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유산 경험이 있어
임신 10주부터는 매일 밤 남편이 하이베베로
아기 심장 박동 소리를 확인해줬어요.
식탁에 마주 앉아 서로 태교 일기를 한 장씩 쓰고
침대에 누워 심장 소리 듣고 자는 게
저희 부부의 일상이 되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날도 어김 없이 태교 일기 쓰고 하이베베 갖다 댔는데
안 들려요...
아기가 꽤 커서 갖다 대기만 해도
바로 140-150bpm 빠르게 뛰던 소리가 전혀....
남편은 아기가 움직여서 위치가 바뀐 거 같다는데
그냥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잘못 됐다고.
열흘 전에 첫 태동 느낀 뒤 아직 움직임을 못 느껴
이제 곧 매일 아기 발길질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행복했는데, 바로 전날에도 소리 들었는데.
그길로 다니던 병원 응급실에 울면서 갔습니다.
다행히 당직의가 담당 선생님이셨는데
하이베베 사용하고 소리 안 들린다고 울면서 온 산모
너무 많다고, 스트레스 받는 게 더 아기에게 안 좋으니
앞으로 절대 쓰지 말라며
울면서 응급실, 외래 온 산모 중 단 한 명도
진짜 잘못된 경우 못 봤다고 친정 아빠처럼 혼내셔서
잠시 마음이 놓였던 것 같아요.
근데 초음파 열자마자 아기 심장 안 뛰는 게
제 눈에도 너무 선명하게 보여 설명이 필요 없더라고요.
상태가 안 좋아요.
이 한 마디 하시는데, 그때부터 아무것도 안 들리고
그길로 자궁 경부 넓혀주는 질정 넣고
바로 입원해서 유도분만 진행 들어갔어요.
초산이라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며 이틀, 삼일 말씀하셨는데
그날 오후 진통 걸려 낳았습니다.
무통주사도 못 맞고 진통 내내 너무 아파서 울고 울다가
나중에는, 제발 엄마 그만 힘들게 해달라고
이제 그만 가주면 안 되겠냐고 아기에게 빌었는데
그 말을 들어줬나봐요.
양수 터짐과 동시에 아주 온전한 모습으로 나왔다고 해요.
옆 분만장에선 아기 태어나 우는 소리가 들리던데
우리 아기는 태어남과 동시에 의료진 모두가 조용해져
내가 정말 죽은 아기를 낳았다는 게 느껴졌어요.
아직 30대 초반이라 안 해도 된다지만
12주에 니프티 검사해서 여러 기형에 대해 확인도 했고
결과 나온 뒤로는 마음 편했던 날들이었는데...
당일엔 정말 죽을 것 같은 고통이었어서
하루 꼬박 걸린 진통의 아픔에서 끝났다는 사실에
죽은 아기 낳았다는 슬픔을 온전히 못 느낀 것 같은데
다음 날 새벽, 눈 뜨는 순간부터
출산하던 당시의 분만실 분위기, 간호사들 목소리
정신 차리라고 호통쳐주던 담당 선생님
울면서 힘 주던 순간, 아기가 나오던 그 느낌 그대로
머릿속에서 몸 곳곳에서 기억이 선명하게 나 힘듭니다.
자다가 눈 뜨는 게 너무 괴로워요.
젖 돌까봐 단유약 먹고 복대로 가슴 싸고 있다보면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모든 게 꿈 같아요.
오늘도 자다가 눈이 떠졌는데 아기가 없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치면서 허전한 배가 만져지고
화장실 갔다가 비친 거울 속 홀쭉한 배가 어색해서
혼자의 몸으로 또 하루를 버터낼 생각하니 자신 없고
아기 심장 소리 들으며 잠들 생각으로
웃으며 누웠던 침대에 눕는 게 두려운 거 있죠.
마지막에 내 고통 못 이겨내서
그 작은 아기에게 제발 나와 달라고 가달라고
울면서 빌었던 게 너무 미안해요......
산 사람은 살아지는 거고
아기는 또 언젠가 생길 거니까 잊힐 거라고
우리보다 더한 일은 겪은 분들도 있을 건데
우리라고 이 고통 못 이겨낼 거냐 스스로를 위로하다가도
임신 중기에 심정지는 생각지 못한 일이라
이런 교통사고 같은 일이 살면서 또 얼마나 내게 일어날지
사는 게 무서워져요.
이걸 도대체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자다가 숨이 턱턱 막혀서 이렇게 글이라도 써봅니다.
따뜻하고 자상한 남편 덕분에 아기 임신 소식 안 뒤로부터
매일 행복한 임신기간을 보냈는데...
아침에 눈 뜨면 남편이 아기 태명 부르며
잘 잤냐고 배에 뽀뽀해주고 영양제 입에 넣어줘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참 기쁘고 행복했는데
이제는 둘다 울면서 눈 뜨고 있어요. 너무 힘들어요.
참 좋은 아빠가 되었을 남편을 보면 안타깝고
갑자기 심정지 와서 놀랐을 아기가 불쌍하고
몸으로 마음으로 견뎌야 하는 저는 너무 숨 막혀요.
다시 자야하는데 잠도 안 오고 하...
+추가)
글 쓰고도 한참 잠이 안 와 울고 있는데
남편이 산책하자고 해서 해 뜨는 거 보며 걷고 왔어요.
아기 태어나면 유모차에 태워 같이 걸을 줄 알았던
동네 곳곳을 지나다니니 또 한바탕 눈물이.
아기는 아픈 곳 하나 없었고 자궁 내 문제도 없었대요.
고통 때문에 힘 제대로 못 주는 절 대신해
마지막까지 예쁘게 나와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그런데도 저는 고맙다, 미안하다 말할 생각을 못했어요.
나온 걸 느꼈는데도 계속 배가 아파서
남은 태반을 꺼내기 위해 소파수술 들어가면서
수면마취 들어가는 순간까지 아프다고만 울부짖었네요.
아기가 엄마에게 들은 마지막 말이
그런 것 뿐이라, 잘 갔을까... 아직까지 미안해요.
아기를 받아 장례치르는 것도 자신이 없었고
담당 선생님께서 병원에서 알아서 해주겠다 하셔서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따뜻한 말이라도 남겨줄 걸...
따뜻하고 정성어린 댓글 주셔서 모두 감사합니다.
유산휴가 끝나고 아기 없이 출근할 생각하니
앞으로 나아갈 자신이 또 없어지는데
그럴 때마다 댓글 읽으며 힘내도록 하겠습니다.
초기 유산 후 부모 되는 게 두려워져 둘이 재밌게 살다가
결혼 8년만에 다시 용기 낸 우리에게
큰 어려움 없이 금방 와줬던 아기 덕분에
엄마아빠 되어 태동도 느껴보고 많이 행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