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동급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부모님을 졸라 다른 지역으로 도망치듯 전학을 갔었습니다
그 후로는 괴롭힘을 당한 적은 없었지만 저를 싫어하는 급우들이 생기면 다시 왕따가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대학에 가서도 그런 티가 나버렸는지 원치않는 아웃사이더가 되었고 우울증이 심해져 자퇴를 했어요
몇년 뒤 두려움을 극복하고 더 좋은 대학에 가서 학업을 마치긴 했지만요
그렇게 십 대~이십대 초반까지 동성친구들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다보니 이십대 중반부터는 남자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친구는 여럿이라 언제든지 소원해질 수 있지만 애인은 서로에게 하나뿐인 존재라 서로에게 헌신적일거란 환상을 품고요
그런 환상을 품고 시작한 관계가 잘 되었을리 없습니다
버림받지 않으려고 을의 연애를 하거나 배신당했어요
사람과의 관계에 몰두할 수록 트라우마만 강화되면서 정신이 더 피폐해졌어요
살면서 사람에게 성폭행도 당하고 강도도 당하면서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없어지더라구요
그렇다고 인간을 혐오하고 모든 대인관계를 차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인간관계에 쏟는 에너지가 너무 소모적이라서 먹고살기도 바쁜데 굳이 그러고싶지 않을 뿐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연락은 그게 십년만에 온 청첩장일지라도 반갑고 고맙습니다
먼저 만나자고 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버선발로 뛰쳐나가지먀 제가 먼저 자주 연락해서 관계를 지속하는 것까진 어려운 딱 그정도?
그렇게 살면서 반려동물 키우고 있는데 얘들 앞에서는 그냥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저일수 있어서 맘이 참 안정됩니다
소외되지 않으려고, 오해받지 않으려고, 부족해보이지 않으려고, 두려운걸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런데 부모님께서 반려동물에 쏟을 에너지를 사람에게 쏟아야 정상이지 왜 그러고 사냐고 하십니다
사람이 사람사회에서 더불어 살아야 하는거라며..
저 직장도 다니고 직장에 친한 동료도 있어요
사람들 대부분이 적당한 친분을 유지하면 저를 되게 착하고 성실한 사람, 단지 좀 숫기가 없는 사람 정도로 보고 좋아합니다
오히려 너무 제 속을 내보이면 제 마음 속 상처나 결핍을 캐치하고 뒷말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막 사교적으로 살지 않을뿐 반사회적 성격장애나 은둔형 외톨이가 아닙니다
물론 부모님께선 늘 저의 생활에 질책만 하시기에 제 정신건강을 위해 연락을 자주 안드리고 있어서 제가 반사회적인 인간처럼 보일 수는 있겠는데..
그런데 제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더 애써야 건강한 삶이 되는걸까요?
저처럼 살면 늙어서 후회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