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이라는 것은 참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1등 한 번이면 인생 역전이라는 로또 복권은 번호를 자기 자신이 조합할 수 있다는 흥미까지 더해져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요즘 같이 먹고 살기 힘든 때, 잘 하면 수십 억원의 돈벼락을 맞을 수 있다는 상상은 많은 사람들을 복권판매처로 향하게 한다. 복권을 사고 난 후 토요일 저녁까지는 누구나 행복한 공상을 할 것이다. 그 돈이 생기면 어떻게 내 인생이 변할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펴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경험들을 해보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을 오랜 후에 추적해보았더니 10명 중에 7명이 마약, 알콜중독, 이혼, 심지어 자살 등으로 인생이 피폐해져 있더라는 조사 결과가 미국에서 나온 적도 있었다. 결국 한방에 인생이 파탄에 빠지는 역전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3월9일,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독재 정권의 친일파 대통령에게도, 광주 학살로 정권을 잡았던 대통령에게도 감히 하지 못했던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노무현 대통령의 말 몇 마디를 꼬투리 잡아 발의하였다. 가히 야당 연합의 로또 복권이다.
잘하면 야당의 인생 역전이다. 지지율이 바닥을 기던 민주당이나 불법 대선 자금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오매불망 되찾고 싶었던 대통령 자리까지 노려볼 수 있다.
혹시나 하는 공상은 역시나 허무한 결과를 보기 마련이지만 차근차근 저축해 돈 모으는 맛을 모르고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끊기 힘든 마약과도 같은 것이다.
사실 이제껏 쿠데타를 통해, 민주주의 탄압을 통해, 반민주적 3당 야합을 통해 정권을 잡아왔던 한나라당으로선 한방에 모든 것을 얻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평생 점진적인 개혁이나 자기 혁신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방법을 모르고 살아왔다.
이제는 쿠데타나 반민주적인 정치 행태가 통하지 않고 망국적 지역주의도 힘을 잃어가니 요행수나 바라고 있다. 그것말고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방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여론 조사에서 뒤져도 혹시나 숨어 있는 표들이 결과를 바꿔 놓지 않을까. 혹시 재검표를 해보면 결과가 뒤집히지 않을까, 혹시 탄핵이라도 해서 노무현을 쫓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공상에 사로잡혀 있다.
갑자기 이 어수선한 시기에 사과하겠다고 나와선 검찰에 불만을 토로하고 노 대통령을 겁준 이회창씨의 진짜 의도도 정말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혹시 대통령 선거 다시 할까봐 다시 얼굴 알리려 나온 것인가?
민주당에 대해선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다만 민주당이 지금껏 해온 것이 '배신자 노무현'을 응징하는 것 이외에 무엇이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며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것이 과연 무엇 때문인지, 자신들의 정체성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자성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민주당, 한나라당의 야당 연합은 '인생 역전'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회를 새로 구성하는 총선을 불과 한 달 남겨 놓고 1당과 2당이 힘을 합쳐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것은 '쿠데타'라는 단어로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
아무리 무지막지한 쿠데타라도 그럴싸한 명분은 있다. 하지만 이제껏 대통령이 말 몇 마디 잘못했다고 쿠데타를 감행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가장이 열심히 일해서 가족들 먹여 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허구한 날 일확천금을 꿈꾸며 로또 복권이나 긁고 앉았다면 그 집의 앞날은 안 봐도 훤한 것 아닌가?
로또 복권은 자기가 산 금액만큼 공상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데에 그 효용이 있다. 그 공상을 공상으로 즐기지 못하고 그 실체를 굳게 믿고 행동에 나선다면 파멸이 그 결과일 수밖에 없다.
1년전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을 쫓아낼 수 있다는 공상은 로또 복권의 공상보다 더 심한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