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로·차도 구분 없어 늘 불안, 입주민들 "예견된 사고"
참변 A양 웃음 많은 순수하고 착한 아이
빈소 근조화환 이어지고 눈물바다
유족들 안전수칙만 지켰어도 울분 토로
구급대원이 유족들 A양 시신 보는것도 가로막을 정도로 처참
안전전문가 "어린이 인지 능력 맞춘 설계·조치 필요"
청소차량 2인 1조 안전수칙 위반 혼자 수거하고 후방카메라 안보고 사이드미러만 봤다 혐의 인정
관리사무소, 구청 뒤늦은 안전조치 대책
아파트 단지 내 인도에서 재활용품 수거 차량에 치여 숨진 초등생 A양(7)의 빈소에는 오열하는 유족의 울음소리만이 가득했다.
31일 광주 서구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A양의 빈소 입구에는 A양이 다녔던 초등학교부터 곳곳에서 보낸 근조화환이 늘어섰다.
영정 속 A양은 오른손으로 브이를 하며 수줍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벌어진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딸을 잃은 부모는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 주저앉았다.
또래 아이를 가진 부모들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31일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 앞에서 후진하던 폐기물 수거차량에 숨진 초등학교 1학년 A(7)양의 장례식장.
한없이 밝고 순수하게 웃고 있는 딸의 영정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자식을 먼저 보낸 참척(慘慽)의 고통에 몸부림쳤다.
애교 많던 늦둥이 딸을 이제는 다시 안아볼 수 없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 듯 했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냐" 어렵사리 꺼낸 위로에도 아버지는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 북받치는 설움에 다시 또 주저앉아 눈물을 삼켰다.
유족에 따르면 A양은 전날 오후 1시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곧 도착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통화가 모녀의 마지막 인사였다. A양은 엄마와 통화 이후 30여분이 지나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가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봐도 응답이 없었다.
A양을 찾으러 집 밖을 나선 엄마는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아파트 단지 내 재활용품 수거 차량 밑에서 A양의 신발과 책가방을 발견했다. 차량에 치였다는 소식을 듣고 딸의 얼굴이라도 확인하고 싶었지만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만류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처참한 사고였다.
A양의 이모는 “늦둥이라 정말 애교가 많은 아이였다”면서 “춤을 좋아해서 주말에 엄마랑 뮤지컬을 보러 간다고 엄청나게 기대했었는데 그 착한 아이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며 눈물을 흘렸다.
유족들은 “안전 수칙만 지켰더라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A양의 작은아버지는 “인도에서 경보 하나 없이 심지어 혼자 그 큰 차량을 몰면서 뒤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할아버지 김 씨도 애교 많고 밝은 손녀딸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A양을 떠올리던 할아버지 김 씨는 "감을 많이 따서 손녀딸네 가족에 주려고 그제 우리집서 만났던 게 마지막이 됐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평소에 '할아버지 할머니 길 조심해서 다니세요' 하던 아이였다. 인도에서 차가 후진해 손녀딸을 앗아갈지 어떻게 알았겠느냐"며 "명절에 용돈 주면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고 가는 싹싹한 아이였는데 아프게 간 마지막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고 눈물을 훔쳤다.
A양의 삼촌은 평소 아이브를 좋아해 콘서트를 같이 보러 가자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울분을 토했다.
A양의 삼촌은 "분리수거장 앞은 보통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데 인도에서 차량을 끌고왔다는게 말이 되지 않는다. 또다른 조카 같은 사례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철저하게 조사해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혼자서 작업하는 게 아닌 한 명만 더 있었더라면 허무하게 어린 생명이 떠나지 않아도 됐다"고 말했다.
같은 날 A양이 참사를 당한 광주 북구 모 아파트 단지 사고 현장에는 국화와 과자 등 추모객들이 남긴 선물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그 속에는 "친구야, 많이 보고 싶을 거야" "하늘에서는 더 이상 아프지 마" 등 반 친구들의 편지도 남겨져 있었다. 엄마와 함께 사고 현장을 지나던 어린 꼬마 아이는 "아프지 마"라며 상처에 붙이는 반창고 하나를 살포시 내려 놓기도 했다.
어린 딸과 사고 현장을 찾은 주민 박모(39)씨는 "우리 딸의 같은 반 친구가 사고를 당했다. 믿고 싶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는 사고"라며 "같은 부모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멀찍이 사고 현장을 보자마자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린 최모(47·여)씨는 "딸을 잃은 부모는 이제 어떻게 사느냐"며 "누가 집 앞에서 이런 사고를 당하리라 생각하겠느냐"고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입주민 김모(38·여)씨는 "또래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너무도 미안하다"며 "해줄 수 있는 게 그저 꽃 한 송이 올려주는 것뿐"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박모(42)씨는 "어제 옆단지 아이가 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며 "그날 바로 우리 아들에게 '큰 차 옆에는 절대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다. 같은 부모로서 너무도 안타깝다"고 했다.
A양은 지난 30일 오후 1시20분께 북구 신용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분리수거장 앞을 지나다 B(49)씨가 몰던 5t짜리 폐기물 수거차량에 치여 숨졌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뒤에 있던 아이를 보지 못했다" 후방카메라를 보지 않았다 사이드미러만 봤다고 혐의를 인정 했다.
사고 당시 B씨는 동료 없이 혼자 운전을 하고 폐기물을 수거하는 업무를 함께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한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 이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이날 사고가 난 분리수거장 보행로 출입로의 차량 진출입을 막는 기둥을 설치했다. 추후 입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추가 안전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한편 북구는 유사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관내 30여곳의 사설 폐기물 수거업체를 방문해 경고등과 후방영상장치 부착 안내와 함께 안전수칙 교육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