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수 실패하고 속상해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은데
지금 당장은 그게 엄청 큰 일 같고 남들에 비해 엄청 뒤처지는 것 같아서 괜히 눈치보이고 속상할 수 있어.
나도 고삼때 갑자기 엄청 힘든일이 있었는데, 그 일 이후로 이십대 초반은 그냥 다 날렸던 것 같아. 제대로 공부한 것도 아니고 그냥 엄마아빠한테 돈 받는게 죄송스러워서 알바나 간간이 하면서 그걸로 인강비 충당하면서 지냈어.
그럼에도 마음이 힘들고, 매번 친구들 부러워하고 한편으로는 시기질투도 많이 하면서 제대로 공부도 못했어.
어쩌면 간절하지 않아서 그랬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정말 간절했는데도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내가 꿈꾸는 일을 실행에 옮긴다는게 정말 어려워.
그러다 네번째 수능까지 망치고 난 벌써 스물셋이 되는데 뭐하나 이룬 건 없고, 어릴때는 잘했는데 지금은 왜이러지 싶고, 열심히 하지 않은 건 나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아서 엄청 힘들었어. 그러다가 지금 당장 하고싶은 일은 없지만, 나중에 뭔가 하고싶어지면 돈이 필요할 거 아니야, 그래서 돈이라도 벌자 싶어서 냅다 단기 공장(쿠팡비슷한거야)같은데 알바하러가서 지내보니까
생각보다 내가 부지런하고 일도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어. 다들 쿠팡이나 공장 알바 가면 인생 망했다고 생각하곤 하잖아. 전혀 아니야.
아주 사소한 일일지언정 하루 종일 일하고 내가 일한대로 돈이 들어오고 점점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사람들이랑 어울리면서 사회성도 돌아왔어. 그러면서 아 내가 원래는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지, 정말 빛나는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의욕없이 지내게된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이미 몇년을 지나보냈지만 그래도 이제라도 더 밝게 예쁘게 내 젊음을 채워나가고 싶어졌어. 그래서 그길로 공장 계약끝날때까지 일하고, 나올때는 대출껴서 원룸 하나 얻고(집에서 엄마아빠가 해주는 밥 먹고 그러면 게을러지거나 죄송하기만 하고 눈치보여서 자존감이 낮아지더라고, 그리고 단기알바 기숙사 생활 하면서 혼자 밥만들어먹고 공장 식당 밥도 먹기도 하고, 세탁도 정리도 다 스스로 하면서 자립심이 키워져서 난 계속해서 그 생활을 잇고 싶었어.꼭 자취하라는 말이 아니야.)
자취하면서 일년동안 알바 정규직..? 이라고 하는데 사실상 계약직인거 하나 구해서(에잇세컨즈 같은 거) 일하면서 혼자 밥도 해먹고, 예쁜 옷도 사고 나 자신을 더 꾸미고 더 잘해주고, 아무리 바쁘고 공부할 게 많아도 공부나 잠을 줄이는 게 아니라 핸드폰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동안 못한 취미도 조금씩 하려고 노력했어. 그리고 또 맛있는걸 넘어서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려고 노력했어. 건강한 생활에 핸드폰으로도 자극적인 걸 자주 안보게되니까 자연스레 안정되더라.
그러면서 시간내서 공부도 하고, 난 극작과 가고싶어서 극작 입시 소규모 학원다니면서 지냈어.(다 내가 번 돈으로 했어. 부모님 손 안벌리고 할 수 있다는 것도 자부심으로 다가와서 마음이 더 건강해지고 날 더 사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일시적인 집단 일시적인 소속일 뿐이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게 정말 맞는말이야.
공장에서도 소속감, 내가 적어도 뭔가를 하고있구나 라는 그 마음이 큰 힘이 됐고, 나와서도 아르바이트랑 학원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
그래서 수능도 다시 치고, 극작 실기도 준비해서 서울에 원하는 과 들어와서 하고싶은 일 하면서 지내고있어. 커다란 출판사는 아니지만 작은 출판사에서 내 소설도 쓰고, 이런저런 대외활동으로 상도 받고, 상금도 타고 그렇게 부지런하게 지내고있는 내가 너무 좋고 행복해. 동기들이랑도 사실 네살이나 차이가 나는데도 다들 나랑 재미있게 지내고 언제나 같이 놀자고 연락이 와서 대학생활 자체도 즐거워. 지금 생각해보면 그 길고 힘든 시간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오히려 내가 한 번 나아가지 않고 고통스럽게 넘어져봤기에 지금이 더 소중하고, 어려웠지만 그걸 딛고 일어난 나는 뭘 하든 다 잘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또 넘어진다고해도.
누구나 넘어지고 누구나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어. 하지만 그걸 털고 일어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분명 뭐라고 할 수 없는 거야. 나도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주변 가족들이 네가 할 수 있겠냐는 식으로 말이 많았는데 막상 일어나서 잘 사니까 한심해하던 그 사람들은 어디가고 다들 대단하고 대견하다는 말 뿐이야. 그러니까 지금 당장 주변이 널 한심하게 본대도 기죽지마. 그 인식을 바꿔나갈 수 있는 건 너야.
그리고 네가 일어나려고 애쓰는데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걸 굳이 널 찾아와서 널 짓밟는 사람은 언젠가 다 돌려받아.
그러니까 기죽지말고 열심히 이겨내. 살다보면 서로서로 도와야하는 것도 맞지만, 누군가의 도움만 바라면서 스스로는 발전하지 않는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어. 그렇게 자기자신을 사랑하지 못할 때에는 스스로 뭔갈 해내는게 큰 원동력이 되니까 다들 환경탓 주변탓 하지 말고 일어서서 뭐라도 하면 분명 잘 지나갈거야. 그러니까 수험생활을 하든, 취준을하든 스스로를 좀 더 아끼면서 부지런하게 지내봐. (무작정 감싸고 자만하라는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경험과 단단한 정신에서 오는 행복을 선물하라는거야!)
그러니까 입시 망한 친구들도 엔수 망한 친구들도 다 힘내!!
+ 이상한 댓글 때문에 잠시 결시친으로 돌렸습니다. ( 남 지적할 시간에 되 돼 맞춤법 공부하시고 남을 폄하하는 말씨보다 따뜻한 말을 익히시길 바랍니다. )
누군가의 도전이 아니꼽다면 입밖으로 내지 말고 무시하세요. 굳이 짓밟아서 뭘 얻겠다는건지 모르겠네요. 당신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가 찍어누른 누군가의 절망이 아니라 제게 구원받은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부디 당신도 사랑받고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알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