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 남기네요
40대에 접어든 유부녀에요
고향을 떠나 친정에서 해준 돈으로
살림방 딸린 가게 자리에
분식집을 열었어요
일 년 됐네요
저는 김밥 이랑 떡볶이를
남편은 튀김 만들고 배달을 해요
작은 분식집에서
그리 큰돈은 못 만지지만
신랑과 저 그리고 일곱 살 딸아이
단출한 우리 세 식구 입에
풀칠할 정도는 벌고 있어요
남들 다 어렵다 하는 코로나 시기에
저희는 무던히 넘기고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이제 사고뭉치 남편 이야기해볼게요
어느 날은
식재료 준비를 하려는데
공부 끝내고 방에 들어간 우리 딸내미
자지러지는 소리에 깜짝 놀랐네요
'돼지죽었어 돼지죽었어'라며 오열하는
아이 옆에 돼지 저금통 배가 쩍 벌어져 있는 거예요
설마 하는 마음에
신랑한테 전활 걸었더니
우리 딸내미 코 묻은 돈 몽땅 털어서
친구랑 술 사 먹고 있더랍니다
정신이 아득했어요
저녁 장사 끝내고 홀에서
딸아이 공부 봐주고 있는 틈에
이런 비상식적인 짓을 벌이고
술집에 갔네요
목구멍까지 쌍욕이 차올랐지만
아이가 옆에 있어서
각오해라 한마디 하고 바로 끊어버렸어요
혹시 제가 남편 용돈을 안 주는 거 아니냐고요?
아니요 달에 삼십만원씩은 줘요
적다면 적을 수도 있는 돈이지만
당장 저희 형편에 돈 삼십 작은 돈 아니에요
남편 때문에 생긴 대출 빚이 많아요
그거 다 갚을 때 까진 허리띠 졸라 매야 해요
용돈 떨어졌다고 진작 말했음
잔소리야 하겠지만서도
그렇다고 안 주진 안았을 거예요
다시 생각해도 참 기가 차서
술 먹고 싶어서
지자식 돼지 저금통 털었다는
애비 얘기는 듣도 보도 못했네요
일 년 전
저 몰래 주식 코인 투자로 은행 대출에
집 자동차 다 잡혀 먹고
운영하던 사업장도 정리했어요
당장에 이혼하고 싶었지만
미안하다 한번 봐달라 눈물 콧물 쏟으며
무릎 꿇고 싹싹 비는 신랑 모습에
아이 때문이라도 용서했어요
또 한 번은
저희 분식집에서 멀지 않은
빨간 조명 비추는 이상한 술집에서
그 가게 주인 여자랑 이상한 짓 하다 저한테 걸려서 진심 다 엎어버리고 그만 살려던 거
또 아이 생각에 꾹 누르고 참았네요
불과 두 달 전 일이에요
이 꼬라지를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싶어요
남편은 저보다 일곱 살 어려요
제가 운영하는 사업장에
알바 면접 보러 온 게 인연에 시작이었죠
남자치고 꽤 곱상한 인물에
키도 훤칠하고 해서
제 사심 채우려는 마음에
걍 채용했어요
사업장이라 해봐야
저 혼자 하던 1인 기업이라
둘이 붙어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고요
하루는 일이 몰려 저녁도 못 챙기고
밤늦게까지 일이 이어졌어요
미안한 마음에 제가 늦은 저녁을 샀고
술자리까지 이어졌는데
새벽이 넘어가고 뭐에 홀렸던 건지
잠자리를 같이 했어요
아마 그날이 우리 딸아이 가진 날일 거예요
베시시 웃으면서 누나 누나 저한테 안기던
알바한테 순간 제 옆자리 내줬던 거예요
신중하지 못했던 제 잘못이죠
할 수만 있다면 그때로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
딸 팔자는 엄마 팔자 닮는다는
꼰대 같은 소리들이
요즘 들어 예사말로 들리지 않아요
우리 딸은 제발 내 팔자 닮으면 안 되는데....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오랜만에 들렸네요
창피해서 어디 내놓고 풀지 못할 말들
판에서라도 털어놓으니
가슴속 답답한 응어리가 조금은 풀렸어요
두서없이 쓴 제 한풀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