 정말 마지막 질문을 앞두고,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고는 그를 향해 속사포로 빠르게 질문하였음.
"그럼저랑사귀실래요?잘해드릴게요!!"
"그래."
"어?"
"아?"
"제.. 제가 방금 뭐라했는지 듣고 말씀..하신 거죠?"
"사귀자며."
"네.. 남녀가 그 이성적으로 사랑해서.. 손도 잡고.. 그 뭐냐.. 뽀뽀..도 하는 그거요."
"벌써 한참 앞서 나가고 있군."
"진짜요? 진짜 저랑 사귀실 거에요?"
"지금이면 물러도 돼. 내일은 안 될 테지만."
"헐.. 병장님 저 눈물 날 것 같아요. 도저히 안 믿겨서 그러는데 병장님 입으로 저희 사귄다고 말해주세요.."
"지금보니 먹보에 울보였군."
"빨리요..!!"
"좋아, ㅇㅇ 너와 나는 오늘부터 사귄다. 네 말대로 손도 잡고 입도 맞출거야. 대신 허락은 받고 해. 이정도면 확실한 증거가 되었겠지?"
"네!! 그.. 그럼 저 지금 뽀뽀해도 돼요?"
"당연히,"
"된다고요?"
"끝까지 들어. 안돼."
"그럼 저희 사귀는 거 친구들한테 말해도 돼요?"
"그 104기에게 말 할거면.. 당장 그만둬. 피곤해질 게 뻔해."
"흐음.. 그럼 엘빈 단장님은요? 아, 병장님이 질투하시려나?"
"안돼, 그것도."
"벌써부터 여친 간수라니.. 병장님 보기보다 꽤 사랑꾼이ㅅ"
"오늘 화장실 청소가 한 명 비는데."
"앗, 방금 말 취소취소.."
"엘빈은 아닌 척 하면서도 나에게 훈수를 둘 게 뻔해. 나이 차가 너무 많이 난다느니 뭐, 그런 것들 말이야."
"그래봤자 저랑 병장님이랑 5살 정도 차이일텐데, 뭐."
"5살? 상관에 대한 기본 정보가 많이 부족하군, ㅇㅇ."
"어? 5살보다 더 많이 차이나요? 나는 많아봤자 5살 차이인 줄 알았는데.. 그럼 6살?"
"틀렸어."
"그.. 그럼 7살..?"
"10살."
"예?"
"10살 차이다."
"10, 10살 차이요? 그렇게나??"
"아까도 말했지만 무를 수 있는 건 오늘까지야. 나도 한참이나 어린 너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
"10살.. 10살은 놀랍지만 해봐야죠! 저 그 정도로 포기 안 해요!!"
"다행이군, ㅇㅇ."
"방금 좀.. 피식하셨나?"
"입꼬리가 간지러워서 올린 것 뿐이다. 혹시나 웃었다고 생각하는 거면 잘못 생각한 것이고."
"여자친구한테는 조금 솔직해도 되는데."
"내가 정말 널 솔직하게 대한다면.."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아요?"
"못 들은 걸로 해. 5년은 기다렸다가 찾아와."
"5년? 방금 병장님 입으로 저랑 5년 사귀기로 약속한 거죠? 이러다가 병장님이 먼저 프로포즈 하겠는데? 역시 조사병단 대표 사랑꾼 맞ㄷ"
"화장실 청소."
"너무해.."
"슬슬 저녁시간이군."
"아, 저 말 또 나오네.. 슬슬 나가라는 거죠?"
"하여간 눈치는,"
"아 눈치가 아니라, 그 말만 한 달 동안 최소 30번은 들으면 무슨 뜻인지 어린아이도 다 알 걸요?!!"
너는 씩씩대며 소파에서 벌떡 일어선 후, 문을 힘껏 열었음. 그러다 무언가가 생각난 듯, 다시 몸을 뒤로 틀었음.
"근데, 병장님."
"말 해."
"저희 사귀는 거면.. 애칭 그런 건 없어요?"
"많은 걸 바라는군."
"아, 전 누구랑 다르게 젊어서 그런 로망 많거든요?"
"그럼 차라리 아저씨라 부르지 그래."
"그것 참 좋네요, 리바이 얘쟤쌔~~"
"안 되겠군. 오늘 화장실 청소는 너 확정이다."
"씨.. 미워 진짜. 자꾸 그러면!! 리바이라고 불러버릴 거에요!!"
넌 리바이를 향해 잔뜩 왁왁거리며 투정을 부린 후, 문을 쾅 닫고 복도로 뛰어나갔음. 한참 시끄럽던 네가 나가고 난 뒤의 집무실은 금새 고요해졌지만, 리바이의 머릿속에는 늘상 가득 채워지던 서류나 훈련에 대한 생각들 대신 너의 마지막 말이 계속 맴돌았음.
