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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과 연 끊은지 일년 째에요

cc |2022.05.04 13:19
조회 78,601 |추천 433
30대 중반 애 키우는 아줌마에요. 친정만 보면 속 답답하고 싸움만 나서 열불 터지다가 홧김에 연락을 끊었는데 어영부영 연락 안 한지 일년 째 되네요. 세상 너무 편하고 천국인가 싶고... 근데 이게 편안한 내가 비정상인것 같고 그런 복잡한 심정입니다. 
친정엄마는 한 평생 저한테 올인하신 분이죠. 저도 엄마가 저 하나 보고 평생을 희생하신 걸 알아요. 
강남 살면서 자식 뒤 졸졸 따라다니며 모든 학원을 라이드 해 주는 본인 인생에 자부심이 크셨던 분이셨어요. 자식 성적에 일희일비.. 학교 끝나면 엄마 차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고 학원 끝날 때 까지 그 앞에서 또 기다리고 바로 다음 학원으로 데려다 주고 독서실 갈 때도 카드 찍어서 들어가고 나오는데 그 기록이 전부 엄마한테 전송되는 곳에 다녔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 때 우울증이 있었던 거 같아요. 생일 케이크도 친구들하고 못 먹고 학원 가는 엄마차 안에서 먹었는데 마치 귀신들린 듯이 미친듯이 퍼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 제 모습에 스스로 놀라고 있는데 저를 혐오스럽게 쳐다보는 엄마의 시선에 놀라서 왜 그렇게 보냐고 따졌었죠. 
그 뒤로 정신병이란 나약해서 생기는 거라고 귀에 못 박히도록 말씀하시곤 했는데 아마 엄마는 알고 계셨던 것 같네요. 그때의 저는 정상이 아니었다는 걸. 
수능 실패하고 재수해서 대학에 들어갔지만엄마가 원하는 전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시 편입 시험 준비를 해서 원하시는 과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대학 생활이라는 걸 못하고 내내 편입 학원만 다녔네요. 
24살이 되어서야 드디어 '제대로된 대학' (엄마가 원하는 전공의)에 들어가서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었고그때의 저는 24살이라는 나이 치고 많이 어리숙했습니다. 저의 모든 생활이 엄마의 통제 아래 있었고 제가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 뒤로도 독립심을 기르고 성인으로써 정상적인 행동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28살 까지 은행 거래나 핸드폰 개통도 혼자 가 본 적이 없어요.항상 엄마가 따라와서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셨고, 저는 엄마의 지시를 신속하게 잘 따르는 것 만이 칭찬받는 길이었으니까요.  뭔가 스스로 하려고 해도 "내가 이걸 혼자 결정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한테 허락받지 않고 하는 모든 것에 불안감을 느꼈죠. 28살에 처음 취직을 했는데 아마 그때의 저는 끔찍하게 일 못하는 신입이었을 꺼에요.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신입.. 커피도 못 타고 복사기 사용법도 알려주지 않으면 모르는 신입.간단한 은행 업무도 혼자 못 보는 신입이었죠. 당시 저의 사수분과 선배 분들께 지금도 죄송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아서 키우면서 '아 내 인생은 스스로 결정하고 헤쳐나가야 되는 거구나' 라는 것을 깊이 느꼈어요. 이 간단한 진리를 깨닫는데 30년이나 걸렸죠. 
하지만 저는 독립하고 나아가려고 하는데 친정엄마는 제가 뭐든 혼자서 결정하는 것을 견디지 못해 하셨어요. 
제가 혼수를 고르는 것도 반대, 벽지 고르는 것도 반대,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도 반대, 심지어 은행 어플을 까는 것도 반대 (은행 업무는 무조건 직접 통장 들고 가서 하라고 하셨음) 어린이집에 내 아이를 맡기는 것도 반대 맞벌이 하는 것도 반대 
뭘 하든 반대 반대
내가 지시한 데로만 따라하라고 왜 너는 혼자서 생각하려고 하는거야 왜!!!
제가 독립 하면 할 수록 친정엄마의 히스테리는 점점 심해졌고 
급기야는 커피 마시고 화장실 가는 횟수까지 참견하고 조정하려고 하셨죠. 화장실을 왜 지금 가냐, 30분 참았다가 가라지금 가면 방광염 같은거 아니냐! 남들이 이상하게 보는거 아니냐!!!! 내 말 무시하는 거냐!!!!


