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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밖에 없던 그와의 사랑.

겨울로 |2009.01.08 21:49
조회 389 |추천 0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 군요. 

이별밖엔 없던 그와의 사랑이 나이를 먹어, 이제는 시들어갑니다.

 

2007년 3월, 그를 처음 만난 건 여느 평범한 학원이었습니다. 

묵묵히 앉아있기만 하고 인사도 하지 않아 예의없다 생각했던 그와의 만남은  

별 특별함도, 기억에 남을만한 떨림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학원에 혼자 남아있는 저를 보고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도 않은 채

다가오더니 딱 한마디 하더군요.

 

'밥 먹지 않을래?'

 

이게 그가 저에게 건낸 첫 말마디였습니다. 

그 때 시각 밤 10시. 

그렇게 어색한 우리는 밥먹을 곳을 찾아 이리저리 학원주위를 맴돌았지만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마땅한 식당이 없더군요. 

그렇게 우리의 첫 만찬은 김밥나라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이는 말수가 별로 없었기에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려면  

제가 말이 많아져야만했습니다. 저는 이 말, 저 말, 만들어서라도 말을 마구 해댔습니다.  

그래서그런지 우린 서로에 대해, 참 빠른 시간에 많은 걸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김밥나라 이후, 그와의 만남은 꽤 잦아졌습니다.

공연도 보러가고, 영화도 보러가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그의 입은 열렸고 

더이상 만날 때마다 어색해지지 않게 위해 무슨말을 해야할지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지요. 

차츰 만날 때마다 손잡는 게 자연스러워지고, 헤어지는 게 아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아졌구요. 신기하게도 우린 만날 수 있었던 적이 많았더군요.

예전에 다녔던 학원도 똑같고, 그가 살았던 집과 제가 살았던 집의 거리는  

5분도 안걸리는 곳이더군요. 지금은 우리둘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지만요.^^

그렇습니다, 저희는 여러번 마주쳤을 법한 곳에서 항상 맴돌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야 만나게 된것이지요. 

조금더 신기했던건, 당첨되야지만 보러갈 수 있는 공연장에서 그를 만났었습니다.

약 200명정도 들어갈 수 있는 공연인데, 그도 당첨이 된 것이지요. 

서로의 옆엔 다른 사람이 앉아있었지만, 제 눈엔 그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때 당시, 그와 인사도 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는데, 어느새 그와 저는 자연스레

손을 잡고 다니는 사이가 되어있었지요.

참 기뻤습니다. 연애에 대해서 항상 겁을 내던 제가 변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원체 무뚝뚝한 성격이라, 연애하기 힘들었는 데요,

그이를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더이상 마음을 열지 않더군요. 약속을 잡아도 취소되는 날이 잦아지고,

항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제자리걸음이 아니었는 데 말이죠. 이대로 가다보면

저만 상처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제가,

옛날 버릇이 또 나와버린거죠.. 제가 먼저 등을 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괜한 상처받기전에 말이죠. 그렇게 전 미련없이 연락을 끊었습니다.

우린 연애를 한 것도 아니었고 또 서로 좋아한다는 걸 확인한 적도 없었지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연락을 끊어도, 그가 먼저 연락이 오진 않더군요.

슬프지 않은 척, 멀쩡한 척 하며 지냈지만, 슬펐습니다. 마음이 아팠거든요,

전 정말로 좋아했으니까요.  

그런데 더이상 다가갈 자신이 없어 그냥 그렇게 끝낼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을까요? 작년 11월, 그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그의 생일날이었지요.

 

'내 생일이야'

 

지극히 그이답게 보낸 문자는, 저를 흔들기시작했습니다. 

많이 좋아했었으니까, 아니 많이 좋아하니까 생일정도는 챙겨주어야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의 집 근처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약 5개월만에 말이죠.

저의 집근처에서 만난 이유는 그가 옮긴 학원이 저의 집에서 약 10분거리에 있었습니다.

