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버겁습니다. 어디 가서 말할 수도 없어 푸념이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주작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는데, 저도 차라리 이게 다 망상이었으면 합니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지방 출장으로 거의 어머니가 삼남매를 홀로 키우다시피 했는데 첫째가 나머지 둘을 매일같이 트집 잡은 후 폭행하고, 어머니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첫째를 위로하는 겸 저희를 분리시켜야 '집안이 시끄러워지지 않는다'면서 새벽 세네 시까지 거리를 떠돌게 했습니다. 주말에야 집에 도착한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숨기고 아무 일도 없는 척 하고요.
첫째는 둘째에게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는 모양입니다. 첫째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셋째를 이용해 둘째를 집 안에서 왕따시키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재미있는 걸 보여준다며 셋째를 불러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산 길고양이에게 물고문을 시킨 후 근처 도랑에 던져서 죽이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언뜻 들었던 사실은 첫째가 중~고등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잘 하지 못해 그나마 친했던 한 명과 적당히 잘 지낸 것 같고, 여드름이 많다며 놀림을 심하게 받았다고 합니다. 그 화를 집에 가서 동생들에게 풀었다는데, 절대 수긍할 수 없는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동생들이 각각 초등학교를 졸업할 정도 즈음, 그때마다 트집을 잡아 폭행한 후 절연을 선택한답시고 없는 사람 취급을 하더니 기분 내키는 대로 폭행하거나 폭언할 때만 있는 사람 취급을 하곤 했습니다.
셋째는 첫째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싸우고 사과하지 않는 방법, 트집을 잡아 소통을 단절하는 방법,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것, 온갖 비하 발언, 몇 초 이상 목을 조르면 숨을 쉴 수가 없다는 것, 옷에 가려지는 부분들만 멍들게 하는 법, 성추행하는 방식까지. 이것들은 모두 어머니가 직접 목격했거나 들었던 사실들입니다. 그저 '집안 시끄럽게 만들지 말라'며 자녀의 잘잘못을 가리지 않고 침묵했을 뿐입니다.
둘째는 셋째에게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던 모양인지 질투와 막말을 일삼았습니다. 나이 차이가 상당히 나는데도 부러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자기비하와 부정적 과거사 등 엇나간 것들을 두서없이 뱉어내곤 했고, 셋째는 핸드폰을 부여잡고 매일 대여섯 시간 정도의 통화를 당해내야만 했습니다. 셋째가 사실을 말하려고 해도 배배 꼬아낸 자신의 생각을 덧댄 그것이 맞다며 고집을 피우곤 했고, 나중에는 '난 네 직업이 너무 부끄럽다'는 막말로 셋째의 인생을 힐난했습니다. 그 뒤로 셋째와 둘째는 연락하지 않습니다.
셋째는 매번 거짓말로 상황을 무마하고, 부모님 지갑을 뒤져 나온 돈으로 친구를 사귀고, 사소한 다툼을 해도 상대방을 죽일 것처럼 달려들며, 그것이 사실 본인의 잘못이었다 하더라도 타인에게 사과 한 마디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부모님은 슬슬 '형제들이 뭉쳐야 한다'며 또다시 집안을 조용하게 만들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앞서 나열했던 대로 둘째와 셋째가 성장기 때 하나같이 정상인 것이 없었으며,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나아진 것은 몇 개 없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아직도 낮은 자존감을 이용해 타인에게 의지하는 것을 좋아하며, 셋째는 타인에 비해 현저히 낮은 EQ와 함께 반사회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를 극구 모르는 체함과 동시에 당신의 선에서 막아냈다는 것에 뿌듯해하는 어머니, 모든 일을 정확히 모르는 아버지. 당신들은 이전의 일들을 '지난 일'이라 함축하며 셋째에게 막내의 책임감을 상기시킵니다. 연상자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고 친해지라면서요. 셋째는 아직도 첫째에게 맞는 꿈을 꾸곤 합니다.
이후 셋째는 어머니의 도 넘는 요구에 견딜 수 없어 천륜을 저버렸습니다. 어머니의 요구에 따르면 셋째는 빨간색이 사주에 맞으니 집안 모든 가구와 소품, 입을거리까지 모조리 빨간색으로 바꿔야 하며, 아버지와 당신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착용하던 반지를 빼내 바쳐야 하고, 막내의 의무를 다해 첫째와 둘째를 아울러 다시금 친선을 도모해야만 하며, 현재 가지고 있는 질병 진단은 병원 측이 내린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니라 '위생적으로 문란하다'라는 당신의 생각에 수긍해야만 하고, 현재 직업군을 버리고 새로운 직업군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셋째는 이 모두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기에 절연을 선택했습니다.
어머니의 사주와도 다를 바 없는 의견과, 이를 당신의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만나자며 회유하는 아버지의 행동을 아무 대응 없이 바라만 본 지 일 년이 넘어갑니다. 아버지는 외식을 미끼로, 생일을 미끼로, 근처에 있다는 것을 미끼로 제게 접촉을 시도합니다.
아주 가끔, 아버지는 그저 출장으로 인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중 업무에 집중하셨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외로 나타나는 이상 증세는 목격하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 낮은 관심도의 책임감을 원망하고 싶어 현재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제 마음 한편에 죄책감 같은 게 남아있는 것인지, 만나자며 회유하는 연락을 일방적으로 받는 날은 꼭 잠을 못 자거나 악몽을 꿉니다. 문득 생각나는 과거 일들에 감정이 얽매이는 것은 부지기수입니다.
가끔 네이트판 글을 보면 '손절해라', '천륜을 저버려라' 식의 의견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잘 안 된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지만, 상상 그 이상임을 느끼곤 합니다. 언제쯤 편해질 수 있을지, 얽매인 것들이 그냥 기억 중 하나로 치부할 수 있을지, 악몽을 꾸지 않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