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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과 뜨거움의 사이

   커튼이 낮게 내려와 바닥을 스친다. 햇볕이 커튼 실 사이로 빠져나온 것으로 보아 아침 아니면 오후이리라.  나는 내 옆에 누워 있는 나체의 여자를 내려다봤다. 여자는 새근거리며 자고 있었다. 침대 밑에는 몇 병의 술병과 먹다 남은 안주가 보였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가늠이 안 갔다. 술병을 세어보려고 하다가 머리가 지끈거려서 관뒀다. 옆에서 인기척이 있기에 돌아봤더니 여자가 몸을 뒤척이며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잘 잤어?"
  내 물음에 여자는 대답 대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 손으로 머리를 짚는 걸로 보아 그녀 역시도 숙취로 고통스러운 듯했다.
  "어제에의 기억이 없는데, 나는......"
  "정말 기억 안 나?"
  나는 정말이지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 왜 이 여자와 이 침대 위에 있는지조차도. 분명 밖에서 술을 먹은 건 기억나는데 이후 어떤 이유로 여기 와 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너 어제 말야."
  여자는 그 말을 채 잇지 못하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나는 왜 그러느냐고 묻지 못했다. 웃음이 터진 여자는 좀처럼 멈추지 못했고, 때문에 나는 한동안 여자의 잠긴 목에서 나온 웃음을 들어야만 했다. 잠깐의 소강상태 후 여자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최고였어. 짜릿함에 온몸이 떨릴 정도로."
추천수1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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