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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했는데 니 생각이 난다

쓰니 |2022.04.12 02:23
조회 903 |추천 7
말 그대로 결혼했는데 요즘 부쩍 니 생각이 난다.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라면 질색하는 너니까
이 글을 읽게될 리 없다는걸 잘 알지만
그래도 너한테 꼭 닿았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에
익명으로 남겨본다.


너랑 완전히 헤어지고 2년.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사귄지 2달만에 날 잡았다.
남편을 만나고 알았다.
결혼이라는게 이렇게 자연스럽고 물 흐르듯 흘러갈 수 있다는 걸.
넌 아직 준비가 안됬다고, 지금은 아니라고 미루기만 급급했고
니 사업이 먼저여서 늘 나더러 기다리라고만 했지.
그게 나만큼 너도 간절하지 않았던 거라는걸 나는 이제야 알았다.

우리가 결혼하면 집을 구해야한다는 말에
우리집에선 집도 해주겠다 하셨고
니 사업자금이 부족하면 금전적 지원도 해주시겠다 했던 건
니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너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당신 딸인 내가 좋다니 믿어주고 싶으셨던 마음이었다.
그 마저도 넌 그 잘난 니 자존심 때문에 굳이 싫다고 했지.
처가가 너한테 간섭할까봐 걱정된다고.
물론 부담일 수 있었다는 건 잘 안다.
근데 단돈 100원이라도 도와주시는 걸 감사히 받을 줄 아는것도 삐뚤어지지않은 마음에서 나오는거더라.
그래서 지금 우리 부부는 얼마를 지원받았든
금액에 상관 없이 양가에 서로 더 알뜰살뜰하게 잘하면서 산다.
그리고 양가 모두 우리한테 일절 간섭 안하시더라ㅋㅋ

그 땐 정말 니가 독립심이 강하다고 멋져보였는데
그냥 자격지심이었다는 거 뒤늦게 알았다.
가끔 니가 농담이라면서 어차피 우린 결혼할거니까
미리 사업자금을 받을까 묻는다거나
만기된 내 적금을 너에게 투자하라고 우스개소리할 때
니 논리가 개소리인걸 알았어야 하는데....
늦었지만 늦게라도 알아서 다행이었다.

넌 한번도 여자친구인 내게 예쁘다거나 귀엽다고 한 적이 없었지.
물론 내가 예쁘거나 귀여운 외모가 아닌 건 맞아.
그런데 말야.
지금 이 남자는 떡진 머리에 눈꼽이 부스스한 나를 보고도
어쩜 이렇게 예쁘냐고 감탄해주더라.
진실이 어떻든
말 한마디 어려운거 아니었을텐데 넌 참 인색했구나 싶었다.
여자가 외모가 별로면 그 흔한 착하다는,
성격이 좋다는 인사치레라도 할수있었을텐데
넌 그것도 인색했더라.
늘 니가 나보다 외모가 낫고 귀엽다고 했었고 나도 그렇다했는데
여자눈에 남자가 잘생기고 귀여워보이는 건 사랑에 빠져서지
진짜 니 외모가 잘나서가 아니었다는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나도 장동건, 공유가 너보다 오억만배 잘생겼다는거
알면서도 니 칭찬 해준거다.

친구들이 니 앞에 서있는 나는 늘 니 눈치를 봤다고 했었다.
그게 속상하고 그래서 니가 싫었다고.
솔직히 그때의 나는 누구라도 연인사이에는
서로 신경쓰고 배려하는게 당연하니까
남들 눈에는 그래보일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 착각이었더라.
배려와 눈치는 완전히 다른거더라.
너랑 있으면 내 머릿속에는 늘
이걸 싫다고 하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답하면 기분 상하지 않을까?
니가 화내진 않을까? 이런 생각뿐이었는데
지금 남편이랑 있을땐 그런 생각을 안하게 되더라.
내가 무슨말을 해도 오해하지않고 내가 좋은게 좋다는 사람이라
내가 어지간히 큰 실수를 하지 않는한 나에게 화내거나
기분 상해하지 않더라.
물론 내가 말한마디, 행동 하나에 신경쓰는 건 같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이 더 좋아할까를
더 오래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더라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는
너랑 함께한 그 모든 시간이 후회스럽고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은 널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누리는 이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
몰랐을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행복에 겨울때마다 니 생각이 난다.

메뉴 선택부터 모두 맞추길 원하던 너와 달리
내 의견도 물어봐줄 줄 아는 사람.

니 상황상 결혼해도 아이는 힘들다고
평생 엄마를 꿈꿨던 내 꿈을 접을 결심을 하게 한 너와 달리
매일 엄마로서 행복해하는 내 모습이 기쁘다는 사람.

너는 논리적이고 나는 비논리적이라고
절대 나에게 져주지않던, 무조건 사과를 받던 너와 달리
내 얘길 진심으로 들어주고 가끔 내 억지에도
우리가 함께할수있으니 아무렴 어떻냐며 웃으며
넘어가줄 줄 아는 사람

내가 전화를 안받으면 부재중을 몇십통을 만들면서
뭐하느라 안받냐고 짜증내던 너와 달리
혹시 무슨일 생겼냐고 걱정부터 하는 사람

나한테는 그 흔한 로드샵 목걸이 하나 사줄줄 모르면서
소소한 물건부터 명품까지 사달란 말을
농담반 진담반 입에 달았던 너와 달리
자기돈만큼 내가 버는 돈도 귀하게 생각해서
빼빼로 하나도 명품처럼 받아주는 사람

같은 결론일지라도
너 혼자 벌면 억울하니 반드시 맞벌이를 해야한다던 너와 달리
말만이어도 맞벌이던 전업주부던간에
내 선택을 우선 존중해주겠다는 사람

내가 함께하자는 데이트에 가성비 따지며 거절하는 너와 달리
같이하면서 행복해하는 내가 더 가치있다고 말해주는 사람

나를 위해 작곡을 한다, 공부를 한다 말만 뻔지르르한 너와 달리
직접 피아노를 쳐주고 결과물을 공유해주는 사람

트집보다 칭찬을 먼저 해줄줄 아는 사람
낯설고 안내키는것도 기꺼이 Yes 먼저 해주는 사람

내가 나 스스로 자책하고 무기력하게 느끼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안해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사람.

그래서 내가 더 노력하고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


이런 감사함과 행복함이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건지
너를 겪어보지 않았다면 아마 잘 몰랐을 거다.

솔직히 너는 그냥 살던대로 살고 있겠지.
그런데 감히 말하건데 나는 그때보다 훨씬 풍족하다.
하루하루 이 삶이 감사하고 매일이 미치게 행복하기까지 하다.
너와 함께한 그 긴 시간 덕분에 니 옆에서 그저 그랬던 내가
얼마나 반짝일수 있었던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는 말이 너에게 꼭 전해졌음 좋겠다.


사실 오래 만난 시간만큼 너랑 함께한 시간이 꼬리표같았는데
이 글을 끝으로 나는 너를 영영 털어내게 될 것 같다.
니가 잘지내던말던, 행복하던말던 내 알 바 아니고
헤어져줘서, 오래 질척대지 않아줘서,
니 옆에서는 평생 몰랐을 기쁨과 행복을 누릴수있게
훌륭한 대조군이 되줘서 진짜 고맙다!!
추천수7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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