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부자들이나 시간 남는 여유 있는 사람들만 가는줄 내 인생 전반전 평생을 그렇게 생각했음
엄마가 합병증으로 눈이 실명될거라 이야기 듣기 전까지
아무리 돈을 주고 서울이나 이름있는 병원을 가도
절대 나아질수 없고 식단관리만 하면 오는 속도만 늦춰진다고 했음 (그래봤자 3년 내로 온다고 함..)
대학포기하고 집 생활비 내기 위해 생산직만 계속 일하다가 그 이야기를 생각하면 현타오고 엄마도 어차피 나아질수 없다는데 뭐
생각하면서 나쁜 음식만 되려 많이 먹었었음
그러다 같이 회사 회식때 술 취한 팀장이 나이 어릴때일수록 여행 많이 가봐야한다 어쩌구 하는데 솔직히 평소처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야하지만
이상하게 그 말이 자꾸 떠올라
왜 다들 여행 한번 가라고 하는거지..?
더 늙기전에 가야하는 이유가 있나?
한국 땅 거기서 거기 아닌가? 티비로 보면 되는거 아닌가?
가다가 사고나면 어떡해 이렇게만 생각했는데
엄마가 이제 눈도 곧 안보인다고 하니까 그래 더 안보이기 전에,
눈이 깜깜해도 인생은 추억으로 사는거지 생각하면서
겨우겨우 가족들 다 설득해서 다같이 제주도로 여행가기로 했음
다들 나처럼 여행은 사치다 우리 형편엔 아니다 그랬지만 한사람당 얼마씩 걷으면서 그냥 한번만 딱 한번만 갔다가 오자고 엄마 사정도 이러니 다들 그래.. 하고 별 생각 없어보이더라
회사에서도 이 이야기하니까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분들이 나보다 더 좋아하시면서 이것저것 코스도 알려주고 맛집도 알려주고 찾아주고 하셨음 이때 너무 감사했어
진짜 보잘것없는 1박2일 여행이고 시작도 험난하고 뜻대로 안되고.. 아니 이 가족들 다 무계획형이라 일끝나고 나만 계속 밤새 맛집이나 숙소 알아보고 일정도 나름 다 짰음 ㅠ
나도 처음 여행 짜보는거라 많이 허둥지둥대고 숙소도 먼곳으로 잡아서 다같이 밤에 이동하느라 개고생하고..ㅎ 이때 부모님한테 욕 먹어서 이씨 다시는 같이 여행 안가 생각했는데..
그래도 시간 지나니까 추억이라고 처음으로 같이 4명이서 간 여행이 기억에 많이 남았음 자주 싸우는 넷인데 부모도 좋다구 막상 오니 좋다, 말고기 처음 먹어보는데 맛있다 이러구 혈육도 머 말타니까 좋다고 하구 마지막으로 떠날려고 공항에서 비행기 기다릴려고 앉아있었는데 엄마가 창문 보면서 제주도 안녕.. 이라고 혼잣말한것도 뭔가 서글퍼서 기억에 남네
엄마도 여행은 돈 있는 사람만 가는줄 알았는데 우리가 조금씩 모아서 이렇게 가도 되는구나 지금까지 자식 잘못키워서 미안하다고 말한것도 듣기 싫어서 다음달 월급받으면 이번엔 2박3일로 부산여행 잡아버릴거임;; 되려 엄마아빠 밑에서 커서 이렇게 자랄수 있었다고;
왜 다들 여행 가는지 알겠더라 너무 행복했고 처음 비행기 타서 설렜고 찜질방 말고 다른 집에서 잔것도 처음이라 재밌었고 우리 지역엔 없는것이 많아서 신기하고.. 가족들도 여행 이후로 편견들 싹 다 버리고 다음에 또 가보자! 이런 들뜬 마음이었음 엄마도 더 오래 보고 살려면 나쁜음식 줄여야겠다며 ㅋㅋ 이럴줄 알았음 일찍 보내줄걸 ㅠ
진짜 개고생했지만 너무 행복했다 다음엔 좀 더 체계적으로 일정을 짜야겠어..
갑자기 내일 일 가야하는데 잠 안와서 생각난 김에 써봄 ㅎㅎ 다들 좋은 꿈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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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푸념한듯 썼던 글인데 .. 생각보다 다들 많이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당뇨때문에 생긴거 맞아요 다들 당뇨그냥 무시 하지마세요.. 유전도 있고 눈 뿐만 아니라 당이 낮아도 높아도 픽픽 쓰러집니다...
저도 다같이 하고싶은것도 달라서 맞추기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어머니랑 단 둘이 가고싶어했는데 어머니가 ' 나는 일만 하다가 이제 여행의 맛을 알았다. ' 가족들한테도 알려주고싶다 라고 하셔서 둘만의 데이트는 조금 힘드네여.. 그래도 다음에 꼭 성공하도록 하겠습니다..!
글도 안지울게요 정말 댓글도 하나하나 다 읽었습니다 진짜 모르는 사람을 위해 행복하길 바라시다니.. 여러분들이 더 착하신것같아요 감사 말씀밖에 드릴 말이 없습니다
그냥 5명 보다가 말겠거니 생각은했는데 톡커들의 선택? 에서 제 글이 있길래 황급히 로그인 했습니다 ㅎㅎ.. 후쿠오카 여행이랑 다른 여행지도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번에 꼭 참고할게요
최근에 옆동네에 불꽃축제를 했는데 처음 봐서 그런지 너무 예쁘다고 좋아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엔 불꽃축제도 하는 곳으로 볼려구요 돈이 없어서 최대한 절약하며 가고 있습니다 (밥을 싸오거나.. 하는 식으로)
그냥 어쩌다 한번 들어오는 판이었는데 이렇게 댓글때문에 자주 보게 되네요..ㅎ 다들 너무 감사하고 여러분들도 어딜 가서든 행복하시길 기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