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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로 여기까지 왔다.

ㅇㅇ |2022.10.18 22:22
조회 197,376 |추천 2,558
기생충에 나오는 집보다 더 작은 반지하 원룸에 한 식구가 살았다. 실제로 장마철엔 바가지로 물을 퍼내야 했고 화장실도 공용이고 야외에 있었다. 추운 겨울밤에 휴지들고 밖에 나가는게 어찌나 싫던지.. 중학생때 생리 시작하고 화장실 가는게 더더욱 고통스러워져서 집근처 큰 빌딩 개방화장실에서 해결했었다.

학원은 당연히 못다녀봤고 문제집도 친구한테 받아서 연필로 적혀있는 필기 다 지우면서 공부했다. 다행히 시험머리는 좋아서 인서울 장학금 받고 들어갔고 생활비는 한국장학재단 대출받고, 평일엔 과외하고, 주말엔 올리브영 풀로 뛰면서 생활비를 충당했다.

그와중에 잠도 못자고 대외활동하고 어학공부해서 대기업 공채로 들어갔다. 최종합격 연락오던 날 엄마랑 아빠랑 대성통곡하며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연수 끝나고 인생 첫 월급 받았는데 참담했다. 엄마아빠 월급 합친것보다도 더 큰 돈을 25살에 번다는 사실이 기쁘기보다는 무척 슬펐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초반 1~2년은 연봉을 대출금 값는데 썼고 (학자금 말고 저축은행 대출도 있었다) 남는 돈으로 인생 처음으로 적금도 들고 가죽지갑도 사봤다. 이 때 산 아이폰을 지금도 쓰고있다. 2박 3일로 첫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이때도 반지하 투룸에 월세로 살긴 했지만, 내 인생이 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에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돈 모으는건 어렵지 않았다. 절약이 몸에 베있어서 그런가, 월급 거의 그대로 저축할 수 있어서 통장 잔고가 쭉쭉 올라갔다. 이렇게 몇년 있으면 나도 결혼같은거 할 수 있으려나, 희망이 생기기 시작할 때 아빠가 쓰러졌다. 위암 3기였다. 급하게 수술 잡아 위 대부분을 절제했지만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가 많이 됐다. 아빠는 치료를 거부했다. 남은 기간 마음 편히 살고 싶다고. 하지만 나는 그 속에 숨은 뜻을 안다. 돈이 없으니, 그냥 죽겠다는거다.

우리 조부모도 암으로 죽었다. 검진 한번 안받고 병을 키우다 죽기 직전에 알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가족력은 고스란히 아빠에게 갔고, 몇 년 안에 나에게 올 것이다. 가난은 참 무섭다. 병은 물려줘도, 병을 예방하는 방법과 치료할 수 있는 자본은 물려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신들도 모르기 때문에 자식에게도 가르쳐줄 수 없는 것이다. 노동 소득을 높이는 방법이라던가, 재테크를 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모르니까 알려주지 못한다. 가난은 그렇게 되물림된다.

다행히 아직까지 아빠는 살아있고 꽤 즐겁게 사신다. 나는 좋은 회사에 들어가 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치과에 가고, 연애도 하고, 청약도 넣고, 이따금 해외여행을 가는 삶을 살게 되었다. 최근엔 집을 전세로 바꾸었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따박따박 나가는 월세를 더이상 안내도 된다니. 나에겐 그게 행복이다.

퇴근길에 올리브영에 들려 화장품을 몇 개 샀다. 거기서 유니폼 입고 알바하는 대학생 친구들을 보니 문득 나의 고단했던 대학생 시절이 스쳐지나갔다. 서서 졸 정도로 힘들고 지쳐있던 20대의 나를 떠올리면 가엽고 안쓰럽고 기특하다. 그 때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힘껏 안아주며 말해주고 싶다. 고생 많이 했다고, 미래의 너는 행복하게 잘 살거라고.

추천수2,558
반대수42
베플ㅇㅇ|2022.10.19 10:03
“그 때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힘껏 안아주며 말해주고 싶다. 고생 많이 했다고, 미래의 너는 행복하게 잘 살거라고.” 정말 과거의 쓰니가 듣는다면 모든 아픔이 사라질만한 말이네요. 고생 많으셨어요. 늘 행복하세요.
베플궁금해요|2022.10.19 16:36
안녕하세요. 원문 글쓴이인데 글 삭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펌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작 아닙니다. 자기전에 머리가 복잡해 쓴 글이고요... 맞춤법은 고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베플ㅇㅇ|2022.10.19 11:48
수고했어요 :) 응원할게요. 진심으로.
베플ㅇㄴ|2022.10.19 09:34
사람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야지만 뭔가 이룰수 있나봐요 그런거 모르고 산 사람들은 너무 쉽게 얻어 쉽게 잃죠 쓰니님 앞으로도 겪어야할 고난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위 글처럼 잘 이겨내시고 극복해 내시길 바랍니다. 꼭 원하는바 이루시고 행복하시길!
찬반ㅇㅇ|2022.10.19 10:23 전체보기
부동산 하락기 바닥 다져지면 집부터 사세요 대기업이니까 충분~~ 두채사서 상승기때 하나 팔면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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