늘 같은 주제로 부딪히고 부딪히고 어느 날 너무 지쳐서 연락을 끊었습니다. 
뭐.. 엄마는 제가 항상 복종하고 연락하고 비위를 맞추는 관계에 익숙해져 있었으니제가 연락하지 않으니 먼저 절대 연락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글쎄요 제가 갑자기 입원하거나 큰일을 당해도 제가 바짝 숙이고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결코 찾아오시지 않으실 겁니다. 엄마는 자신에게 종속된 딸이 필요한 거지, 제가 필요한 건 아니니까요.제가 자신의 손 안에서 벗어나서 한 어른이 되어가는 걸 참지 못하신 것 같아요. 
연락을 끊은 후 한동안은 미칠 것 같아서 심리상담도 받았습니다. 상담 선생님이 좋지 않은 환경인데 강하게 잘 버텼다고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엄마한테서는 늘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덤벙대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는' '큰 일은 항상 나에게 의지해야 하는' 미숙한 어른 취급 받았는데 상담 선생님의 격려가 정말 인상깊었고 힘이 되었네요.  
지금도 제 판단이 도의적으로 옳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삶과 심리가 많이 안정되고 편안해 진 것은 사실이에요. 그리고 덕분에 남편과의 관계도 많이 좋아졌어요.친정엄마는 늘 모자라고 멍청한 저 때문에 남편이 바람날 꺼라고 세뇌했거든요. 제가 영어를 못해서ㅋㅋㅋ 남편이 바람날 꺼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 그때는 하도 자주 듣다 보니 그런가..? 싶은 생각도 했었답니다. 남편을 쓸데없이 늘 의심하게 되고.. 그걸 부추겼었죠. 

친정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데 '친엄마인데 그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드시는 분이 있다면일단 연락을 중단해 보세요. 그 뒤로 자기 자신을 치료한 후 다음 단계를 생각해 보아도 늦지 않습니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돌아보고 자신을 치유하면, 엄마를 상대해도 상처받지 않을 만큼 강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추천수433
반대수16
베플ㅇㅇ|2022.05.04 13:36
아무리 헌신을 다해서 님을 키웠어도 어머니는 님을 바보로 키운거나 다름없어요 마음아파도 한 10년 연끊으세요 더 늙어서 보세요 님 엄마같은 사람은 님이 전화하는 순간 님은 과거로 돌아가는겁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젠 님을 바보로 보는 사람이 엄마╋남편이 될겁니다 과거로 돌아가지 마세요 30중반까지 엄마말대로 살았는데 겨우 1년에 님이 남들만큼 자주적일지는 모르겠네요 몇년동안 님의 문제를 님이 헤쳐나가세요 강하게
베플남자ㅇㅇ|2022.05.04 14:47
가스라이팅이 이렇게 무서움
베플ㅇㅇ|2022.05.04 15:39
헐..쓰니님........ 저도 엄마가 정해주는 로드맵으로 20대 후반까지 살아왔어요. 강남 라이딩ㅋㅋㅋ똑같아요 학교,학원 전부 엄마차 타고 다녀서 길바닥 밟아본 적이 없는듯요...대중교통 자체를 10대때 한 2번 타봤나.. 인생 2막은 취업 후에요. 그전까진 경제력이 없으니(용돈을 현금으로 안주고 카드 솔직히 휴대폰 개통도 알아서 엄마가 해주고, 은행일 볼게 뭐있어요 돈도 없고 다 부모님 카드로 쓰는데..) 물론 타고난 성격이 전 온순한 편이 아니라 반항하고 난리치고 싸운적도 많지만 결국 다 엄마뜻대로 대학(3수),취직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전 쓰니님이 대단한게 그래도 결혼 하신거 보면 최소 겉으로 드러나는 조건은 엄마 눈에 차는 남편 만나셨나 보네요. 결혼을 통해 경제적으로 독립하셨으면 정신적으로도 독립하시는게 맞죠. 참고로 저는 결혼 포기 했어요. ㅎ 엄마 눈에 차는 남자도 없고, 설령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더라도 지긋지긋할거같아요. 아예 천륜을 끊는건 사실 생각을 못해보긴 했는데... 여하튼 쓰니님의 결단력을 응원합니다
베플ㅇㅇ|2022.05.04 20:04
오은영 박사가 말하신 전형적인 침습형 어머니네요 마치 영조와 사도세자처럼 일거수 일투족을 못마땅해 하고 잔소리 하고 통제하려 하고 그러다 사도세자는 미쳤죠 그럼에도 가정을 이루고 어머니의 정신적 학대를 인지하고 연을 끊은 쓰니는 엄청 강한 사람이에요 잘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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