아니, 10분도 채 안걸리는 거리였지요. 듣자하니, 연락은 끊은 약 5개월동안

여기저기 여러 학원을 알아보다 저의 집 근처 학원이 마음에 들어 정착했나보더라구요.

당연히 그이는 저의 집을 몰랐구요.  

어쩌면 우린 만날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굳이 그이 생일을 챙기고 싶었는 지도 모르구요.

그렇게 선물로 장갑을 사들고 그를 만나러 갔습니다.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결론을 짓고 싶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지요.

5개월만에 만난 그는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적어도 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우린 여느때처럼 손을 잡고 묵묵히 걷기만했습니다.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며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말이죠. 그런데 그의 기분은 우울해보였습니다.

 

'울고싶다' 라면서 말이죠.

 

무슨일이냐곤 물어보기 싫었습니다. 그냥 웃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었죠.

전 예전처럼 옆에서 조잘거렸습니다.

만나서 별로 웃지 않던 그가 웃기시작하자, 제 기분도 덩달아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집에 가려던 무렵, 그가 절 붙잡아 세우더니 말없이 안아주더군요.

아니, 저한테 기대듯이 안더군요.

무슨뜻인진 모르겠지만, 그냥 그의 등을 톡톡 두드려줬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주말에 다시 만나기도 약속을 잡고 저는 집으로,

그이는 학원으로 향했습니다.

전 그 때까지만 해도 그가 절 좋아하고 있다고 확신했고,

예전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만나기 하루 전날, 그가 또다시 못만나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더이상 버틸힘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기다리고 싶지 않았고,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 날 저녁, 그에게 모든 걸 털어놨습니다. 이것저것 말이죠. 그리고 한마디 더 했죠.

마음을 열수 있어서 참 좋았다고, 고맙다고.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알았어.'

이 말이 전부였지요. 그렇게 우리둘의 만남은 거기서 끝나버렸습니다.

인연이라 생각했는데, 진짜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그렇게 끝나버렸습니다.

그 이후로 우린 만나지도, 연락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말로 다 끝난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2008년 11월,

그의 생일이 가까워오자 부쩍 그이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그리고 그의 생일, 그이 생각이 많이 나던 그날,

저는 개인적인 일이 있어 광화문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와의 추억이 곳곳에 묻어있는 그곳에 가서도 멀쩡히 돌아다니는 저를 보고,

저는 이제 정말로 다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교보문고를 활보하던 도중, 익숙한 뒷모습이 보이더군요.

아니겠지 하면서도 의심스러운 뒷모습,

참 그이와 닮은 뒷모습,

아닐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아니길바랬습니다.

그런데 맞더군요.

그의 손에 그가 좋아하던 가방이 들려있었습니다. 전 아무렇지 않게 걸어갔습니다.

그도 저를 보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를 보기 전에, 그가 저를 먼저 발견하곤

고개를 돌리는 걸, 제가 발견했거든요.

태연히 걸어가긴했지만 마음이 울렁거렸습니다.

그렇게 그의 옆을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리곤 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걸었습니다.

최대한 걸음속도를 유지하면서 말이죠. 그 때 알았습니다.

제가 아직도 그를 정리 못했다는 걸.

화도 났습니다. 왜 이렇게 잊을만하면 만나게 되는지, 답답했습니다.

더이상 인연이라고 하며 좋아할 그런 때는 아니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도 참, 우습네요. 그와 헤어진지 정확히 1년만이었습니다.

단 1일도 오차가 없는,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것도 인연이겠죠. 그치만 이젠 더이상 즐겁지 않는 이 인연을 이제는 정리하고 싶습니다. 어느 날, 또 예상치못하게 만나게 될 것같은 그이가 요즘은 문득문득 보고싶어집니다.

그렇다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저 혼자 좋아했던 건지,

아니면 그이도 저를 좋아했던 건지, 여전히 알 수 없지요.

제가 좋아했다는 것만은 확실한데 말이죠.

 

이별만 있었던 우리 사랑

이별투성이었던 우리사랑

이제는 조금씩 조금씩 마음속에 묻히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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