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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 3편 "사람이 말을 하는데 왜 어깨 위에서 고개만 까딱거리는 겁니까?!"

양념감자 |2023.07.09 02:27
조회 1,638 |추천 4
드디어 3편 입니다.  현재 4편까지 쓴 상태인데, 아무쪼록 재미있게 즐겨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사람이 말을 하는데 왜 어깨 위에서 고개만 까딱거리는 겁니까?!

 

 

처음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작년 빙판길에 넘어졌을 때? 아니면 지난달 핸드폰을 보며 걷다가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굴렀을 때? 도저히 모르겠다. 그리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나조차도 믿기 힘든데 누가 믿어주겠는가. 

나의 눈에는 세상 모두가 볼 수 있는 것들 보인다. 

또한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도 보인다. 믿어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저 이 불쌍한 사람의 한풀이를 들어달라는 얘기다. 


처음에는 그저 희뿌연 무언가로 보여 눈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안과를 찾아갔다. 눈이 좀 건조하니 인공눈물을 자주 넣으라는 얘기 외에는 어떤 진단도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희뿌연 연기 같던 것들은 점점 또렷해졌다. 그것들이 또렷해질수록 나는 하루하루 잠들기가 무서웠다. 내일이면 더 선명해 질 것이니 말이다. 


이젠 그 하얀 연기 같던 것들의 눈,코,입도 보인다. 가끔씩 그것들이 날 바라보는게 느껴지면 난 아무렇지 않은 듯 시선을 돌리곤 했다. 입처럼 생긴 무언가가 쉴 틈 없이 움직이는 걸 보면 분명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은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목소리까지는 들리지 않았다. 


근데 어제는 하루하루가 선명해지는 공포의 연속이었던 내게 좀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 


지금껏 다른 사람들에게만 붙어있던 그것이 내 어깨 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지만 이상하게 어깨가 무거웠다. 그저 엎드려 잔 탓이니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기만 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던 나는 약국에 들러 약까지 사 먹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분명 약국을 갈 때만 해도 아무것도 없이 평범하기만 했던 내 어깨를 바라본 그 순간, 내 어깨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하얀 무언가만이 내 어깨 위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혹시 내 머리 위에도 있을지 모르는 그것을 직접적으로 쳐다볼 정도로 난 용감하지 않았다. '분명 눈을 마주치리라.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아 물론 지금도 내 어깨 위에 있다. 고작 하루 지났다고 이제 어깨를 바라보는 것은 두렵지 않다. 그런데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거슬린다. 회사에서도, 식당에서도, 심지어 집에 오는 그 순간까지도 계속 누군가 작게 속삭이는 듯했다. 애써 무시했다. 


그저 회사 동료끼리 떠드는 소리, 식당에 있던 손님들이 작게 대화를 나누는 소리, 위층 사람들이 하루의 마무리를 하는 소리일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난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미치지 않기 위해, 또 내가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있고 내 생각을 글로 남길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나는 지금 새벽 1시 35분이라는 늦은 시간에 이렇듯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너는 연속된 글이기에 잘 모르겠지만 바로 직전 문장을 끝내면서 나에게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 그래 ‘이렇듯 글을 쓰고 있다.’ 바로 그 문장 말이다. 늦은 새벽의 적막함을 찢어버리기에 충분했던 우리 집 초인종이 울렸다. 


무섭기보단 반갑기까지 했다. 범죄자면 어떻고, 또 술 취한 사람이라면 어떠하리, 하물며 범죄자라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당장 내 어깨 위의 이것보다는 덜 무서울 테니 말이다. 또 혹시 모른다, 그 범죄자가 날 더이상 공포에 떨지 않고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모두 보기 좋게 빗나갔다. 누가 봐도 자다가 방금 일어난 듯한 소위 까치집 머리를 하고있는 젊은 남녀 한 쌍이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날 보더니 흠칫 놀라는 남자의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분명 '내 몰골이 사람 꼴이 아니라 놀랐으리라.'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의 말에서 나온 말은 다소 흥미로웠다. “저..저기! 그 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그렇게 시끄럽게 떠드시면 어떻게 합니까? 내일 출근도 해야 하는데. 그리고 그... 저... 사람이 왔으면 여자친구분도 어깨 위에서 내려오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사람이 말을 하는데 왜 어깨 위에서 고개만 까딱거리는 겁니까?!”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안도감과 위안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미친 것이 아니었다. 내 위의 그것은 정말 존재했구나.’를 느꼈던 그 순간 내 눈에서는 하염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갑작스럽게 우는 내가 이상해 보인건지 옆에 있던 여자가 날 빤히 쳐다보더니 말을 꺼냈다. “저희 남편이 헛소리해서 놀라셨나요? 당신! 미쳤어? 어깨 위에 있긴 뭐가 있어?!” 


그러자 남편이라는 그 남자가 놀란 듯 “아니, 저 어깨 위에 있는 저 여자 안 보여? 당신이야말로 왜 이래? 내가 이상한 사람 같잖아!” 그 순간 나는 똑똑히 들었다. 


“아? 쟤는 내가 더 잘 보이나 보네? 키히히히히히히 재밌겠다.” 그 순간 내 어깨를 짓누르던 통증이 사라지며 어깨 위에 있던 그것은 없어졌다. 그리고 남편이라는 남자가 자신의 아내에게 자신을 옳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나를 가리키며 “이 사람 어깨에 있는 여자가 안 보인다고? 어?! 그새 어디 갔지? 여자친구는 어디 갔어요?! 네?! 잠깐 나와보라 그래요!” 


그 순간 아내가 남자를 말리며, “죄송합니다. 이 사람이 자다 깨서 정신이 없나 봐요. 새벽에 실례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시끄럽게 떠드셔서 저희도 참을 수 없었다는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그럼...” 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여자는 남자를 이끌고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난 황급히 문을 닫고 방에 들어왔다. 그리고 난 똑똑히 봤다. 여자의 형태처럼 생긴 하얀 무언가가 그 남자 등에 붙어서 따라 내려가고 있는 것을. 그리고 그 무언가는 조용히 하라는 듯 입에 손가락과 같은 무언가를 가져다 대면서 '쉿'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갑자기 아래층에서 시끄러운 수다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난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그저 이 소리에 감사하며, 가벼워진 어깨에 감사하며, 그리고 그것을 가져간 아랫집 남자에게 감사하며, 난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볼까 한다. 


실로 오랜만의 평화로운 밤이다.

추천수4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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