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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유산 후 너무 힘들어요...

유유 |2024.07.10 03:30
조회 193,351 |추천 1,239
초기 유산 경험이 있어
임신 10주부터는 매일 밤 남편이 하이베베로
아기 심장 박동 소리를 확인해줬어요.
식탁에 마주 앉아 서로 태교 일기를 한 장씩 쓰고
침대에 누워 심장 소리 듣고 자는 게
저희 부부의 일상이 되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날도 어김 없이 태교 일기 쓰고 하이베베 갖다 댔는데
안 들려요...
아기가 꽤 커서 갖다 대기만 해도
바로 140-150bpm 빠르게 뛰던 소리가 전혀....
남편은 아기가 움직여서 위치가 바뀐 거 같다는데
그냥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잘못 됐다고.
열흘 전에 첫 태동 느낀 뒤 아직 움직임을 못 느껴
이제 곧 매일 아기 발길질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행복했는데, 바로 전날에도 소리 들었는데.
그길로 다니던 병원 응급실에 울면서 갔습니다.

다행히 당직의가 담당 선생님이셨는데
하이베베 사용하고 소리 안 들린다고 울면서 온 산모
너무 많다고, 스트레스 받는 게 더 아기에게 안 좋으니
앞으로 절대 쓰지 말라며
울면서 응급실, 외래 온 산모 중 단 한 명도
진짜 잘못된 경우 못 봤다고 친정 아빠처럼 혼내셔서
잠시 마음이 놓였던 것 같아요.
근데 초음파 열자마자 아기 심장 안 뛰는 게
제 눈에도 너무 선명하게 보여 설명이 필요 없더라고요.

상태가 안 좋아요.
이 한 마디 하시는데, 그때부터 아무것도 안 들리고
그길로 자궁 경부 넓혀주는 질정 넣고
바로 입원해서 유도분만 진행 들어갔어요.
초산이라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며 이틀, 삼일 말씀하셨는데
그날 오후 진통 걸려 낳았습니다.
무통주사도 못 맞고 진통 내내 너무 아파서 울고 울다가
나중에는, 제발 엄마 그만 힘들게 해달라고
이제 그만 가주면 안 되겠냐고 아기에게 빌었는데
그 말을 들어줬나봐요.
양수 터짐과 동시에 아주 온전한 모습으로 나왔다고 해요.
옆 분만장에선 아기 태어나 우는 소리가 들리던데
우리 아기는 태어남과 동시에 의료진 모두가 조용해져
내가 정말 죽은 아기를 낳았다는 게 느껴졌어요.

아직 30대 초반이라 안 해도 된다지만
12주에 니프티 검사해서 여러 기형에 대해 확인도 했고
결과 나온 뒤로는 마음 편했던 날들이었는데...

당일엔 정말 죽을 것 같은 고통이었어서
하루 꼬박 걸린 진통의 아픔에서 끝났다는 사실에
죽은 아기 낳았다는 슬픔을 온전히 못 느낀 것 같은데
다음 날 새벽, 눈 뜨는 순간부터
출산하던 당시의 분만실 분위기, 간호사들 목소리
정신 차리라고 호통쳐주던 담당 선생님
울면서 힘 주던 순간, 아기가 나오던 그 느낌 그대로
머릿속에서 몸 곳곳에서 기억이 선명하게 나 힘듭니다.
자다가 눈 뜨는 게 너무 괴로워요.
젖 돌까봐 단유약 먹고 복대로 가슴 싸고 있다보면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모든 게 꿈 같아요.

오늘도 자다가 눈이 떠졌는데 아기가 없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치면서 허전한 배가 만져지고
화장실 갔다가 비친 거울 속 홀쭉한 배가 어색해서
혼자의 몸으로 또 하루를 버터낼 생각하니 자신 없고
아기 심장 소리 들으며 잠들 생각으로
웃으며 누웠던 침대에 눕는 게 두려운 거 있죠.
마지막에 내 고통 못 이겨내서
그 작은 아기에게 제발 나와 달라고 가달라고
울면서 빌었던 게 너무 미안해요......

산 사람은 살아지는 거고
아기는 또 언젠가 생길 거니까 잊힐 거라고
우리보다 더한 일은 겪은 분들도 있을 건데
우리라고 이 고통 못 이겨낼 거냐 스스로를 위로하다가도
임신 중기에 심정지는 생각지 못한 일이라
이런 교통사고 같은 일이 살면서 또 얼마나 내게 일어날지
사는 게 무서워져요.

이걸 도대체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자다가 숨이 턱턱 막혀서 이렇게 글이라도 써봅니다.
따뜻하고 자상한 남편 덕분에 아기 임신 소식 안 뒤로부터
매일 행복한 임신기간을 보냈는데...
아침에 눈 뜨면 남편이 아기 태명 부르며
잘 잤냐고 배에 뽀뽀해주고 영양제 입에 넣어줘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참 기쁘고 행복했는데
이제는 둘다 울면서 눈 뜨고 있어요. 너무 힘들어요.

참 좋은 아빠가 되었을 남편을 보면 안타깝고
갑자기 심정지 와서 놀랐을 아기가 불쌍하고
몸으로 마음으로 견뎌야 하는 저는 너무 숨 막혀요.

다시 자야하는데 잠도 안 오고 하...


