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전에 우연히 톡을 알게 되서 개같은 수능날을 보낸 후로도
여전히 틈만 나면 톡을 들여다보는 내일이면 스무살 되는 아리땁지 못한 처자입니다..
오늘 떡하니 메인에 뜬걸 보니 남자 가랭이 사이로 굴러가셨다는..
딱 보자마자 아픈 과거가 떠올라서 이렇게 몇자 적어봅니다.
때는, 제가 중 1때였죠..
아마 중간고사인지 기말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였나 봅니다.
제 친구는 늘 시험공부를 할 때 작은 종이에 깨알같이 정리를 해와서
아침에 달달 외우면서 가곤 했답니다. 정리같은걸 싫어하는 저는
그냥 하나 얻어서 슬슬 보면서 가고 있었죠.
그때 저는 한 손으로는 뒷 문에 있는 기다란 봉 중 하나를 잡고 있었고
한 손으로는 친구가 정리한 조그마한 종이를 부여잡고 있었습니다.
교복에 코트를 입고 있었구요..
그런데 ...
어느 순간, 끼이이이이익 하는 굉음이 들리며 저는 어딘가로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은,
제가 뒷문에서 앞으로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데
버스에 굉장히 사람이 많았는데, 그 분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제가 갈 길을 터주듯이 발을 비켜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_-;;
제 기억속에는, 일사분란하게 타다닥 발을 비켜주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그렇게 버스 승객 여러분들이 친절하게 ㅡㅡ 비켜주신 길을 따라
계속 굴러가서 저는 앞문에, 말 그대로 끼어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 몸뚱이는 닫혀진 앞문과 계단 사이에 ...후덜덜..
아무데도 아프지가 않은데, 도대체 이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니 있었는데
구원의 손길이 오더군요.
한 아저씨가 내민 손을 꽉 부여잡고 일어섰더니
이게 왠걸, 그 많던 버스 승객들이 없는겁니다.
남은 사람은 이름모를 아저씨와 내친구 ....
일단 아저씨가 이끄는 대로 맨 앞 버스 좌석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창 밖을 살펴보니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밖에 서있더군요. 버스기사 아저씨가 들어오셔서
말씀하시더군요.
병원가려고 사람들 다 내리게 했다고 .. 병원 가자고..
근데 저 정말 솔직히 아픈데가 없었습니다.
단지 당황스러웠을 뿐, 아픈 곳이 없어서 그렇게 말씀드리고
그냥 학교나 가자고 ...그랬습니다.
그랬더니 하나둘 사람들이 타더군요. 마침 그 곳이 버스 정류장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학교에 지각을 한 저는 담샘께 눈물로 호소했죠.
오는 길에 버스에서 굴렀다고..뒷문에서 앞문까지 ...
샘은 그럼 병원가야지 학교를 왜왔냐고 안쓰러운 타박을 ..
근데 그때 마침 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 중에
우리 학교 학생이 있었다고 합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서
놀랬는데 버스 안에 제가 덩그라니 있었다는...
나중에 버스기사 아저씨한테 연락 와서 병원가서 사진도 찍고
뭐 그랬습니다.
사람들한테 얘기해 줄땐 엄청 웃겼는데 막상 이렇게
글로 옮기니까 별로 재미없네요 -_-;;
맨날 눈팅만 하다가 첨으로 써보는거라...이해해주십쇼 ㅋㅋㅋㅋ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