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2
여 백
그네를 매만지려던 바람마저
맥없이 주저앉아버린
나뭇잎 하나 흔들리지 않는 한낮
풍선을 들고 제 그림자를 밟은 채
텅 빈 놀이터에 아이가 서 있다
땀이 솟아 아이의 이마가 번들거린다
아랑곳없이 풍선을 불기 시작하는 아이
잿빛 커튼사이로 내려다보던 하늘이
살짝 웃다가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린다
저런, 소매로나마 닦아주었으면 좋으련만
보는 것만으로도 땀에 젖는지
끈적끈적해서 못 견디겠다는 듯, 은행나무
잎을 팔랑이며 건들건들 바람을 부른다
한껏 숨을 들이쉬고 풍선을 부는 아이
목줄이 더부룩하게 불거져 오르고
목덜미에서 또 한번 땀이 솟아오른다
마침내 풍선이 비지땀을 흘리며
팽팽하게 긴장하더니, 펑하는 소리에
후두둑 빗줄기, 굵은 빗줄기
놀이터에 자욱한 흙내음, 아이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