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저와 엄마, 아빠, 그리고 여동생으로 모두 4명인데요.
어릴 적에 아빠가 화가 나면 순간적으로 울컥 하는 기질이 있으셨는데 요즘은 많이 없어지셨어요.
그런데 그게 제 동생한테서 나타나려고 합니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점점 말을 공격적으로 하기 시작하더니 엄마와 아빠에게도 상처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더라고요.
한 번은 동생이 뭘 하겠다고 했는데 아빠가 안 시켜준다고 하자 장난으로 그럼 가출하겠다고 한 적이 있어요.
동생이 장난으로 한 말인 걸 아니까 아빠도 장난식으로 ‘가출해라, 그럼’ 이런 식으로 받아치시고 동생이 어떤 대안을 내놓아도 훼방 놓을 거라는 식으로 아빠가 얘기하니까 이 자식이 ‘그럼 아빠를 죽이고 하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거기서 얘 좀 잘못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 이전부터 말도 험해지고 밖에서 사람들도 있는 와중에 심한 욕을 거침없이 하는 등의 행동은 있었지만 가족한테까지 그러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현실에서도 그러는데 게임에서는 어떻겠어요?
사람들한테 시비걸고 다니면서 그게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잘못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도 이런 동생의 말버릇을 질책하시곤 하지만 동생이 이렇게까지 심각한 건 아직 모르세요.
제가 말씀을 안 드렸거든요...
저희 자매 모두 부모님께 매 한 번 맞은 적 없이 자랐고, 살면서 그렇게 심하게 혼난 적도 몇 번 없습니다.
그건 동생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제가 대신 말 좀 곱게 하라고 말을 해도 도무지 들어먹질 않더군요.
부모님이 말씀하셔도 똑같아요.
계속 자기가 맞다고 주장하면서 논제에 벗어나는 억지를 부립니다.
그러다 바로 어제, 동생이 학교에서 다른 애들 다섯 명과 욕을 하다가 상담실로 끌려가 언어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제게 했습니다.
엄마에게는 아무 말도 안 해서 엄마는 단순히 그냥 학교 애들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언어상담인 줄 아세요.
오늘 언어상담을 하기 위해 부모님의 허락을 받는 안내장을 보는데 ‘이건 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
제가 욕 좀 심하게 하지 말고 말도 좀 곱게 하라고 다시 말했지만 귓등으로도 안 들어요..
그럴 만도 하죠, 부모님 말씀도 안 듣는데 제 말은 얼마나 우스울까요...
그렇다고 부모님도 안 패는 이 자식을 제가 대신 팰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는 싸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굳이 제가 안 싸우더라도 누군가 싸우는 걸 보면 제가 다 불안해지고 피곤해집니다..
동생의 모든 행적을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가족의 평화를 깨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동생은 이외에도 설명하지 않은 일이 정말 많아요.
기분이 좋다가도 어떤 일로 인해 한순간에 기분이 상하면 남의 말에 대꾸조차 안 하고 계속 틱틱대는 건 기본이고 제대로 삐지면 부모님이 몇 번을 부르든 입 꾹 닫고 핸드폰만 쳐다봅니다.
자기는 자기가 그 정도로 심각한 걸 몰라요.
가족들한테도 그렇고 저한테도 말을 곱게 안 해서 왜 자꾸 말을 심하게 하냐고 물어보면 자기는 그냥 맞는 말을 한 것뿐이라더군요...ㅎ
걔가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건 아는데 말투는 습관이고 잘못된 습관은 고쳐야 하는 거잖아요.
자기는 말 함부로 하면서 남이 자기한테 함부로 하면 되게 기분 나빠하면서 토라집니다.
제 동생이지만 그럴 때마다 진짜 꼴보기 싫고 집에서 내쫓고 싶어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제발 누가 좀 알려주세요...
동생은 뭐 때문에 자꾸 저러는 걸까요..?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ㅠ
+
댓글에 아빠와 관련된 글이 많아서 추가로 적어봅니다.
솔직히 댓글들을 보고 정말로 아빠 영향을 받아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동안 아빠 영향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동생이 그렇게 된 시기와 아빠가 울컥했던 시기의 텀이 너무 길어서였어요.
동생은 사춘기 접어들기 전부터 그랬고, 사춘기가 시작되면서부터는 그 정도가 더 심해져서 지금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에 비해 아빠는 제가 사춘기가 되기 전부터 울컥하는 성격을 고치고 계셨어요.
울컥한다고 해도 폭력이나 폭언을 내뱉으셨다거나 한 건 전혀 아니었구요.
오히려 저희한테는 그렇게 심하게 화낸 적은 없으셨어요.
대부분 울컥할 때가 엄마랑 싸우실 때여서...
그렇다고 엄청 자주 싸우신 것도 아닌데다 그건 꽤 옛날 일이어서 동생이 그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솔직해야 할 것 같아 적어보자면...
사실 저는 검사를 해본 적은 없지만 착한아이증후군 증상과 좀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친척들까지 포함해서 제가 직계 장녀인데요.
저희 할아버지도 장남이시고, 아빠도 장남이신데 제가 장녀로 태어나서 어릴 적부터 친척동생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뭔가 책임감..? 엇비슷한 게 생겼던 것 같아요.
꽤 어릴 때부터 어른들에게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어서 어른들이 속히 말하는 ‘예쁜 짓’을 해왔습니다.
어른들이 시키는 말을 군말없이 따른다든가, 동생들에게 양보한다든가 등등..
그래서 저는 부모님과도 단 한 번도 언성을 높여 싸운 적이 없습니다.
부모님이 혼내시면 그냥 별다른 말없이 수용하는 편이거든요..
너무 어릴 적부터 이래왔던 탓인지 지금은 고치기가 쉽지 않아요...
부모님이 딱히 압박을 주신 것도 아닌데 저 혼자 칭찬받는 걸 좋아하면서 이런 성격을 형성해나갔거든요.
이게 진짜 착한아이증후군인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어릴 때부터 이랬다 보니 부모님도 이게 그냥 제 성격인 줄 아시고 착한아이증후군은 생각도 못해보고 계세요.
저는 제가 착한아이증후군인지 확신이 안 들기도 하고 제 입으로 직접 말하기가 뭐해서 입 다물고 있는 중이구요..
아무튼 제가 이런 성격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 동생은 저보다 좀 많이 혼나면서 자랐어요..
하지 말라는 거 해보고 그러다가 혼나고 이랬거든요.
사실 이게 어린애들이라면 당연한 건데 저는 그런 일로 혼나는 일이 다른 애들보다 좀 적었다 보니 동생이 마음속으로 어른들은 자기만 싫어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어릴 때 겪었던 그런 일들이 쌓여서 지금의 동생을 만들어내게 된 걸까요..?
입이 험해지기 시작한 건 동생이 게임을 시작하고부터인데 그렇게 쌓여있던 마음이 게임을 시작하면서 밖으로 표출된 게 아닐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