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글의 쓰니이자 여성인 D입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을 성별, 직업, 나이 등을 떠나 객관적으로 알고 싶어 일부러 A, B, C의 입장에서 써 보려고 했는데, 역시 알아채신 분들이 많으셨네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댓글과 관심을 주실 줄 몰랐습니다.
퇴근 후에 댓글 하나하나 읽어보며 따뜻한 위로도, 쓴소리도 감사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이 일은 4개월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처음 올린 글에서는 글이 너무 길어질까봐 자세하게 쓰지를 못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신 고마운 분들에게 몇 가지 의문점을 드린 것 같아요.
제가 후기 겸 못다 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너무 구구절절이라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1. 왜 제가 회식을 가지 않았었냐면.. 제 직업은 코로나시국에 회식을 하면 사회적인 지탄을 받을 직업입니다.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하는 부분을 용서하세요. 저는 직장동료와 부서장이 회식을 참여하지 않는다고 뒷담화 하는 것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기에 감수했습니다. 그리고 A, B, C 모두 술자리를 좋아한다고 알고 있어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A가 직접 제게 식사를 제의할 때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고 B, C는 저보다 연차가 한참 낮은 사람들이기에 이 사람들이 이제껏 내가 회식을 빠진 것을 신경 쓰고 있었나보다 하고 생각하여 미안한 마음에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2. 처음 저녁식사를 A가 제안하여 갔을 때, 제가 2차에서 중간에 자리를 떠야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외진 곳에 살고 있어 대리를 부르기도 어렵고, 택시도 잘 잡히지 않기 때문에 식사 전날까지 고민을 하고 있었더니 제 남친이 걱정된다며 고맙게도 데리러 오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요. 자리를 떠야 하는 이유를 물어봐서 제가 술을 마시면 운전을 못하니(출근 때문에 제 차를 가져갔었습니다.) 남친이 데리러 온다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A가 그때부터 남친한테 잠깐만 자리 같이 하면 안되냐, 인사만 하고 가면 안되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남친에게 아직 주변인들을 보여준 적이 없어서 부담스러워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A가 계속해서 얼굴만 비추고 가라, 잠깐이고 우리끼리인데 어떠냐고 해서 저도 진절머리가 나서 남친에게 의사를 물어보았습니다. 남친은 흔쾌히 상관없다더군요. 그래서 30분가량 합석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와 남친이 하는 취미생활도 이야기가 나오고 세 사람이 체험을 한다면 멀리 오시는데 식사대접을 하겠다고 제 남친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돈을 보태 회식에 빠져 미안한 마음을 해소하려는 생각이었지요.
3. 체험은 많은 분들이 추측하시는 것처럼 클라이밍이나 골프와 비슷한 것입니다. 자표가 될까봐 이렇게만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 체험 당일 날 아침, 제가 제 차로 A, B, C를 직접 픽업을 했습니다. 원래는 체험비가 있고 체험장에서 가르쳐주시는 분들이 무료로 해주는 것이니 B, C에게 오는 길에 가르쳐주시는 분들에게 드릴 간단한 샌드위치와 물을 사다달라고 부탁했어요. 물론 그 돈은 제가 나중에 준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가르쳐주시는 분들 2인분과 A, B, C의 몫, 그리고 제 것까지 6인분을 사왔더군요. 그래도 나눠 내겠다고 하여 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소갈비집에서 식사 후 저와 남친이 먼저 자리를 떴는데, B가 단톡방에다가 샌드위치값을 n분의1 하여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사실 제 남친이 화가 난 부분은 여기였습니다. 우리 쪽에서 그 정도 식사비를 지불 했는데 고작 15000원을 저에게 보내라고 하는 것이 자신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기분이 나빠 그 돈을 보내주고 바로 단톡방을 나왔습니다.
4. 한우소갈비집에서, 저는 사실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이 상황이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어이가 없고 손이 떨렸어요. 나중에 나와서 물어보니 남친은 이미 메뉴 시킬 때 이 사람들이 작정을 했구나 하고 생각했고, 어디까지 하는지 궁금해서 놔두어 보았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그 자리에서 태연하게 남친이 저를 챙겨주는 것에 너무 미안하고 무안했습니다. 제 친구들도 한 번도 본 적 없고 제 주변 사람들을 처음 보여주는 건데 설마 제 직장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이토록 무례한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정말 많이 후회했어요.
