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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워 -명대사들-

고수정 |2004.03.17 10:50
조회 9,993 |추천 0

#여보, 오늘 그 남자랑 있는데, 난 당신하고 있는 거 같아서 좋았다. 무지무지하게.(2회 엔딩.고두심)

평소 그를 흠모하던 초로의 신사로부터 꽃을 선물받던 날, 고두심은 아이처럼 기뻐한다. 그러나 고두심은 그 길로 남편 주현의 집에 찾아가 남편의 배다른 아이에게 꽃을 전해 주며 눈물을 삼킨다. 그리고는 혼자말. 자신을 버린 남편에 대한 애잔한 정을 갈무리하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아버지가 다녀간 날마다 엄마가 하는 옷입기 놀이를 나는 매번 모른 척한다.(4회 엔딩.김흥수)

제사 때문에 주현이 집을 다녀간 날, 고두심은 여전히 구박을 당한다. 그날 밤 모두 잠든 시간, 고두심은 옷들을 꺼내 입어 본다. "여보, 내가 그렇게 여자 같질 않았어? 나도 여잔데, 이쁘게 웃을 수도 있는데…이거 당신이 8년 전에 사준 건데, 아직도 이쁘지?" 이 장면과 잠든 척 지켜보던 김흥수의 눈물 어린 독백이 어우러져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사랑이 쉬운 거라면 왜 그게 소중하고 위대하고 아름답겠어요.(6회.박상면)

노총각 교수 박상면과 이혼녀 배종옥의 사랑은 쉽지 않다. 배종옥은 환경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려 한다. 배종옥이 결별을 고하는 순간, 박상면은 애써 웃음띤 표정으로 머쓱하게 사랑을 표현한다. 극적인 장치도 전혀 없는 썰렁한 사랑 표현, 그러나 가슴에 와 닿는 힘은 그 어떤 사랑 표현보다 강했다.

#엄마는 착한 게 아니라, 방관자야.(12회.배종옥)

배종옥은 박상면의 집에 찾아갔다가 이혼녀인 점과 고졸 학력 때문에 가족들에게 수모만 당하고 돌아온다. 서러움에 복받친 배종옥이 고두심에게 털어놓는 한맺힌 넋두리. "다른 엄마들 봐, 파출부를 하든 뭘 하든 죽어라 일해서 자식들 대학 보내잖어…왜 날 이렇게밖에 못키웠어!" 고두심은 "미안해, 엄마가 모잘라서 그래"라며 눈물을 훔칠 뿐.

#콩팥을 하나 떼내서 그런지 몸이 되게 가볍다, 야. 어릴 때 새가 되고 싶었는데, 꼭 새가 된 거 같애. 큰 새 말고, 아주 작은 새, 참새 같은 거.(17회.고두심)

콩팥 기증 수술을 받은 뒤 고두심의 힘없는 대사다. 어린애처럼 티없는 순수함을 드러낸 맑고 영롱한 대사. 그리고는 이내 잠이 든다. "새같이 가벼워진 엄마가 훨훨 날아가고 싶은 곳은, 대체 어디였을까? 자식들의 마음은 한층 무거워졌다"는 한고은의 독백과 어울려 진한 감동을 낳았다.

#꽃향기를 맡을라면 꽃을 코에 가까이 바짝 대면 안 된다. 멀리 좀 떨어져야 꽃향기가 은은히…(이하 18회.고두심) 나는 니 가슴에 있고, 김두칠인 니 뼛속에 있지?(장용)

수술을 마친 고두심이 병문안 온 고향 오빠 장용과 나눈 대사. "함께 살자"는 장용의 제안에 고두심은 "그저 멀리서 바라보고 싶다"고 거절한다. 가족애와 모성을 갈무리한 것. 이어 고두심은 종이학을 접으며 "염치없는 말이지만은 니가, 애들이 나를 용서해줬으면 하고 기도했다"고 눈물을 떨구는 주현을 보고 눈가가 붉어진다.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든 <꽃보다 아름다워> 최고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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