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톡커들의 선택 5위에 올라와있는 '6개월 수강생한테 내 아이를 맡기시겠습니까?'라는 글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유아교육을 유아교육답게 지키고자 하는 한 명의 교사로서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혹시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아래에 링크를 첨부합니다.)https://m.pann.nate.com/talk/368853756?currMenu=talker&order=RAN&rankingType=total&page=1
그러나 일부 댓글들에서 제기하는 몇 가지 의문점들에 대해 현직 교사로서 비교적 정확한 답변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조금 긴 글을 적어보려 합니다.
1. 조금 더 배웠다고 교육을 더 잘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맞습니다.
당연히 높은 학력 또는 높은 교육수준이 그 교사의 전문성을 완전히 대변해준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직업이든지 이론 공부를 통해 얻어지는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고 경험으로 얻어지는 실천적 지식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사람을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부릅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아들의 쌓기 놀이 발달 단계를 아예 모르는 교사가 유아들의 쌓기놀이를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다음 단계로 이어지도록 지원할 수 있을까요? 유아의 도덕성 발달에 대한 개념이 없는 교사가 유아에게 올바른 도덕적 관념을 심어줄 수 있을까요? 유아 교사는 각 유아의 발달과 흥미에 맞게 모든 발달 영역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각 영역에 대한 심층적인 이론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면 그때 그때 각 유아와 학급의 상황에 맞게 교육과정을 운영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저는 보육교사 분들의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육교사 분들의 전문성이나 노고를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열정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시는 보육교사 분들도 당연히 많습니다. 그러나 ‘교사’라는 직업은 열정과 사랑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기에, 적어도 그 직업에 대한 책임감과 무게를 감당하기 위한 자격체계 정립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가에서는 현재까지 이러한 책임감과 무게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와 고려 없이 보육교사 자격증을 남발해왔기 때문에 단 6개월의 학점은행제 과정으로도 보육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게 된 것이 현재의 실정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더 나아가서 유보통합을 통해 6개월의 학점은행제 과정을 4년제 사범대학 졸업 및 임용고시 합격을 통해 얻어낸 공립유치원 교사의 자격과 동일 선상에 두려고 합니다.
교사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실천적 지식, 경력, 일머리, 일에 대한 열정, 아이들에 대한 사랑, 따뜻한 인성 모두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교육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유아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교사가 된 사람으로서, 모든 유아들이 교사로서의 책임감과 무게를 가지고, 검증된 자격 체계를 거쳐, 그 안에서 꾸준히 실천적 지식을 쌓아가는 교사에게 교육받을 수 있는 교육현장이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 23.1.14 20:58종종 보육교사 분들의 전문성과 노고를 깎아내리는 댓글이 보이네요.저는 보육교사 자격증이 남발되는 현 정책에 대해 꼬집고 싶은 것이지, 개개인의 보육 교사들을 비난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유보통합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보육교사, 유치원교사, 학부모 할 것 없이 영유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분들 모두가 연합해야 합니다.
유보통합 되면 공무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좋아하는 일부 보육교사의 행태에 대해 비난하는 댓글도 보였어요. 그에 대해 불만스러운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많은 보육교사 분들이 댓글에 달아주신 것처럼 그 비율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또한, 그렇게 생각하시는 보육교사 분들도 사립 어린이집 원장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일순간에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기 때문에 비난하거나 매도하고 싶지 않습니다. 따라서 건강한 의견 나눔은 늘 환영이지만 본질에서 벗어난 비난은 조금 삼가주십사 합니다. 유아들을 위한 교육의 질 향상이 저희의 최종 목표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거나 교사 간 편가르기가 일어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사실 우리가 더 분노하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대상은 개개인의 보육교사보다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제안하고 추진하는 정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유보통합이 되면 오히려 학점은행제에서 취득한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 라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학력이나 자격증과 무관하게 모든 교사가 한 데 뒤섞이게 될 수도 있겠구요, 문제는 이렇게 졸속추진되어서야 어느 쪽에 가까울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교사의 존폐 여부가 달린 사안을 2025년까지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단언해놓고서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정부를 믿고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2.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직장 어린이집은 유아교육과 졸업한 교사들도 많이 가던데요?
