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 그리고 제정신이 아닌 짝사랑 감정
ㅇㅇ
|2023.05.29 23:05
조회 1,041 |추천 2
추억하나없이 친구하나없이 늘 외롭고 진저리나게 슬펐던 나의
학창시절.
남들은 교복입고 꺄르르 낙엽만 뒹굴어도 웃는게 학생이라는데
나는 그 어린나이에도 항상 무표정하게 교실창문밖만 바라보고있었고,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털어놓거나 의지하지 못했다.
권위적이고 늘 바쁘던 아버지,
세상에서 제일 나를 한심한 애 취급하던,
존재 자체로 귀찮아하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눈빛을 꼭 닮은..
나를 한심한 사람 취급하며 어머니와 쑥덕거리던동생
내가 가장 가족이 필요했던때에 가족은 내곁에 없었다.
난 그냥 내 말을 들어주고 날 따뜻하게 보듬어줄 누군가가
당연히 필요했을뿐인데.. 그 당연한 것은 한번도 주어진적이 없었다.
너무나 외로워서 친구라도 너무나 사귀고싶었지만
어떻게 사귀고 관계를 유지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너무 미숙하고, 어리고, 본능적이였던 나는
정을 한번 주기 시작하면 항상 굶주린 아기처럼 허덕이며 또래
친구들에에 매달렸다.
정서적인 허기를 채워줄 누군가를 끝없이 찾아 헤맸지만,
그때마다 왕따는 말할것도없고,
당연히 모두가 나를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했다.
겨우 친해진 친구들은 내 어두운 모습을 마치 본능적으로
느끼기라도 하듯 어김없이 늘 멀어졌다.
나를빼고 그들끼리 친해지는 일이 반복되었지만
나는 그당시에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말 몰랐다.
그저 혼자 조용히 긴 복도를
걸어 집으로 돌아가는것 외엔 할수있는게 없었다.
다시 돌아가도 어쩔수없었겠다 생각할 만큼
나는 정말로 너무 어렸고, 미숙했고, 어리석었다.
점심시간엔 혼자먹거나 늘 같은 왕따인 친구들과 조용히 밥을먹었다.
수없이 많은 반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났지만 어느 누구의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겐 너무 오래 당연한 일이였기에, 제법 키가크고 교복이
작아질때쯤엔 그 사실이 날 더이상 괴롭히지 않았다. 그냥숨쉬듯이
당연했다.
하지만 난 본능적으로 내가 이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걸 깨달았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좀 더 사회적으로 완성되어보이는, 매력 그 비슷해보이는 모습을
제법 훌륭하게 흉내낼수있는 어른이 되었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슬픔이있었고, 뼈를 깎고 마음을 찢는 노력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하고싶지 않은 기억이라 생략하고..
그렇게 마음에 깊이모를 구멍을 이제는 감쪽같이 잘 속일수있다고
스스로 자만할 무렵,
한 학생을 만나게 되었다.
우연히 가르치게되었고, 처음에는 책임감 이였다.
나에게 온 이 학생에게 도움이 되어주고싶은 순수한 책임감..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나에게 불쑥 핸드폰을 내밀며
활짝 웃으며 저도 선생님 번호좀 주세요! 라더니
아무렇지 않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셀카가 잘 나왔다는둥,
어렸을때 귀여웠다는둥,
학교에서 무슨일이 있었다는,
제법 진지한 이성 상담,
엄마와 싸운 이야기..
남학생과 사적인 연락을 주고받았던적이 없었던 나는
처음엔 다소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큰 덩치와 맞지않게 눈을 반짝이며, 멀리서 티없이 반가운 표정으로
걸어와
책상에 가방을 던지듯 내려놓기 무섭게
묻지도 않은 자신의 하루를 떠벌떠벌 하는 그애의 얼굴을 쳐다보게 되었다.
웃었다가, 찡그렸다가, 화냈다가, 초조해했다가
선생님과 친해지고싶어서, 호기심이 생겨서 안달난 순수한 호의의
표정을 보고있으면
어쩜 저렇게 표정에서 다 드러날까,
대체 어떻게 자라야 남고생이 저렇게 밝고 씩씩할까 싶었다.
바르고, 싹싹하고, 집중할때는 안경을 꼭 쓰던
꽤 진지한 얼굴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졸업후 황급히 덮어놓고 한번도 떠올린 적 없던
그무렵 내가 문득문득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때의 난 왜 저렇게 밝지 못했을까
그때의 난 왜 저렇게 순수하고, 솔직하고
좀더 내 학창시절을 즐기지 못했을까
교복 어울려요? 라며 물어보는 그 애의 단정하게 채워진
교복 단추까지 어느날은 부러웠다.
멋있어보이고싶어서, 친구사귀고싶어서 늘 치마는 짧게
조끼는 터질듯이 줄였던 나인데..
