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언니가 열살 많은 남자를 사귄다고 했을 땐 나이 차이가 좀 난다고 생각했지만 그런가보다 했어요.
그렇게 한 2년 넘게 만나다가 언니가 30대가 되고 상대도 나이가 있으니 이제 결혼을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언니가 결혼 얘기를 꺼내니까 궁금한 맘에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그 사람이 잘해주는지 얼마나 사랑하는지 뭐 그냥 시시콜콜한 그런 것들요.
그러다 언니가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그 남자가 나이만 열살 많은게 아니라 10년 전 언니 나이였을 때 결혼식을 했대요. 혼인신고는 안하고 식만요.
여기서 1차로 놀랐습니다.
근데 뒤이어 하는 말이 애도 있다는 거예요. 혼전임신은 아니었고 식 올리고 1년 즈음 뒤에 낳은 아이가 한명 있는데, 헤어진 뒤로는 아이의 엄마가 혼자 키우고 있답니다. 부부가 헤어졌어도 아이에게는 아빠니까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주고 있는지 그것까지는 모르겠어요.
2차로 놀란 마음을 억누르고 그럼 다 합해서 총 얼마나 살고 헤어진 거냐고 물어봤어요. 한 3년 살았대요.
아니 그럼 결혼식 하고, 애 낳았으니 출생신고 하고, 3년을 같이 사는 동안, 혼인신고만 안한 거냐고 물었더니 그건 확실하대요.
언니 말을 듣는데 참... 뭐라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장난같았어요. 아니 장난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친구나 부모님께는 말 못 할 이런저런 고민이 있을 때 언니에게 많이 물어봤고 내심 의지도 많이 했었어요. 평소엔 부끄러우니 직접 표현하진 않지만 나보다 몇 년 더 산 언니가 아는 것도 더 많고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언젠가 언니가 결혼을 한다면 그 상대는 우리 언니가 결혼까지 생각한 사람이니 괜찮은 사람이겠지.. 언니랑 비슷한 사람이겠지.. 생각했었는데 언니 말을 들으니까 너무 당황스럽고.. 솔직한 말로는 언니를 말리고 싶습니다.
근데 어쨌든 그 남자가 언니나 우리 가족을 속이고 결혼을 강행한 건 아니잖아요?
사귈 때부터 그 남자가 사실대로 말했다고 하고, 언니는 알면서도 지금까지 2년 넘게 만난 거니까요..
그럼에도 제가 개인적으로 언니 얘기를 들으면서 찝찝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그 남자의 아이의 엄마. 혼인신고는 안 했으니 전 부인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전 여자친구라고 해야할지.. 그냥 아이의 엄마라고 할게요.
그 아이의 엄마가 그 남자보다 몇 살 연상이었대요.
그 남자가 연상인 그 분과 10년 전에 결혼식하고 애 낳고 3년을 사는 동안에는 혼인신고를 안했는데,
10년이 지나서
10살 어린 우리 언니랑은 살아보지도 않고 바로 혼인신고를 한다는 그 느낌이 너무 별로인 거 있죠.
이게 나만 별로인 건지, 왜 별로라고 생각하는지,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10년 전엔 그 남자도 어렸으니 어른들 말씀대로 살다가 혼인신고해도 늦지 않으니까 좀 미뤄 뒀을 수 있잖아요? 요즘에도 그런 사람들 꽤 있으니까요. 근데 한 1년 살다가 아이가 태어났고 그 아이가 두 살?이 될 때까지 같이 산 건데... 그때 돼서는 보통 혼인신고를 하지 않나요? 저는 이런 경우 적어도 출생신고하기 전에는 혼인신고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당연히 글 쓰기 전에 먼저 언니에게 여러 번 말했습니다. 나는 언니가 그 사람이랑 결혼 안 했으면 좋겠다, 좀 아닌 것 같다,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떠냐고 했는데 제 말은 안 들리는 건지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요. 언니가 너무 진심이라 부모님도 못 말리시는 상황입니다. 언니가 결혼 얘기를 꺼낸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에요.
나이 차이만 나는 거였으면 언니의 선택을 존중했을 겁니다. 열살보다 더 차이나도 잘 사는 부부 많으니까.. 언니가 사랑한다는데 어느 정도의 나이 차이는 장애물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혼인신고 빼고 다 해본 그 남자랑은.. 제발 결혼 안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저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하실 건지, 그저 소중한 사람의 선택을 믿고 축하해주실 수 있는지 묻고 싶어요.
제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말릴 방법이 있긴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