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잔디밭을 파냈다.
너를 떠나보내고 니가 있던 그자리를 없애려 애썻다.
커다란 웅덩이가 생겼다.
나를 가라앉힐만한 깊은 그 웅덩이에 이따금씩 나를 빠트려 허우적댔다.
처음엔 시간이 지나, 햇볕으로, 바람으로, 그 웅덩이가 마르길 바랐고,
이내 세월이 해결하지 못함을 깨닫고는 직접 물을 퍼올렸다.
널 만난 시간보다 더 걸려서야 웅덩이는 구덩이가 되었다.
이젠 날 잠기게 하지 못하는 그 깊은 구덩이는 아직도 꿉꿉한 습기를 머금고 있다.
아직도 난, 그 구덩이를 찾아가고 서려있는 습기를 메만진다.
니가 있었던 곳이기에 파낸 그 구덩이를, 더이상 나를 잠기게 하지못하는 그 구덩이를, 미련하게도 그곳에 찾아가 나를 잠기게하지 못하는 습기를 마시다 나오길 반복한다.
잔뜩 묻은 진흙을 털며,
내가 아직도 여기 있는 이유는 이곳을 무엇으로 채울지 정하지 못해서라 되뇌이며 그곳을 바라보다 다시 쳐다볼 그곳에서 시선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