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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로판 읽어볼사람

ㅇㅇ |2023.03.06 22:30
조회 259 |추천 0
읽고 후기좀 재미로 3화정도까지 써밧는데 ㄱㅊ으면 조아라 연재해보게

본래 나는 공녀였다. '가문의 4번째 자손은 성녀가 될 운명을 갖는다.'라는 신탁을 지닌 라비아라는 제국에서 역사상 최초로 4번째 딸로 태어났고, 제국의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컸다. 그중에서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주었고 3명의 오빠는 나를 향해 무한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내가 10살이 되던 해, 나는 회귀했다. 별다른 이유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느 때와 같이 침실에서 잠을 잤고, 눈을 떴을 때 나는 다시 태어나있었다.

2번째 삶에서 나는 '대한민국'의 시민이었다. 나에겐 나를 기다리고 있을거라 확신되는 가족이 있었기에 내가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 태어났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을 붙잡고 신세를 한탄했다. 나는 이곳의 사람이 아니다, 나는 돌아갈 곳이 있다 길을 알려달라, 절망스러운 마음에 간절함과 진심을 담아 부탁해도 모두가 어린 아이의 망상에서 그친 행동이라 생각하며 진지하게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가 반복되며 나는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순응하며 자랐다.

태어날 때 부터 부모가 없던 나는 고아원에서 나고 자랐다. 그곳에서 가족은 없었지만 전생의 행복했던 가족들과의 기억이, 그 온정이 가슴 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것만을 붙잡고 기억이 희미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되세기는 것만이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렇게 새 세계에서 나는 '김세연'으로서 살아갔다. 그리고 내가 15살이 되던 해의 어느 폭우가 내리던 날, 나는 내 전생이 어쩌면 소설의 일단락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날 친구의 추천으로 보기 시작한 한 소설은 내가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유일무이한 축복받은 공녀와 그녀를 따르는 지대한 사랑. 내가 사랑해왔던 이전 세계였다.

급하게 여러 소설을 읊으며 나는 어쩌면 나의 전생 역시 어딘가에 존재할 소설의 일부분일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한민국의 흡사 로판으로 불리는 소설들이 담고있는 세계는 내가 살아온, 사랑해 마지않던 내 기억 속 제국과 닮아있었다. 구체적인 부분은 내가 살던 곳과 다른 점이 있었지만 다루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내 삶과 비슷했다.

많은 소설이 그랬고, 나는 곧 나의 희망이 되던 기억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흥밋거리에 불과한 허구의 글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이름을 넣고 소설을 검색해보았지만 그 결과로 뜨는 항목은 없었다. 불행인 동시에 다행이었다.내 이름을 담은 소설이 있었다면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였을 것이고, 결과가 뜨지 않는다는 것은 내 이야기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딘가, 언젠가, 누군가의 유흥거리가 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 모든것을 알게 된 그 날 새벽, 나는 삶의 이유를 잃어버렸다. 죽겠다는 생각마저 미처 하지 못할정도로 머리속이 뒤엉켰다. 쏟아지는 답답함에 폭우가 내리는 밖으로 뛰어나갔다. 눈물과 비를 분별하지 못할정도로 내 얼굴은 물과 눈물로 뒤엉켜갔다. 그리고 그 때, 흐릿해진 시야로 쓰러져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이대로 두면 비에 젖거나 추위에 얼어죽을 것이 분명했다. 천천히, 앞에 보이는 형체를 통해 다가갔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인 것은, 피투성이가 된 어린 소년이었다. 쓰러져있는 한 소년은 어디서 흘러나오는지 구별조차 어렵게 온 몸이 피로 뒤덮여있었다.

막대한 공포심이 몰려왔다. 하지만 이대로 그를 내버려두면 안된다는 내면의 외침이 들려왔다. 본능적인 공포를 애써 무시하고 그를 살폈다.

"상태가 심각한거같은데..여기 주변 병원이 어디있지.."

"의원..은..안돼.."

읊조리던 내 말에 소년이 희미하게 대답했다. 깨어있었냐고 다급히 물었지만 더 이상 그에게서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의원이면 병원은 안된다는건가..?'

고민하던 나는 결국 그를 업다시피 들고 내 방으로 데려왔다. 피에 덮힌 사람을 보는 경험은 처음이기에, 가까히서 그를 응시하게 될 때마다 흠칫 놀라며 몸이 떨려왔다. 그럼에도 앞에 있는 이 사람을 내버려두면 안된다는 생각에 절박한 심정으로 수건으로 피를 닦고, 상처를 찾았다.

끊임없이 지금은 병원에 데려가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마다 응어리처럼 소년의 안된다는 말이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상처의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 그 위에 손을 올린 찰나, 내 가슴속에서 무언가 끌어올라와 손으로 향하는 기분이 들더니 내 손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유 모를 내가 이 사람을 살려야한다는 확신가도 같은 생각이 들렸다.

당시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내가 은발에 녹안, 그러니까 전생의 나였던 10살의 레이비아 공녀의 모습으로 변했었던 것도 그와 동시였다. 그의 상처에 손을 올리자 빛은 점점 밝아졌고, 느껴지는 모든 힘을 손으로 쏟아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가슴에 통증이 오기 시작하자 나는 손을 때어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성적인 분간이 힘든 직전의 일에 나 스스로도 놀라며 그를 바라봤다. 다시 그의 몸을 살피자 몸에 있던 어느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엔 좀 전의 허무감이 다시 몰려왔다.

