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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진짜 하루도 빠짐없이 5분씩 지각하는 사람

쓰니 |2023.04.29 08:11
조회 419 |추천 1
사실 그 지각쟁이가 저라서 카테고리를 한참 고민했어요

어제 결국 참다 못한 상사분께 엄청 혼나고 심란한 마음이 들어서 제 얘기 몇 자 써보려구요

나는 잘못 없다!하고 변명하는 글은 아니구요
그냥 혼란스러운 기분이 드는데 글로 쓰다보면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을까 싶어서요



원래부터 이렇게 근태가 엉망이었던건 아니고... 작년부터 이 상태였어요

작년 6월에 지금 일하는 곳으로 혼자 파견을 나왔는데 여기가 일이 진짜 없기로 유명한 곳이거든요

집중하면 반나절만에 끝낼 업무량인데 기한을 2~3주씩 줘요 기한보다 일찍 끝내도 정해진 완료 일정이 있어서 다른 일을 못 받아요

일을 더 달라고 졸라도 보고 본사에 일이 많은 곳으로 근무지를 옮겨달라는 요청도 수 차례 해봤습니다

일이 없을 땐 만들어서 하거나 기존 문서들을 읽거나 개인 공부를 하고 있으라고 하시더라구요

2~3개월 간 틈틈히 들여다보다 결국... 놓아버렸어요 동기부여가 안되더라구요

회사 가면 하루종일 멍때리거나 핸드폰 하거나 밖에 나가서 산책하고 돌아와요 (다른회사 파견 직원들도 다 그러고 있음)

노는 기간이 길어지니 점점 감도 잃고 열정도 잃고 회사에 대한 애정도 떨어졌습니다

일 들어오면 사고치거나 못 하거나 일정 넘긴 적은 없는데 점점 근태는 엉망이 됐어요 매일 지각하고 화장실 갈 때마다 30분씩 앉아있고...(욕 먹어도 할 말 없습니다)

어딜가든 능력있고 성실하다는 말만 듣고 살았던 과거의 나와 비교하면서
내가 왜 이렇게 망가져버렸을까, 왜 이전만큼 다시 의지를 갖질 못하는걸까, 내 마음인데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걸까, 고민하다가 결국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이미 작년 11~12월부터 한계였고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었는데 연봉 협상이 몇 달 안남아서 그 때까지만 버티자 하면서 별 짓을 다 했어요

휴 그래도 성실하게 다녔어야 했는데...
이직 할 때 레퍼런스 체크 할 것도 생각 않고... 진짜 생각 짧고 한심했죠... 그걸 생각할만한 멘탈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회사 문제만 있는게 아니라 저라는 사람 자체에도 문제가 좀 있었어요

제가 가정에서 학대를 받고 자라서 집에서 빨리 독립하고 싶어서요,

고등학교 성적은 좋은 편(평균 1등급대)이었는데 대학 안가고 바로 취업해서 일을 좀 과하게 했었거든요

하루 15시간씩 일하고 투지폰 쓰고 누가 버린 옷 주워 입으면서 돈을 좀 드럽게 모았어요

막차타고 퇴근하면 자잘하게 부업하거나 연봉 더 높이려고 공부하다가 잤어요 그 땐 하루에 5시간정도 자고 살았어요

그렇게 2~3년정도 빡세게 모으고 대출까지 해서 서울에 작은 전세집을 얻었는데 삶에 여유가 좀 생기니까 뒤늦게 정신병 후폭풍이 몰아쳐서...;;

그게 좀 심해져서 재작년 겨울에는 ㅈㅅ시도를 두 번정도 했어요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한심하다고 해야 할지 지금은 멀쩡하게 잘 살아있지만...

그래서 사실 작년에는 일단 살았으니까 살긴 사는데... 언제든 수 틀리면 죽어버리지 뭐... 하면서 진짜 꼴리는대로 산 것도 있어요

전세 보증금으로 묶여있는 돈 빼고 모아둔 돈도 다 써버렸고 해보고픈거 다 해봤어요

회사에서 남들이 어떻게 보든 신경 안 쓰고 그냥 쓰레기처럼 다녔어요 어짜피 죽을 건데 산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무슨 상관인가 하고 매일 지각하고 하루종일 핸드폰 만지고...

(사실 이정도로 정신이 망가졌음 직장 생활하는거 자체가 민폐인데 제가 기댈 가족이 없어서... 그냥 뭉갤 수 있을 때까지 뭉개다가 디져야겠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기적이죠? 죄송합니다...)


근데 그렇게 1년정도 인생 진짜 꼴리는대로 살면서 행복한 추억도 많이 생겼고

웬일로 회사에서도 이번 달부터 큰 일감을 줘서 정말 오랜만에 다시 긴장 속에서 일 하면서 잃었던 감을 조금씩 조금씩 되찾게 됐는데요...

슬슬 살만해진 건지 죽어야지!!하는 생각은 쏙 들어가고 미래를 그려보기 시작하게 됐고,
회사 복지가 나쁘지 않아서 계속 지금처럼 일이 있다면 퇴사 안하고 쭉다닐까 싶은 생각도 들더라구요

근데 그 생각이 들고서야 겨우 주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 제가 정신줄 놓고 사는 사이에 미운털이 잔뜩 박혀있었네요

당연한 거고 티도 많이 내시는데 그걸 여태까지 눈치채지 못했다니 여태 미쳐가지고 정말 막 살았구나... 싶었어요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 알아요
내 사연이 그리 특별한 사연도 아니고 남들에겐 내 사정을 봐줘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도... 잘 알아요

그리고 동시에 그건 제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제가 살아서 제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시기였다는 것도 알아요

회사 사장님이 정말 좋으신 분이시거든요... 이런 저라도 직원이라도 잘 챙겨주셨어요...
이번 연봉협상 때도 연봉 진짜 많이 올려주셨어요 20퍼센트 넘게 올랐어요

어제 인상된 월급 들어온거 확인하고 또 그 날 바로 근태문제로 호되게 혼나고 나니까 정말 복잡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자책을 그만둘 수가 없는게 제일 힘드네요


지각 얘기 하다가 여기까지 와버렸군요...
글이 길어서 읽어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여기까지 읽어준 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은... 솔직히 인생사 구구절절 쓰긴 했지만 제가 지각쟁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으니 욕이 엄청 많을 것 같아서 확인 안하려구요ㅠㅠ 하지만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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