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헤어지고 시간이 지나서
그 공백들을 메꿔보려
정신없이 앞으로 나아가다가 문득.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장났다.
이대로 가다가 어쩌면,
니가 아닌 다른 사람이던
그 누구던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니가 없는 내가 초라해지지 않게
지나가다 혹시라도 널 봐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일에 몰두했던 것 같다.
일에서 오는 바쁨과 성취감은
순간 너를 잊기에 아주 쉬운 지름길이었다.
그렇게 하면 이 공허함을 모두 메꿀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근데 지금 돌아와서 느끼는 감정은
너의 공백을 그대로 내버려둔 채,
그대로 뒤만 돌아 정신없이 이것저것 두서없이
너와는 상관없는 그 무엇이던 채우려던 욕심이
이젠 내가 누구인지,
뭘 바라보며 살아가야하는지조차 모르는
그냥 살고 있는 무언가.
이름받지 못한 무언가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