+추가)

글 쓰고도 한참 잠이 안 와 울고 있는데
남편이 산책하자고 해서 해 뜨는 거 보며 걷고 왔어요.
아기 태어나면 유모차에 태워 같이 걸을 줄 알았던
동네 곳곳을 지나다니니 또 한바탕 눈물이.

아기는 아픈 곳 하나 없었고 자궁 내 문제도 없었대요.
고통 때문에 힘 제대로 못 주는 절 대신해
마지막까지 예쁘게 나와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그런데도 저는 고맙다, 미안하다 말할 생각을 못했어요.
나온 걸 느꼈는데도 계속 배가 아파서
남은 태반을 꺼내기 위해 소파수술 들어가면서
수면마취 들어가는 순간까지 아프다고만 울부짖었네요.
아기가 엄마에게 들은 마지막 말이
그런 것 뿐이라, 잘 갔을까... 아직까지 미안해요.
아기를 받아 장례치르는 것도 자신이 없었고
담당 선생님께서 병원에서 알아서 해주겠다 하셔서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따뜻한 말이라도 남겨줄 걸...

따뜻하고 정성어린 댓글 주셔서 모두 감사합니다.
유산휴가 끝나고 아기 없이 출근할 생각하니
앞으로 나아갈 자신이 또 없어지는데
그럴 때마다 댓글 읽으며 힘내도록 하겠습니다.
초기 유산 후 부모 되는 게 두려워져 둘이 재밌게 살다가
결혼 8년만에 다시 용기 낸 우리에게
큰 어려움 없이 금방 와줬던 아기 덕분에
엄마아빠 되어 태동도 느껴보고 많이 행복했어요.
추천수1,239
반대수35
베플ㅇㅇ|2024.07.10 08:47
아이 태동도 느끼고 배도 불렀을건데 그런 아이를 보낸 심정이 어떨지 상상도 못하겠어요. 전 시험관을 하며 여러번의 유산으로 아이를 보냈고 그것들이 하나씩 상처로 남았어요. 산부인과 선생님이 해주신 말이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라 하시더라구요. ‘나에게 와줘서 고마웠다. 너를 품고 있는 동안 너무 행복했다. 그러니까 잘 가고 다시 찾아와주렴’. 아기를 잘 보내줘야 엄마도 산다고 하셨어요. 우선 몸부터 회복하시고 마음도 다스려주세요. 꼭 다시 사랑스러운 아기가 찾아와줄거예요.
베플M|2024.07.10 10:51
전 출산준비 하던 도중 30주에 아이 심장이 멈춰서 응급제왕으로 보내줬어요.. 임신 후기 사산이면 장례도 치뤄야 한다고 해서 그 경황없는 와중에 남편은 또 장례업체랑 연락하고 절차를 밟았습니다. XXX아기 라고 써져있는 유골함 사진을 보고 병실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저는 제왕절개라 병원에 5박 6일 입원했는데 단유약 먹고 복대 차고 복도에서 아기 발도장 사진 들고 다니는 사람들 보고 너무 힘들었어요. 예약해둔 조리원도 다 취소하고 수술 후 붓기가 너무 심해 마사지만 받으러 다녔어요. 그런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고 2년 후에 다시 임신했어요. 임신 중에도 과거 기억이 떠올라서 많이 울고 태동 조금이라도 줄면 불안감에 떨었었는데 그 아이가 벌써 32개월이네요. 저도 수술하고 사산 후기 글 엄청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이런 케이스가 많더라구요. 저 같은 사람도 있으니 몸과 마음 잘 추스리시고 다시 예쁜 천사 만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베플ㅇㅇ|2024.07.10 08:37
너무쓰레기같은 댓글에 상처안받으시길바래요. 저도 8주유산이였는데 심장소리들은 그날밤 계류유산했어요. 그 속상함, 수술실, 응급실분위기 한 2년갔나봐요. 지금은 8살짜리 남아 방금 학교보내고 출근중이에요. 힘내시라는 말밖에 드릴말씀이 없네요. 근데 이또한 지나갑니다. 건강챙기시고 울고싶을땐 우세요.그래도 밥챙겨드시고요. 안아드리고싶다 진짜..,힘내세요
베플ㅇㅇ|2024.07.10 08:48
쓰니님 몸부터 챙기세요 ㅜㅜ 출산하신것보다 더 안좋을거예요 마음까지 다친거라. 회복 잘하셔야 아가 다시 만나죠 어떤 마음이실지 완전히 다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짐작은 되네요 자책하지 마시고 빠져들지 마시고 앞으로의 일만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잊히진 않겠지만 몸도 마음도 괜찮아지셔서 아가랑 행복한 날들 맞이할 수 있기를 늘 행복하세요~
베플00|2024.07.10 06:51
힘내세요. 곧 이쁜 아가가 다시 올꺼예요. 초기 유산도 맘이 너무 아픈데 산통까지 느끼셨으니 그아픔이 얼마나 클지 가늠이 안되네요. 몸조리 잘하세요.
찬반ㅇㅇ|2024.07.10 12:17 전체보기
친한 친구가 갑자기 뇌종양으로 떠났어요 화장터에서 다들 엉엉 울고있는데 젊은 부부가 조용히 태명이 적힌 유골함을 들고 걸어 나가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고 종교도 없는 제가 한참을 기도했어요 아기 떠나는 길에 저도 명복을 빌며 다시 엄마아빠 만날 수 있도록 찾아가라구요 어떤 아픔일지 상상도 안되지만 꼭 아기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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