"리바이라.."
리바이는 잠시 턱을 괸 채 누군가를 떠올리고는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음.
자신을 리바이라 불러준, 그리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믿어준 고맙고도 미안한 옛 친구, 팔런 처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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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리바이."
"오늘은 반말인건가."
"응. 오늘은 반말이 좋아."
"네가 좋다면."
"사실.. 이런 말하면 안 되는데.."
"다른 사람이 좋아졌다는 말 빼고는 다 들어줄 수 있다."
"또 질투병 도졌네..ㅋㅋ 아니, 그런 게 아니라아.."
"ㅇㅇ."
"어, 응?"
"오늘 집무는.. 이쯤하고 이만 잘까."
"그래도 돼? 아직 한참 남았잖아.."
"괜찮아. 누굴 위해서라면야."
"그럼 나도 오늘 여기서 자?"
"역시 집무실은 불편하려나. 침대방으로 갈까?"
"아니아니, 오랜만에 리바이랑 여기서 같이 잘래."
"그래. 먼저 누워."
넌 리바이의 말대로 소파에 풀썩 누운 후, 반짝이는 밤하늘을 뒤로한 채 커튼을 치고, 늘 집무실에서 잠깐씩 잠을 청하면서도 담요 하나 없이 지내던 그가, 너와 사귄 후 처음으로 마련한 담요를 벽장에서 꺼낸 후, 서로의 형체가 은은하게 보이게 하는 촛불에 초를 붙이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음.
이 사람과 벌써 1년이나 사귀었다니.
리바이 병장은 네 남자친구여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정말 든든하고 멋진 사람이었음. 남들이 보기에는 차가워 보일지라도, 너만은 그의 차가운 말 속에 담긴 따뜻한 마음을 발견해 낼 수 있었으며, 지금껏 무수한 투정을 쏟아내는 너를 단 한 번도 내친 적이 없었음. 어떨 때는 병장으로서, 그리고 어떨 때는 연인으로서 매 시간 너의 곁을 외롭지 않게 묵묵히 지켜준 그런 사람이었음.
"그 음흉한 미소는 뭐냐."
"그냥, 좋아서."
"아직 날이 춥다. 이불 끝까지 덮고."
"알았으니까, 빨리 눕기나 해."
너의 목 끝까지 이불을 꾹꾹 눌러주던 리바이는 너의 손길에 이끌려, 네 옆자리에 풀썩 누웠음.
"안 불편한가."
"응. 너무 좋은데?"
리바이는 옆으로 돌아누워, 너의 얼굴을 보기 위해 한 손은 팔꿈치로 바닥을 짚은 채 자신의 머리를 받쳤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자신을 보며 해맑게 웃고 있는 너의 머리칼을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음.
"이제 이야기해봐. 들어줄 준비는 되었어."
"사실 나 지금 너무 좋아. 너무 좋아서 그런 생각들은 지워진 것 같은데?"
"거짓말. 난 네 얼굴만 보면 다 알 수 있어."
"하.. 리바이는 못 속인다니까."
"응."
넌 정말 지금 이 순간들이 너무나 좋았음. 잔잔한 새벽 풀벌레 소리에, 조금은 서늘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여서 따스한 소파 위. 그리고 너만을 위해 집무도 내던지고 네가 편안히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네 옆에 누워 준 리바이까지.
이 순간들이 너무나 좋아서, 그런 우울한 말은 하고싶지 않았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우울한 생각들은 행복한 순간일수록 더더욱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듯 하였음.
"음.. 좀 무거운 이야기일 수도 있어."
"그래."
"나보다 리바이가 더 많이 체감하겠지만.. 우리가 사귄 1년 동안에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에도 조사병단에서는 무수한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었잖아."
"... 응."
"그래서, 나는.. 조금, 아니 많이 무섭고 두려워. 우리가 이렇게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당장 내일 밤에도 이렇게 서로 함께할 수 있다는 건 확신하지 못 하는 거니까.."
넌 말을 잇다말고 눈물이 울컥 차오르는 바람에 입을 꾹 다물었음.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지만 울고 싶지 않았고, 리바이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음.
"ㅇㅇ. 조금은 속상한데."
"... 응?"
"1년이지만.. 그래도 그 시간 동안 네게 믿음은 주었다고 생각했어. 그러니 내 앞에서까지 눈물을 참을 필요는 없어."
