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 한 명의 파견직 비서를 뽑았습니다. 처음 면접 볼 땐 잘 웃기도 하고 면접 자세 준비가 가장 잘 되어있어서 뽑았던 것 같습니다. 첫 직장이고 아직 어려서 처음엔 잘 대해주려고 했습니 다.
들어와서 보니 처음인데도 모르면 물어보고 열심히 하려는 거 같은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습득력이 빠른 건지 한 번 가르친 건 곧장 잘 하더라고요. 초반엔 분명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어색하고 어려운 면이 있어도 이해했습니다. 어리고 첫 직장이니 당연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비서가 맡은 분은 이번에 처음 임원이 되신 분입니다. 그러니 어색하신지 비서에게 시키시는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원래 비서가 서무 업무도 지원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저희 회사는 오로지 비서 전담업무만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비서는 딱히 할 일이 없죠..
첫 출근하고 일주일 동안은 눈치를 보더니 언제부턴가 너무 할 일이 없다 보니 책도 읽고 휴대폰 게임도 하더라고요. 책은 그나마 괜찮지만 게임이라뇨. 주의를 줬습니다. '해도 되는데, 몰래 해라‘ 할 일이 없는 애한테 일을 만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지켜보니 정말 몰래 하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얼마 안지나 제가 한 가지 요구를 했습니다. 요새 8시 4~50분쯤에 오던데 30분까지 와주라고요. 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네? 첫 출근했을 때는 일찍 와봐야 할 거 없으니 50분까지 오라고 하셨잖아요..? 라고요. 맞습니다. 분명 그랬었죠. 그런데 순간 욱해서 그 땐 그랬는 데 상사가 일찍 출근하시니 조금 앞당겨 달라고 했죠. 그러자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아니, 갑자기 30분까지요..? 이러더군요.
사실 이 비서 뒤에 바로 들어온 다른 비서가 있는데 그 비서는 집이 가까워서인지 8시 15분까지 오거든요. 그래서 더 요구했던 거 같습니다.
어쨌든 알겠다고 했는데 쉽지 않았는지 잘 오지 못하더군요. 이해했습니다. 퇴근도 정시퇴근이 아니라 6시 30분에 퇴근이니 집도 먼데 무리시켰나 싶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그 비서가 교통사고를 당해 3일간 회사를 나오지 못했습니다. 걱정되더군요. 마침 제 아내도 사고를 당해서인지 더 마음이 갔습니다. 그리고 좀 후회했습니다. 정말 일찍 출근해 도 할 것도 없는데 괜히 일찍 오라 했나, 휴대폰 게임 좀 몰래 할 수도 있지 나도 하는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내한테도 이야기했더니 아내도 잘 대해주라고 하더군요. 자기가 처음 직장 다닐 때 생각난다고.
3일 후 그 비서가 출근했습니다. 좀 절뚝거리고 한 번씩 움찔거리는 게 아직 몸이 성치 않은데 온 거 같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이후로 이 비서가 즐기 시작하더군요. 업무시간에 말입니다. 처음엔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금요일에 문자로 퇴근하던 중인 비서에게 연락했습니다. 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의해달라. 그러니 자기도 알고 있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근육 이완제 때문에 그렇다고. 아프다는데 별 수 있나요. 알겠다고 했죠 게다가 감기까지 같이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아 이번 달은 진짜 이 비서가 안 되는 달인가보다했죠. 왜 그런 날 있잖아요. 뭘 해도 잘 안 되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좀 심하다 생각해서 부서 사람들에게 푸념하듯 이야기했더니 부서 사람들은 어색해하며 자기들은 잘 모르겠다고, 업무 시간에 주의깊게 안 보니까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내에게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그냥 여보가 그 비서를 너무 쳐다보는 거 아니야? 칸막이 없어?이러더라고요. 순간 울컥했습니다. 아내가 제 편을 안 들어주니 그간 비서와 있었던 일을 다 이야기했습니다. 게임이라던지, 업무시간에 존다던지 등등을요. 30분까지 오라해도 안 왔다던가 이런 자잘한 걸 이야기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니 아내가 또 이러더라고요.
뭘 그렇게 신경써? 그냥 여보가 안보면 되잖아.
사실 아내 말도 틀린 건 아닙니다. 칸막이 탓에 뭐 하는지 보이지 않으니 가끔 일어나서 뭐하나 확인하고 다시 자리에 앉거든요. 그런데 제 말을 신경 쓰는건지 게임 줄이고 뭐하나 봤더니 타자연습을 하더라고요 그것도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비서와 같이 일을 못하겠다고 판단한 저는 파견회사에 연락했습니다. 같이 일 못 하겠다. 그러자 얼마 안 가 그 비서에게 파견회사 사람이 찾아왔고 이야기를 나누더니 저를 불러 제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만두고 싶지 않아한다고, 이제 바뀌겠다 한다고.
이 이야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아내가 또 이러더라고요.
여보 진짜 너무한다. 아직 스물다섯이라고 하지 않았어? 완전 애기인데 그러고 싶어? 그냥 자기가 좀만 덜 신경쓰면 잘 보이지도 않겠구만..
서운해서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고 아내와 싸웠습니다. 아내는 제 잘못이라고 하더라고요. 안 쳐다보면 될 일을 누가 업무 시간에 비서만 쳐다보고 있고 뭐하나 확인하냐고요. 진짜 제가 잘못 한 일인가요? 바뀐다는 말을 믿어줘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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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다들 그 비서편이 많으시네요. 부서 사람들도 임원분도 동의해서 그 비서 그만두기로 했고요. 전 보기 불편해서 3일동안 출근안했습니다. 연락 받으니 방금 짐 싸서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그 비서한테 관심있는 게 아니고 정말 업무태도가 너무 불량해서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겁니다;; 업무시간에 아무리 일이 없어도 게임하고 타자연습하는 게 정상인가요?? 워드랑 엑셀같은 본인이 하는 공부를 하는 게 맞는 행동인가요?
전 그냥 그 비서 바로 옆자리였고, 서무 업무하는 사람입니다.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말아주셨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