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은 안 맞았어도, 다른 게(?) 참 잘 맞았지.
솔직히 나도 헤어진 직후엔 이게 가장 힘들었었어.
헤어지고 한달만에 네게 연락이 왔어.
어딘가 긴장한 듯하며 들뜬 네 목소리가, 썸타던 딱 그때로 돌아간 듯 풋풋함이 느껴졌었어. 밥 먹기로 해서 만났고 예전 그때처럼 너는 사랑스럽게 다가왔지만, 헤어질 때 마지막 모습에 배신감이 느껴졌어. 전애인과 연락하는 네 자신에 취해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심해보였고, 선을 넘으려고 애를 쓰고 또 애원하던 네 모습에 내가 알던 사랑했던 그사람이 맞나 싶었어..이렇게 말하기 싫었는데 불쌍해보였어. 널 아직 좋아하는 마음은 있지만 몇 주전의 나였다면 앞뒤 안가리고 너를 받아줬을거야. 그러고 머지않아 후회하고 후회했겠지.
내가 언성을 높인 적이 없으니 네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더라고..너도 그렇겠지만, 너를 사랑했던 나는 없어. 마음이 다하지 않은 채 헤어져서 아쉬움은 남았고, 연락왔을 땐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결국 이런 결과일 뿐이었네. 그래도 한때 서로가 소중했고 마음을 나누었던 행복한 순간도 있었다고 생각했어. 서로가 위로되는 존재였고 너는 내게 많이도 안겼잖아.
그렇게 사랑해줬고 사랑받았던 네가, 나한테 이런 식으로 돌아왔어서 배신감을 느꼈나봐. 더 잘해주지 못해 아쉬움 느꼈던 내 모습이 처음으로 싫어지더라. 우리가 사랑했던 행복한 시간들이, 단지 몇 시간의 네 마지막 모습때문에 다 부정되어버린 느낌이야. 네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좋은 기억만 안고 가려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조차 없게 되버렸어.
같은 상황이더라도 사귈땐 장난이었던 것들이, 헤어지고 나니까 장난이 아니게 되더라. 넌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내가 쉽게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따귀라도 올려붙이고 돌아설걸, 욕이라도 시원하게 질러버릴 걸 어차피 더이상 안볼 거라면 뭐라도 하고 올 걸 계속 후회해. 네게도 여러번 말했듯, 여지껏 너를 단 한번도 미워한 적 없었어. 하지만 처음으로 네가 미워지는 것 같아. 내 추억마저도 앗아가버렸기 때문에..
나한테 고마움만 남았다고 했었지. 그렇게 고마움만 남은 사람에게 그럴 수가 있었구나. 내가 그동안 사람을 정말 단단히 잘못봤구나 싶어. 그래, 받은 상처가 좀 깊은 것 같아. 이런거 다 부질없다는 거야 알겠는데, 그냥 하소연하고 싶었나봐. 나 이런얘기 아무한테도 안 하는 사람이니까..늘 그랬듯 홀로 삭혀왔으니까. 헤어지고 나서는 어찌어찌 견뎠는데, 이 배신감으로 인한 상처는 혼자서 감당하기 좀 힘든 것 같아. 너는 그날마저도 계속 연락하라고 했지만, 나는 이내 곧 끊어버렸어.
끝까지 너는 마음대로더라. 내게 마음대로 다가왔고, 마음대로 떠나가더니, 또 마음대로 다가와. 너를 만나며 달라진 것 하나는, 한없이 약했던 나도 나를 지킬 마음이 생겼다는 거야. 너도 느꼈다고 했듯이, 나는 네가 없는 이 상태가 더 홀가분하고 좋아. 너를 사랑했지만 그땐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 이제야 나는 나를 찾은 것 같아. 그런 나를 더이상 마음대로 뒤흔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것도 역시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헤어지고 연락하는 거 아주 좋은 것 같다는 개소리 말고, 각자 갈 길 가기로 했으면 깔끔하게 보내주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