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엘빈
훈련 끝나고 따로 부르길래 뭐 잘못 했나 싶어서 쫄았는데 잔뜩 뿌듯한 얼굴로 초콜릿 스윽 내미는 단쵸.. 기행종인지.. 다 녹은 건지.. 어쨌든 단쵸의 손에 들린 건 뭔가 무너져내리고 있는 초콜릿이었음.
"와.. 하하.. 정답! 이거 기행종이죠? 단장님 역시 이런 것까지 잘ㅎ"
"틀렸어, 너다."
"에..?"
2. 에렌
화이트데이 한참 전부터 드림주에게 최고의 초콜릿을 주고 싶다고 징징대던 에렌이었음. 훈련 내내 집중은 못하고 머리를 쓴 끝에 에렌이 내놓은 해결책은..
바로 거인화를 하기 전 초콜릿 탕에 몸을 담가 온 몸에 초콜릿을 묻힌 후, 그대로 거인화를 하여 초거대 진격의 초콜릿을 만드는 것이었음.
청소년기 남성의 몸을 빈틈없이 채우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초콜릿이 필요하였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 미카사 덕분에 에렌은 금세 초콜릿탕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음.
어느새 초콜릿으로 코팅이 된 에렌이 의기양양하게 거인화를 하였지만.. 초거대 초콜릿은 커녕 거대한 몸 군데군데에만 초콜릿이 살짝 묻어있을 뿐이었음.
마침 개인훈련을 끝내고 돌아온 아르민이 하는 말.
"에렌.. 거인화는 너만 되는 거지, 초콜릿까지 같이 커지진 않아.. 미카사, 너는 왜 알면서도 에렌을 말리지 않은 거야?"
"에렌이 너무 즐거워 보였어."
"그래.. 그랬겠지.."
3. 사샤
"야, ㅇㅇ!! 잠깐 일로 와봐."
코니의 부름에, 소리가 들리는 주방으로 달려갔음. 주방에서는 거인이라도 나타났던 건지 성한 곳이 하나 없는 사샤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서 있었음.
"헉! 사샤, 무슨 일 있었어?"
"그, 그게 말이죠.."
"하.. ㅇㅇ, 이 녀석 말이야. 너 줄 초콜릿 만드느라 이 난장판을 만들어 놨더라고."
"오~ 감동인데? 그래서 초콜릿은? 초콜릿은 어디있어?"
드림주의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코니는 이내 왼 손을 들어 사샤의 입 쪽을 슬쩍 가리켰음. 드림주의 시선이 다시 사샤에게로 향했고, 아니나 다를까 사샤는 꽤나 즐거운 간식 타임을 가졌던 건지 입 주변이 온통 초콜릿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음.
"고기 모양 초콜릿을 만들어 주려고 했는데.. 만들고 보니 너무 잘 만들었더라고요.. 분명 그건 고기 그 자체였어요.. 그렇고 말고요.."
"사, 사샤.. 난 괜찮으니까 울지 말고 이야기해.."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그릇은 싹 비워져 있었고 남은 건 이것 뿐이었지만.. 받아주실래요?"
사샤가 건넨 건 자그마한 뼈다귀 조각의 초콜릿이었음. 어이가 없다는 듯 웃어 보이는 코니와, 여전히 눈치를 보느라 눈썹이 추욱 내려가 있는 사샤를 보니 웃음이 나오지 않을리가 없었음.
"고마워, 사샤!"
4. 쟝보
"쟝!"
"어, 왜?"
"오늘 무슨 날이게~?"
"무, 무슨 날이더라?"
노골적으로 시선을 피하는 장이었음.
"아, 뭐야~ 화이트데이잖아!! 저번 발렌타인데이 안 잊었지? 내가 그때 초콜릿 만들어 줬는데.."
"야, 그걸 어떻게 있냐? 나 아직도 안 먹고 전시해 놨어."
"독 안 들었거든? 다른 애들도 다 맛있다고 했어!"
"뭐야, 나만 준 거 아니었어?"
"왜 너만 주는데..?"
"아씨.. 몰라!"
뭔가를 기대했던 건지, 드림주의 초콜릿이 자신만을 향했던 게 아닌 걸 알아버린 쟝은 시뻘게진 얼굴을 가리기 위해 한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였음.
"나 줄 초콜릿 진짜 없어?"
"어, 없어."
"실망이다, 야.."
드림주와 헤어지고 방에 들어 온 쟝은, 낮에 드림주 몰래 만들어 두었던 초콜릿을 슬쩍 꺼내어 보았음. 아무리 봐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이 초콜릿을 드림주에게 주기는 그른 것 같았음.
한참 생각을 이어가던 쟝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조사병단 본부의 담을 훌쩍 뛰어넘어 시내로 나가 초콜릿을 샀음. 월급에 반이나 되는 비싼 가격에, 돈을 지불할 때 손이 덜덜 떨렸지만 드림주의 기뻐하는 얼굴을 상상하니 기분은 나쁘지 않았음.
그리고 드림주가 막 잠에 들기 전의 한밤 중,
쾅쾅쾅 -
"야, 뭐야. 나 자려고 하는데."
"헉.. 헉.. 야, 아직 12시 안 됐지?"
문 앞에는 뛰어온 건지 숨을 헐떡이는 쟝이 서 있었음.
"어.. 근데 너 괜찮아? 왜 이렇게 헉헉거려.."
"이거."
쟝이 건넨 건 잘 포장된 초콜릿이었음.
"헐! 초콜릿이잖아?"
"큼, 어쨌든 난 줬다?"
민망했던지 헛기침을 하는 장이었음. 드림주는 그 자리에서 바로 포장을 풀어 초콜릿을 확인해 보았음.
"엥..?"
"왜, 역시 너무 감동이지?"
"아니, 그게 아니라.."
드림주가 스윽 내민 상자에는 분명 낮에 시내에서 사면서 보았던 정갈한 하트 모양의 초콜릿이 아니라, 쟝이 12시 전에 도착하기 위해 뛰어 오느라 산산조각이 난 초코 부스러기가 담겨져 있었음.
쟝은 그 자리에서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고 말았고, 하루종일 뛰어다닌 자신의 고생이 부스러기가 되어 버린 걸 확인한 지금, 울고 싶기만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