리바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물이 펑하고 터져버렸음. 넌 어린아이처럼 울어댔고, 리바이는 그런 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품으로 널 따스히 안아주었음. 리바이에게 안긴 채, 그의 토닥이는 손길 덕분에, 넌 한참이나 그의 품 속에서 온갖 감정을 토해내었음.
"흑.. 흐윽.."
"이제 진정이 좀 되었나."
"응.. 미안.."
언뜻 봐도 리바이의 옷에는 네 눈물 자국으로 큰 얼룩이 생겨 있었음. 자신에게 미안해 하는 네 모습을 보기 싫었던 리바이는 촛불을 꺼버렸고, 다행히 더 이상 네 눈에는 리바이도, 그리고 리바이의 잔뜩 젖은 옷도 보이지 않았음.
시각이 사라지니, 시각을 제외한 감각들이 더욱 잘 느껴지게 되었음.
"리바이, 여기 있지?'
"응. 네가 꼭 붙들고 있는 게 나잖냐."
"더, 더 안아줘."
대답 대신 돌아온 건 그의 따스한 품 속이었음. 네가 가장 좋아하는, 시원하면서도 어딘가 포근한 리바이 특유의 체취를 맡으며 서서히 잠 기운이 오는 것을 느꼈음.
"... ㅇㅇ."
"으응.."
"우리가 처음 사귀기로 한 날. 너와 내가 한 약속을 기억해?"
"약속..?"
"최소 5년은 사귀기로 했던 것."
"아.. 맞아, 5년.."
"난 그 약속 지킬 자신.. 있다. 조사병단 병장으로서는 절대 하지 않을 약속이지만 ㅇㅇ 너의 연인으로서는 고민도 하지 않고 지키겠다고 다짐할 수 있어."
넌 리바이의 마지막 말을 끝내 다 듣지 못 하고 잠에 들었음. 하지만 더 이상 전처럼의 불안함은 느껴지지 않았고, 대신 그와 앞으로 함께할 수많은 나날들이 기대가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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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은 지났을라나.
넌 리바이의 품 속에 안겨 숨소리를 내며 깊이 잠들어 있었음. 그러나 여기, 너에게는 걱정 말라며 잔뜩 안심시켜 놓고는 자신은 잠에 들지 못 하는 사람이 있었음.
바로, 너의 연인 리바이였음.
너에게는 절대 죽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오늘 너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항상 마음 속 깊은 곳에 애써 눌러만 왔던 생각들이 폭포수처럼 터져버려 그의 머릿 속을 가득 매워버린 것이었음.
리바이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음. 자신의 품 속에 안겨있는 너는 오늘따라 유독 연약해 보였고, 당장이라도 조사병단 같은 위험한 일은 그만두고 평범한 소녀의 삶을 살라고 말하고 싶었음.
리바이는 잠시 혼자만의 생각을 해보았음. ㅇㅇ과 자신의 죽음. 둘에게만 평생 동안, 아님 최소한 거인 토벌에 성공할 때까지 만이라도 신의 가호가 펼쳐진다는 보장은 없었고, 오히려 지난 달에 보았던 동료들의 그런 무참한 죽음이 자신들을 스쳐 지나갈 가능성이 더 컸음.
ㅇㅇ이 없는 미래. 혹시나 자신이 무너져 내릴까봐 일부러 지금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은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였음. 지금껏 널 만나기 전의 리바이는 인류의 자유를 위해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지만, 이제 널 만나고 난 후의 리바이에게 지켜야 할 인류는 딱 한 명, 너 하나 뿐이었음.
리바이는 품 속의 널 더 꽉 끌어안은 채, 네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으며 계속해서 되뇌였음.
리바이 자신은 널 절대 죽지 않게 하겠다고. 자신은 아무래도 좋으니 너만은 안 된다고.
그리고 너에게는 절대 말 못 하겠지만 리바이가 너만을 살리기 위해 매일같이 죽도록 노력하는 이유가 있었음.
바로, 그 무엇도 아닌 리바이 자신을 위한 것이었음. 네가 만약 리바이 자신보다 먼저 죽게 된다면 리바이는 널 잃어버리고는 잔뜩 무너진 채, 죽음보다 더 잔인한 나날 속에서 죽지 못 해 살아갈 것이 뻔하였음.
너와 사귀고 난 이후부터 누군가의 존재의 소중함을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끼게 된 리바이는 이제, 널 만나기 전의 이성적인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음. 거지가 되어도 좋고, 지금보다 더 일이 많아지더라도 좋으니, 너 하나 만큼은 자신에게서 앗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리바이였음.
그렇게, 네가 운 좋게 살아남아 리바이와 평생을 함께 하더라도 앞으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 할 리바이의 처음이자 마지막 투정이 새벽녘과 함께 서서히 꺼져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