5. 소갈비집에서 계산 후에 A가 “식사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 어떡해~”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앞으로 계속 볼건데 저 많이 사주시면 되죠, 라고 예의상 말했더니 “우리 부서이동하면 얼굴 보기 힘들지~”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나중에 오래 볼 사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다는 A의 변명을 믿기는 어려웠지만 그냥 넘어갔지요.
6. C의 존재감이 왜 이렇게 없냐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어 말씀드리자면, C는 신규입니다. 제가 기분이 나쁘다고 말을 한 이후에도 단 한 번도 제게 사과한 적 없습니다. 하지만 연차가 많이 차이 나는 제가 한참 어린 C에 대해서 비난하기가 좀 마음에 걸려 가급적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B와 C는 나이가 비슷해서 항상 함께 다니는 절친이에요. 소갈비집에서 제가 원래 주말에 직장사람은 절대 안 만난다고 했더니 C가 제게 ‘다가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왜 주말에 안 만나요?’ 등 저를 사회성이 결여된 인간으로 몰아가더군요. 제가 그렇게 보였나봅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 너 같은 애 말고 좋은 직장 친구 많아..^^
7. 왜 바로 그 자리 혹은 그 다음 날 이야기하지 않았냐? 네, 저도 정말 저의 어리석음을 통탄하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말하지 못한 이유는, 사실 저도 너무 당황하고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어요. 그래서 그 다음 날 A, B, C의 태도를 보고 그냥 좋게 생각하고 넘어갈지, 아닐지를 결정하려고 했지요. 다음 날 아무런 일 없다는 듯 인사도 없고 제게 어제 밥 잘 먹었다는 말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속앓이를 했습니다. 이렇게 귀도 많고 입도 많은 직장에서, 과연 내가 이걸 문제 삼으면 나만 속 좁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사람을 믿은 제 탓이라는 생각에 제 마음이 많이 무너졌어요. 그런 저를 보고 남친이 그 돈을 저를 위해 쓴 것이고 본인 입장에서는 그리 큰 돈이 아니기에 본인은 괜찮다, 하지만 네가 그렇게 마음이 힘들 정도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하더군요. 저도 그에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야기하지 않고 2주를 기다린 것은, 부서에서 다함께 작업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고, 사이가 껄끄러운 상태로 일하기는 어려운 작업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로 직장 일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 모든 작업이 끝난 후 A, B, C에게 밥을 사달라고 말했습니다.
8. A는 제가 A, B, C에게 기분 나빴다고 말한 뒤 바로 돈을 보낸 것이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 한마디 하고 일주일 뒤,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부서에 제가 발령 받았다는 것을 A가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 날 갑자기 돈을 보내더군요. A가 돈을 보냈을 때, 먼저 남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기분이 나빠서라도 돈을 돌려주고 싶으나 돈을 쓴 사람이 이 돈을 받을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구요. 남친은 저에게 쓴 것이니 본인이 받을 이유가 없고, 그 돈을 받더라도 A, B, C에게 우리 쪽에서 베푼 것이 더 많은 셈이니 그 돈을 제가 받기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돈으로 나중에 남친 맛있는 것 사주었습니다. 그 돈이 셋이서 모아서 보낸 건지, A 단독으로 생각하고 보낸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로 대화한 적이 없어서요.
9. 그들이 이렇게 행동한 이유는 사실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로 거의 접점 없이 지내오다가 갑자기 식사를 제의 받은 것이었거든요. 유일하게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이 회식이라 말씀드린 것입니다. 처음에는 왜 그랬을까, 내가 뭘 잘못했었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별 의미 없는 일이었고 이제는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제 지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을 때 다들 기함을 했습니다. 그리고 20만원을 당연히 받아야 한다, 구설수에 오를 수 있으니 안 받는 게 나았을 것 같다로 의견이 조금 나뉘더군요. 그리고 이야기를 들은 모두가 이곳에 글을 써 보기를 추천하였습니다. 말씀들을 들어보니 받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 잘 한 것이었네요.
저의 근황을 잠깐 이야기 드리자면, 부서이동을 했으나 여전히 저는 A, B, C와 하루에 한 번은 마주치는 직장에 있어요. 업무적으로 만날 때도 있는데 그쪽에서는 많이 불편해하더군요. 하지만 제 마음은 편합니다. 남친은 종종 그 개념삼총사 잘 있냐고 안부를 물으며 우리 결혼하면 부조금 얼마 낼지 너무 궁금하니까 꼭 초대하자고 하네요..바보.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