저렇게 단정하게 목까지 채워잠근 교복이 정말 예쁘구나,
처음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또 그걸 빛낼줄도 알고
도전할줄 알고, 무엇보다 자신의 지금 이 학창시절이 얼마나
빛나고 소중한 것인지 ㄹ확실하게 알고있는 그애가
처음엔 사무치게 부럽다가,
어쩔수없이 참 예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친구들이랑 우르르 몰려다니면서도 꼭 수업끝나고 나와
같이 내려가려고 기다리는 그애가,
내가 살짝만 기침해도 고개를 들어 빤히 쳐다보던 눈이,
왜 저는 친근한 이름으로 전화번호 저장 안해줘요?
같이 걸어가면안돼요? 저랑 얘기하고가요.
나중에 술사주세요!
쌤 나중에 그만둬도 제가 만나러갈게요
이 노래 좋아요 진짜 추천
쌤 제가찍은건데 이사진 잘나왔죠 쌤 올려요
하늘너무 예쁘지않아요?
별 엄청 많아요 하늘봐봐요!!
저 맨날맨날 수업전에 일찍올게요
그저 선생님이 좋아서, 순수한 호의로 호기심으로 하는말인걸
알면서 , 심지어 어떤 행동이나 어떤 말들은 어느순간부터
일반적이지 못하다고 느꼈지만
애써 아닌척 부정하며 함께 짧게짧게 시간을 보냈다.
같이있으면 재잘대는 그애의 말들이 좋았고, 활짝 웃고
또 찡그리는 솔직한 표정이 좋았고.. 학창시절을 누구보다 반짝거리게 채우고있는 그애를
옆에서 보고있는게 즐거웠다.
그렇게 어느샌가 언제부터인지모르게 절대 티내면안되고
들키면안되는 마음을 품은지 꼭 2년..
연락도 끊어보고 차갑게도 굴어보고 나와 떨어트려도 봤지만
그애는 내 맘도 모르고 그저 늘 거침없이 정신차려보면
또 내옆에, 또 내옆에 서있었다.
나와 멀어지는걸 싫어하는듯 했고,
그런 자신의 감정을 결코 의심하거나 숨기지 않았다.
본인은 정말 순수하게 날 호의적으로 대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그런마음이 아니라고하면,
너가 자꾸 그렇게 굴면 오해하게된다고 하면,
그애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나도 호기심정도로 지나갈 거라
생각했던건 오만이였다.
어른이니까, 성인이니까 내 마음은 내맘대로 조절할수있다고
생각했던건 내 큰 오산이였다.
쌤쌤! 부르는 목소리가 이제는 마음을 쿵, 떨어트리고 찢어놓았다.
괜찮아지는듯 하다가도 한번씩
쌤이너무 좋다고, 내 좋은 친구라고 하며 다가올때면,
이나이에 짝사랑을 앓는 사춘기 소녀처럼
속절없이 혼자 속으로 삼키고 앓느라 뒤척이며 뜬눈으로 밤을 샜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해도 결국 되지않는 내 마음을
어떻게든 끊어내야하는걸 아는데,
쌤이 있어서 좋다는, 저 졸업할때까지 쭉 맡아달라는
차마 그애를 먼저 놓고 떠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남아있자니 내마음이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였다.
요새는 처음으로 다시한번
그 지옥같은 학창시절로 돌아가면, 어떨까
의미없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같은 교복을 입고, 거리낌없이 그애와 웃고 떠들수있는..
내 학창시절에 이 아이같은 친구가 단 한명만 있었어도
내 학교 생활도 꽤 즐겁지 않았었을까? 의미없이 자조하면서..
때로는 그런 종류의 씁쓸한 아쉬움들을 애써 삼키면서...
한가지 확실한건..
만일 내가 같은 학교에서 널 만났었더라면
너가 1반이고 내가 14반이여도 난 무조건 너와 친구가 됐을거야.
아무에게도 차마 말할수없는 마음이라,
내가 내 스스로 쓰기에도 죄스러운 감정이라
그냥 이말만은 언젠가 전할 수 있을까?
회색같은 내 인생에 더욱 특별할 일 없던 하루하루에
늘 예쁜 색깔을 칠해줘서..
내 좋은 친구가 되어줘서
정말 고마워.
여기에라도
이렇게 익명으로 올려서 털어내본다..
이제 나는 곧 너가 없는 곳으로 가야할거같아
점점 더 빛나고 더 멋진 어른이 될 준비가 되어가는
너를 보면서
내 마음도 내시간도 더이상 여기에 멈춰있고싶지 않아..
너무너무 힘들고 아프겠지만
너를 졸업할때까지 가르치겠다는 약속은 지키지ㅣ못할거같아.
그동안 너무너무 고마웠어
우리 서로 마주보고 웃을수있는 남은 시간이라도
난 절대 하나라도 티내지 않고, 지금까지처럼 잘 숨겨서
좋은 추억으로 잘 마무리 해볼게.
내가 할수있는 최선을 다해서 이 약속을 지킬거야
시간이 흐르고 넌 새로운 인연과 즐거운 기억들이 가득할거고
곧 너는 날잊겠지
그래도 언젠가 어른이되서 니가 날 떠올렸을때
내가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