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인터뷰지만,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큰 이보영 ‘마더’ 종영 인터뷰>
+마더는 아동학대, 입양에 관한 이야기이자 다양한 엄마와 딸의 관계를 보여주는 드라마. (일본원작, 극본 정서경)
이보영은 아이를 낳고 몸이 너무 지쳐, 딸 지유가 태어난 지 100일까지 ‘이 애가 진짜 내 애가 맞나?’ 의문이 들고 정신이 없었단다. ‘내가 이상한가?’ 그런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키우다보니까 정말 너무 예쁘더라고요. 그래서 오빠(지성)에게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만약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어. 그걸 지금 알았어. 그래도 난 아이를 못 바꿀 것 같아.’ 낳은 정보다는 기른 정. 이 아이와 보낸 하루하루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마더’에서도 낳았다고 어머니가 아니고 기른 어머니의 정도 중요하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마더’는 제가 하고 싶었던 작품이에요. 모성이 강요되는 사회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 출연을 결정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아이를 낳고 나서는 처음부터 모성애가 생기지도 않았고, 솔직히 제 몸이 너무 힘드니까 예뻐보이지도 않았어요. 100일까지는 '나는 나쁜 엄마인가' 라는 생각도 할 정도로요. 책이나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아이를 낳으면 바로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올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시간이 지나고 아이와 저와 조금씩 관계가 쌓이면서 아이가 예뻐보였어요. 저와 상관이 없는 주변 사람들까지 저에게 ‘엄마는 이래야 된다’고 강요 아닌 강요를 했어요.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밤중 수유를 안했어요. 잠을 충분히 자야 좋은 컨디션으로 아이를 볼 수 있었고, 엄마도 제가 힘드니까 하지 말라고 하셨죠. 그런데 ‘이보영씨만 안해요’라고 다그치는 거예요.
‘모유수유를 왜 안 하냐’는 얘기부터 ‘아기 옷은 왜 이렇게 입혔냐’까지 별 얘기를 다 들었어요. ‘엄마라면 수유는 당연히 해야 된다’는 식이었어요. 다들 자꾸 저를 혼내는 거예요. 그러다가 남편(지성)이 안고 있으면 '대단해' '착해' '결혼 잘 했어'라고 하더라고요. 맞벌이 부부라서 일도 같이 하는데 왜 오빠가 하면 대단한 거고, 내가 안하면 이기적이고 나쁜 엄마가 되는 건지. 공동육아인데 누구는 칭찬을 받고, 누구는 질타받는 시선이 싫었어요. 또, 아이랑 저도 가까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빠들에겐 아이와 가까워지는 시간을 충분히 주는 반면, 엄마에 대한 이해는 당연시 되지 않더라고요. 엄마에겐 무조건적인 강요를 하는거에 반발 심리가 생겼어요. 저도 엄마는 똑같이 처음인데, 엄마에 대한 요구가 많은 것 같아서 사회적인 시선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어요. '왜 엄마는 나와서 커피 마시면 안 돼?' '엄마는 왜 예쁘게 하고 미니스커트 입으면 안 돼?'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엄마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단유를 하러 갈 때도 울면서 갔어요. 애한테 못 할 짓을 하는 건가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남편이랑 같이 육아를 하는데, 팔 힘도 그렇고 아기는 아빠가 안는 게 더 편해요. 어느 날은 제가 남편이랑 아이 옆에서 대본을 보고 있었거든요. 어떤 할머니가 남편한테 ‘고생이 많아'라고 하시더라고요. 말없이 남편 등을 두드리고 가시는 분들도 많고요. 처음에는 의식을 안 했는데 나중에는 제가 나쁜 엄마가 된 기분이 너무 싫었어요. 남자가 아기 띠 하면 '역시 대단하다'고 하고 제가 하면 '뭐 힘들다고 하냐'고 그러고. 드라마를 통해 이런 강압적인 모성애를 요구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또 낳았다고 다 엄마가 아니라는 것도요. 그런 이야기들이 잘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어요.”