나도 모르는 새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일어나지 않는 앞의 소년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깨어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행동이었다.

한참을 신세한탄했다. 그저 끊임없이 마음속에서 무언가 흘러나왔고, 나는 혼잣말인지도, 내 앞에 있는 소년에게 말을 거는 것인지도 모르는채로 말을 이었다.

"내 가족이...내 전부가....가짜래...그냥 내 모든게 진짜가 아니었던거야..어쩌면 이 모든게 내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가..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들어.. 그냥 내가 미쳤던건 아닐까..? 나는 이제 살 이유를 모르겠어.."

얼마나 지났을까, 내 앞의 소년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나를 본인의 눈에 담아야겠다는 듯 붉게 빛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네가 준 목숨이니 내가 널 위해서 살게. 너도 날 위해서 살아줘..."

그 한마디를 끝으로 갑자기 그의 몸에서 빛이 타올랐다. 그리고 곧, 사라졌다. 주변을 둘러보자 그를 데리고 오며 묻었던 제취들조차 사라져있었다. 미처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증발해버린 것이다.

대체 이 치한강국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그런 상태가 된건지, 눈동자 색과 옷이 범상치 않던데 대체 어디에서 온 건지 묻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더이상 그를 볼 수는 없었다.


***

그 이후부터 나에게는 손에 닿은 것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초자연적인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곧 그 힘은 전생의 많은 스승들이 알려줬던 능력 중 하나인 신성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성력은 힘의 강도가 커질수록 내뿜는 빛이 밝아지고, 손에 닿는 것, 아니 의지에 따라 그 이상의 치유력을 발한다고 했어.'

이 능력은 꼭 과거의 현실과 동떨어져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나의 과거를 잊지 말라는 상징같았다. 내가 미쳤다는게 아니란걸 증명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또한 나에게는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그때의 그 소년에게 분명히 해둬야 할 말이 있었다.

"삶은 누군가를 위해서 빚지며 살아갈 수 있는게 아니야."

나는 회귀 후 누군가가 타인을 위해 삶을 바치는 것만큼 한심하고 쓸 때없는 일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렇기에 그의 그 한마디 이후로 내 삶은 소년의 말에 대한 약간의 의무감으로 상상히 찝찝해졌고, 그를 어떻게든 만나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전할 필요가 있었다.

신성력과 소년과의 만남, 이 말도 안되는 경험은 웃기게도 나에게 삶의 새로운 원동력이 되었다. 언젠가 그를 다시 보기 위해서, 왜 이 신성력이 이제야 나에게 주어진건지 알아내기 위해서 나는 살아갔다.

20살, 나는 국내 최고로 불리는 서율대의 의대생이 되었다. 그즈음엔 더이상 전생에 연연하지 않게 될 정도로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벅차올랐다. 남몰래 수련하며 강화시켜왔던 신성력도 그즈음에는 가만히 있어도 주변이 빛날정도로 나를 가득 채우는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여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여느 날과 같이 과제를 하던 나는, 그대로 잠들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또다시 다른 세계에 와있었다.

"여기가..어디지?"

내 눈에 보인 것은 내 자취방이 아닌, 처음보는 나무로 둘러쌓인 방이었다.

"이게 무슨.."

오두막으로 보이는 작은 집은 이상하리만큼 살던 흔적이 전혀 없었다. 집 안에는 작은 가구도, 아무것도 없었다. 몸에서 나오는 목소리로 보아 짐작했을때, 지금의 내 몸도 김세연이 아닌것이 분명했다.

"혹시 다시 돌아온걸까?"

잊고 있던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희망이 되살아났다.

나는 곧장 밖으로 나아가 주변을 살폈다. 앞에 강물이 보이자, 다가가 내 모습을 비췄다. 푸른 머리와 노란빛 눈동자, 내가 회귀하기 직전의 나이와 비슷해보인다는 것을 빼고는 라비시아와는 닮은 게 없었다.

'난 뭘 기대한거지.."

또다시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이었다. 이제 이 세계가 어딘지, 이 몸의 정체는 무엇인지 단 하나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낭떠러지에 나 혼자 밀어넣어진 상황인 것이다.

오두막은 사람이 머물기 위해 지어진건지 의문이 들정도로 아무런 제취도 없었다. 가구도, 음식도 없이 텅 빈 오두막뿐이었다. 오두막을 둘러싸고 있는 우거진 숲풀도 마찬가지였다. 열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섣불리 움직이면 안되는 것은 알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면 상황파악을 채 하기도 전에 굶어 죽을게 분명했다.

'물길을 따라가면 언젠가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기억에 몸을 맡기며 나는 곧바로 물길을 향해 걸었다. 입고 있는 것이라곤 얇은 면 원피스뿐이며, 맨발로 숲풀을 걷자니 발에는 여러 생채기가 나고 걸을수록 감각도 마비되어갔다. 해가 갓 뜨기 시작한 새벽녘부터 완전한 저녁까지 허기를 강물로 겨우겨우 달래며 끊임없이 걸었다. 그리고, 서서히 앞쪽에서 불빛이 비쳐왔다.

남은 힘을 다해 그 빛을 향해 뛰어나갔다. 곧 사람의 모습이 보였고, 나는 그대로 쓰러졌다.

주변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귀에 웅얼웅얼 들려왔다. 그때, 선명하게 귀에 소리가 들려왔다.

"우선 의원들을 데려오게 !"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선명한 목소리에 나는 남은 힘을 짜내 눈을 떴다.

"라비안로 엘라폰...?"

그를 끝으로 나는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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