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라에게.
리바이다. 막상 글을 쓰려니까 어색하군. 너는 그곳에서 평안한가. 또 다른 녀석들은 잘 있나. 그곳에서도 평소처럼 시끌벅적할 너희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군.
그래도 그곳에서 만큼은 너희의 세상이 넓고, 고요했으면한다. 이곳은 여전하다. 인력은 많이 빠졌지만 늘 위험하고, 또 위험하다.
너희들의 부재로 다른 녀석들은 내 심기를 거스르지않으려 일부러 나를 피하고있다.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을 알긴한다만 내가 더 고독해진다는 것을 그녀석들은 죽었다깨어나도 모르겠지. 그래도 내가 울적할 때면 한지가 오버해서 내 심기를 건드려주곤한다. 귀찮고, 기가차지만 그때만큼은 너희 생각이 안나서 한지에게 고맙다.
언제나 너희의 말소리로 시끄러웠던 내 집무실은 이제 시간이 멈춰버린 곳 같다. 가끔은 너희들의 웃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리기도한다. 그럴때면 많은 녀석들의 죽음을 봐왔지만 너희는 나한테 특별한 존재인거 같군.
그중에서도 페트라. 특히 니 생각이 가장 많이 난다. 요즘처럼 끼니를 거르고 홍차만 마실 때면 늘 니가 구박 아닌 구박을 하곤했지. 아까도 혼자 홍차를 마시다 니 생각이 나서 웃음을 흘리곤했다. 정신줄을 놓아버린걸까 싶어서 너에 대한 내 마음을 글로쓰고 정리하려고 펜을 잡았다.
널 처음 봤을 때는 참 약하고, 여리다고만 생각했었다. 시간이흘러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었지만 언제나 노력하고, 밝은 모습을 보이는 니가 참 강한 사람인 것 같아 기특했다.
니가 내 밑으로 들어오겠다고 한참 입체기동 연습을 할 때 가스를 좀 더 아끼면서 훈련하라고 나무랬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환하게 웃곤했지.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내 마음이 시작된건지도 모르겠다.
너를 내 반으로 임명하고, 니가 내 직속부하가 되었을 때 가까이 붙어 지내게되면서 니가 다른 부하들과는 다르게 와닿는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런적이 처음이라 낯설어서 내 모든 감정을 외면했다. 그때 내가 내 감정에 솔직하게 굴었더라면 어땠을까 후회도하곤한다.
니가 말 실수를 해서 나에 대한 감정을 고백했을 때는 나도 너만큼이나 많이 당황스러웠다. 같은 마음일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민망함에 얼굴이 붉어져 어쩔 줄 몰라하는 너에게 쓸데없는 마음 접으라며 야단쳐서 미안했다. 너한테 만큼은 늘 말을 조심했었는데 그때는 신경 쓸 겨를이없었다. 니가 울음을 꾹참으며 급하게 도망가는 모습이 아직도 머리에 잔상처럼 남아서 마음이 아프다. 그건 내 진심이 아니었으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마라.
그 이후로 너는 예전처럼 날 대하지 못했지. 나도 신경안쓰는척했지만 무척이나 신경쓰이고, 후회스러웠다. 니가 속상해하는걸보는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앞으로의 우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봤다. 나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오래걸렸고, 누군가 날 좋아해준다는게 너무 어색해서 너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었다. 나같은 놈을 좋아해줘서 정말 고맙다.
니가 나를 피하면서 너를 마주할 수 없게 되니까 그동안 묵혀왔던 마음이 폭발하듯 니가 너무 보고싶었다. 그때 내가 너를 얼마나 원하는지 알 수 있었어.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너에게 달려가서 내 마음을 말하고, 끌어안고싶었지만 벽외조사 준비로 니가 많이 피로해보였기에 꾹 참았다. 이번 벽외조사를 끝마치면 너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싶었고, 그럴수있을거라 믿었다.
하지만 너는 돌아오지 못했지. 내가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니 시체 수습도 제대로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너의 아버지를 혼자 남겨둔 것도 전부…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뿐이다. 너의 아버지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눈을 마주할 수 없더군. 니가 아버지에게 내 얘기를 그렇게나 많이 한 줄은 몰랐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니가 날 얼마나 많이 생각했는지 알 수 있었어.
니가 칙칙하기만 했던 내 인생에 나타난 것은 아주 큰 변수였어. 지금 생각해보면 기적같기도 때론 운명같기도하다. 널 생각하면 웃음이나고, 즐거워지면서도 끝은 늘 죄챔감과 그리움으로 마음이 먹먹해진다. 나는 너가 애틋하게 느껴진다만 너는 내가 많이 원망스럽겠지? 날 많이 미워해고, 탓해도 좋다. 대신 꿈에서라도 한번만… 단 한번만이라도 다시 보고싶다.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다 털고, 안고싶다.
니가 내 세상에서 사라진 이후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되어 많이 힘들다. 그래도 너와 함께 했던 날들을 생각하며 버티고있어. 많이 위로가 되더군.
너에게는 아직 하고픈 말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방금 급하게 엘빈이 나를 부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머지 얘기는 나중에 시간나면 또 쓰겠다.
페트라. 너에 좋아하면서도 모른척하고, 니 마음을 다 알면서도 받아주지 않았던 그 시간들이 그때의 내가 나는 너무 원망스럽다. 내가 너에게 준 것은 아픔 뿐이라 미안하다. 그리고 널 지켜주지 못한것도, 널 그렇게 만든 놈도 잡지못해 미안하다. 너를 다시 만날 면목이없지만 꿈에서라도 보고싶은 내가 스스로도 참 염치가없군. 마지막으로 그곳에서는 아프지마라. 내가 마지막으로 본 니 모습은 너무 아파서 그 모습이 참 널 떠올리기도 힘들게 만들어서 걱정이 많이 된다. 부디 지금은 아프지말고, 다른 녀석들과 잘 지내고있어라. 언젠가 다시 만나면 내가 두번다시는 니가 아프지 않도록 잘 지켜주겠다. 잘 지내라. 사랑한다. 페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