이보영은 '엄마'라는 역할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이보영은 “저는 아기를 낳으라고 권유하고 싶지 않다”며 사회적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는 환경이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어린이집을 보내려고 해도 대기가 300번이 넘고, 일을 관둬야 하는 경우도 많고요. 사회의 도움 없이는 키울 수가 없어요. 저는 아기를 낳고 어른이 된 것 같긴 해요. 그런데 누구나 해야 될 경험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저는 진짜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직업 특성상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잖아요. 남편이 쉴 때는 애를 봐줄 수도 있고요.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해도 월급의 3분의 1일 때가 많잖아요. 그런 걸 보면 이 사회는 아이를 키우며 부모가 포기해야 할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권유할 수는 없죠. 사회적으로 제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육아휴직을 남녀 다 쓸 수 있고, ‘칼퇴’를 해도 눈치 안 주는 등 제도와 인식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웰메이드라는 평과 함께 아동 학대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동학대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저희가 외면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희는 가학적인 내용을 거르고 걸러서 쓴 기사들을 보고 있고, 영상으로 많이 걸러 표현해도 이 정도인데, 학대 받는 아이들은 더 힘들고 아팠을 거예요.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더’를 통해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섬세해지고 사회적으로는 아이의 부모를 만들어주는 제도가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한 남자와 그의 동거녀가 아이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어요. 동거녀 사촌동생이 그 집에 3~4일 있었는데, 아이가 있는 줄 몰랐다고 한 기사가 보도됐었어요. 당시 그 아이가 제 딸과 동갑이었는데, 그 나이 대에 아이가 집에 있는 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되거든요. 끊임없이 울고 보채요. 그 기사가 제겐 너무 충격이었어요. 아무래도 저는 연기자이다 보니, 기사도 이미지화돼서 연상이 잘돼요. 아동학대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봐주시고, 아동학대법도 강화됐으면 좋겠어요. 저희 드라마가 이런 생각들을 한 번 더 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보영은 "엄마의 모습은 다양하다. 못된 엄마, 헌신적인 엄마처럼. '엄마는 이래야 돼'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엄마는 당연히 이래야 돼’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런 얘기를 왜 여자에게만 하나 생각이 들었죠. 이상하게 보시는 분도 있고 공감하는 분도 있을 거예요. 세상엔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가 다 있어요. 저도 우리 딸에게 최고의 엄마일 수도 있지만 가장 먼저 상처를 주는 성인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마더’를 보면서 비슷한 고민을 가졌을 엄마들에게도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기 인생을 잘 살길, 죄책감을 가지지 않길, 지금 애한테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사람이다 보니 아이에게 실수를 하고 상처를 줄 수 있지만 그건 서로 살아가면서 맞춰가는 게 아닐까. 엄마라는 무게에 짓눌려서 내가 나쁜 엄마가 아닐까 자책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종영 후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는 이보영.
그러나 그는 "워킹맘으로서 아이에 대한 미안함은 없어요. 저는 나중에 저희 딸도 결혼을 해서도 계속 일했으면 좋겠어요. 자기의 능력이 있고 무언가에 재능이 있을 때에 그 일을 쉬게 하고 엄마가 되라고 딸을 키우고 싶지는 않거든요. 제 삶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나중에 어느 순간에는 이해할거라 생각합니다."
"촬영 막바지엔 집에 들어가서 딸이 잠든 모습만 보고 나왔어요. 늘 보고 싶고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그렇다고 미안함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아요. 대신 극중 ‘사랑 받는 아이는 어디에서든 당당할 수 있다’는 대사가 있어요. 마음에 와 닿았어요. 아이에게 가장 전해주고 싶은 말이죠."
"집안일은 아무리 해도 표가 안 나고, 인정해주지도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론, 일을 하면서 숨 쉬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도 아이를 낳고 나서는 일 외에는 가족에 집중한다. 결혼하고 나서는 가족이 제일 소중한 것 같다."
-‘엄마 이보영’은 어떤 엄마인가.
“나쁘지 않은 엄마?(웃음) 저는 배우로서 하고 싶은 일을 원 없이 다 해봤기 때문에 심적으로도 여유가 많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일보다 아이가 소중하죠. 배우가 아니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엄마가 됐을지도 몰라요. 아직 엄마가 된 지 30개월밖에 안 돼서 아이가 예쁘기만 해요. 앞으로 아이의 사춘기와 격동기를 함께 겪어야 할 텐데 그때 아이가 자신의 힘든 일을 숨기지 않고 털어놓을 수 있는, 편한 엄마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단단해져야 하겠죠. 아이를 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자기중심이 선 사람,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요.”
-엄마가 된 후에 배우로서 달라진 점은 있을까.
“배우로서 달라졌다기보다는 어쨌든 우리 부부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람들이다보니 아이가 우리들 때문에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항상 해요. 조심해서 더 잘 살아야지 하는 생각과 이 아이가 우리로 인해서, 우리의 실수로 힘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이 커진 건 엄마가 된 뒤에 확실히 생겼어요.”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지.
“제가 살아가면서 많은 경험을 통해 (감정이) 더 깊어질 수도 있고, 더 무뎌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 변화들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변화해 가겠죠.”
+얼마 전에 '마더' 정주행했는데 이보영 인터뷰 찾아보다가 5년전이지만 솔직하고 공감되는게 많아서 일부분 가져왔어. '마더' 진짜 웰메이드니까 다들 한 번 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