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나인데...
평생 트림을 해 본 적이 없어
주변에 의외로 트림 못하는 사람 많은데 그냥 넘기는 게 안타까워서 글 써볼게
콜라 마셔 (X) 목에 힘 줘봐 (X)
콜라를 아무리 마시고, 맥주를 아무리 마셔도 트림이 안나와
그냥 트림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이 맞는 것 같아
2015년 11월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병원에서 어떤 환자가 찾아왔어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넌 문제가 없다', '정신과적인 문제다'라는 말을 들어왔다는 환자는
아래의 증상 여섯가지를 호소했어
1. 트림을 할 수가 없다2. 식후에 속이 더부룩하고 저녁에는 복부팽만이 심하다3. 목 근처에서 꾸룩거리는 소리가 난다4. 방귀가 다른 사람에 비해 너무 많이 나온다5. 위 증상으로 사회적인 생활에 제약이 있다6. 구토를 하기 무서워한다
위 증상을 잘 보면 알겠지만 결국 트림을 못하는 게 모든 증상의 원인이었어
이 환자는 똑똑하게도 병원에 내원해서 증상을 호소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미국에서 유명한 SNS인 Reddit이라는 사이트에 자신의 증상을 지속적으로 어필하기 시작해
그랬더니 자신과 비슷하게 '트림을 못한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글을 보고 나타났고
SNS에서 시작된 이 증상은 하나의 담론을 형성하기 시작했어
미국의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처음 이 현상을 무시했지만,
이 환자가 2015년 병원에 왔을 때 담당했던 의사 Dr. Sebastian을 필두로
점점 '트림을 못하는 것이 정말 질환인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에 봉착하게 돼
일반인이 SNS에서 자신의 증상을 공유하고 그것이 하나의 담론이 되고
그것이 다시 이비인후과 학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신기한 케이스인거지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 줄 알아?
2019년에 하나의 논문이 나오게 돼
'Inability to Belch and Associated Symptoms Due to Retrograde Cricopharyngeus Dysfunction: Diagnosis and Treatment'
라는 논문은 Dr. Sebastian이 발표한 논문인데,
트림을 못하는 증상을 'R-CPD' (Retrograde Cricopharyngeus Dysfunction)
으로 명명하고 이를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는지 상세히 서술한 논문이었어
R-CPD란 즉슨, 우리 목 안에는 기도 입구에 후두라는 구조물이 있는데,
그 후두에는 여러가지 근육이 존재한대.
그 중 중요한 근육이 윤상인두근 (Cricopharyngeus muscle)이라는 근육인데,
이 근육이 잘 수축과 이완을 해야 위 안에 있는 가스를 내보내는 트림을 할 수 있는거래
주변에 보면 트림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잖아?
그 사람들은 윤상인두근을 자유자재로 이완시켜서 가스를 내보낼 수 있는거야
근데 R-CPD 환자들은, 윤상인두근이 너무나도 수축이 심하게 되어있어서
아무리 위에 가스가 많이 차도 근육이 공기를 내보내지 않는다는거야
그래서 저 의사가 제시한 해결 방법은,
윤상인두근에 보톡스를 주사하는 거였어
보톡스는 세균의 일종인데, 근육을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적절히 용량을 조절해서 윤상인두근에 넣으면
강하게 수축된 윤상인두근을 조금 이완하는 효과가 있고
그 덕분에 R-CPD 환자들은 트림을 할 수 있게 되는 원리래
신기하게도 보톡스의 효과는 몇개월 못 가지만,
R-CPD 환자들의 윤상인두근에 보톡스를 주입하면
환자들도 트림을 하게 되면서 '아 이런 느낌이구나!'를 체득하게 돼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더 이상 보톡스를 맞지 않아도 트림을 할 수 있게 되었대
트림 못하는 친구들아...
그동안 평생 트림을 못하니까 사실 불편한 건지도 모르고
매일 목에서 사는 이상한 소리와 복부 팽만, 너무 많이 나오는 방귀를
달고 살지는 않았니?
불편한지 잘 모르겠다면 그대로 사는거지만...
불편함을 느낀다면 인터넷에 R-CPD를 검색해보기를 바랄게
한국에서는 이제 점점 유명해지는 과도기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