당연히 국공립 어린이집 또는 직장 어린이집에도 고학력에 전문성을 갖춘 훌륭하신 선생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하지만 유보통합은 국공립 어린이집 뿐만 아니라 민간 어린이집, 가정 어린이집, 사립 유치원, 국공립 유치원을 포함한 모든 기관을 통합하려는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중 일부인 국공립 어린이집, 직장 어린이집의 경우만 고려하여 자격체계가 평등하다라고 결론 짓고 유보통합을 진행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3. 그럼 합치면 좋은 점이 뭔가요? 찬성하는 사람들은 왜 찬성하는 건가요?
유보통합의 장점이 무엇인지는 저 또한 매우 의문스럽습니다만, 굳이 꼽아본다면 6개월 학점은행제 과정을 이수하신 분들에게는 유아교육과를 졸업하지 않고도 유치원 교사로 일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이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사교육 시장에서는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아래와 같이 적극적으로 학점은행제를 이수하도록 홍보하고 있습니다.
'파격적인 할인 혜택으로', '가장 쉽게', '녹화된 영상을 시청하면서' 6개월 만에 딴 자격증이 자격증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런데 민간 기관을 법인화만 한다고 해서 재정적으로, 인력적으로 투명한 운영이 보장될까요? 사립유치원의 재정적 비리가 전국민적으로 밝혀진 지 5년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국가에서는 이러한 재정적 비리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사립유치원에서도 K-에듀파인 회계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기관에서 시스템 상의 허점을 이용해 여전히 유아들의 교육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예산을 자신들의 이익을 채우기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길게 적지 않아도 사립유치원에 근무하고 계신 선생님들께서 경험을 나누어주신다면 교직에 계시지 않은 분들에게 더 생생하게 전달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결국에는 유아들을 위한 정책이 아닌, 사립 어린이집, 사립 유치원 원장들을 배불리는 정책으로 흘러갈 위험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현직 교사들이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말도 안 되는 정책인 유보통합에 쏟아붓겠다고 정부가 공언한 예산이 자그마치 15조입니다. 국민들의 소중한 혈세를 왜 체계적인 준비도, 공정한 절차도, 합리적인 결과도 없는 유보통합에 쏟아붓겠다는 걸까요? 하루빨리 유보통합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논의와 현장의 의견수렴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더 나아가서는 범국민적 합의를 통해 이 말도 안 되는 정책이 빠르게 철폐되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유보통합에 대해 반대하는 교사들의 성명문과 국민 동의 청원 주소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유보통합 반대 성명서https://naver.me/52hyTdEH
*국민 동의 청원 ( ~ 23.2.10까지) https://petitions.assembly.go.kr/status/onGoing/F14A7AF26FCF280AE054B49691C1987F
+) 덧붙이는 글
유보통합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교사들의 꾸준한 질의가 있었으나,교육부는 '정해진 것이 없다'라며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들은 현장의 의견 수렴 없이 유보통합이 졸속으로 추진될까봐 매일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육아정책연구소'라는 기관에서 2022년 9월에 발표한 '유아교육·보육 통합을 위한 단계적 추진 방안' 중 일부입니다. 아래 개정안과 같이 유아교육법이 전면 폐지된다면,임용고시를 합격해 공립유치원의 교원이 된 사람들은교육공무원의 지위를 박탈당하게 됩니다.정당한 절차를 걸쳐 얻어낸 교육공무원의 지위와 신분을누가, 어떤 자격으로 폐지하겠다는 걸까요?비록 정부나 교육부에서 발표한 정식 개정안이 아닌,육아정책연구소라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기관에서 단독으로 진행한 연구라 할지라도,이러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교사로서 매우 개탄스럽습니다.또한,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정책이 허울 좋은 정책으로 변모하여유아들의 교육과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두렵습니다.유아교육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입니다.함께 분노하고, 주시하고, 힘을 보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