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 18년차 주부에요. 결혼 초기에 시어머니와 남편이 저 모르게 우리 집 전세보증금으로 투자를 했다가 13년쯤 전에 모두 날렸습니다. 당시 이사집을 알아보던 중 전세금이 공중분해됐다는 소리를 듣고, 배신감이 극에 달했지만 어린 자녀가 있어서 견디기로 맘 먹었습니다. 그 일로 자산을 모두 잃고, 약 8천만원의 개인회생도 납부중이지만, 저는 IT 정규직, 남편은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맞벌이하고 열심히 모아서, 지금 대출 없이 전세 살이 중입니다. 겉으로 보면 그냥 무난무난한 가정이지요.
개인회생 절차만 마치면 모든 변제가 끝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외에 2년 전에 예전 사업으로 체납된 세금 500만원짜리가 튀어나오더군요.. 개인적으로 빌린 채무도 있는 것 같은데 확실히 말은 안해요. 남편은 돈 문제는 드러나지 않는 한 말을 안해요.
그런 일로 신뢰가 무너져서, 서서히 미운 정 마저도 없어지는 것 같네요. 그냥 데면데면 살고 있어요. 이제는 아이들 일이 아니면 대화도 없고, 집에 둘 만 있을때는 밥도 따로 먹을 정도로 쇼윈도 부부가 되었네요. 아이들 관련된 일만 함께 합니다.
2년 전, 저 없을때 어머니가 우리 집에 다녀가신 적이 있어요. 그 사실을 듣고나서 뒷목이 뜨거워지고, 속이 답답해서 입맛이 없어지고 짜증이 올라오는 일이 있었어요. 심지어 집에 들어가서 그 공기를 함께 마시는 것도 내키지 않을 정도였어요. 이런 증상이 나타나서 솔직하게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애들 보고 싶으시면, 애들 아빠한테 얘기해서 데려가서 보시고 집에는 안오셨으면 좋겠다고... 어머님이 잘못하신 건 아니지만, 제가 예민해지고 불편하니 부탁드린다고 했었죠.
양가 방문도, 저는 맘에 없는 행동 하지말고, 편하게 셀프 효도하자는 주의이고, 남편은 형식을 따지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남편이 원해서 명절에 2번 네 식구 함께 양가를 방문하는 것 외에 다른 만남은 자제하고 있어요. 양가 모두 차로 1시간 거리고요. 당연히 저도 친정 일 있을 때 애들만 데리고 갑니다. 남편도 처가를 싫어해요. 예전에 망했을 때 친정 엄마가 잔소리 한번 하셨는데 그걸 지금까지 가슴에 담아두고 있어요. 그래서 각자 부모께 감정이 좋지 않으니, 서로의 가족 일에 관여하지 않아요. 작년에 친정엄마가 항암하셔서 반년 가까이 병원에 계실 때도 남편한테 단 한번도 병문안 가자고 한 적 없고, 남편도 말을 꺼낸 적이 없어요. 이런식으로 살고 있는데...
어제 시어머니가 우리집에 다녀가신거에요. 그래서 제가 어제 예민해졌고, 크게 부부싸움을 했어요. 남편은 '부모 자식간 연을 끊으라는거냐!' 이러고, 저는 '왜 그렇게 극단적이냐, 오빠가 공황장애(옛날 개인사업 때 생김)가 나타날 때, 내가 공황장애가 병이니까 맘을 바꿔먹으라고 강요하더냐? 나도 지난 일로 신경과민이 생긴것같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는거다. 애들 보고싶다시면, 주말에 데리고 다녀오면 되잖냐' 반박했죠. 결론은 내지 못하고 싸움은 종료됐어요.
그래서 오늘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어요. 아무래도 제 입장에서는... 어머니 다녀가신게 잘못하신 건 아니지만, 어머니 다녀가시면 제가 옛일이 떠오르고 예민해져서 부부싸움이 일어난다고... 어머니랑 남편이 경제공동체로 각인되어 어떤 억울함이나 화가 건드려지는 것 같다고....지금도 개인회생이니 연체금이니 하는 게 나올 때마다 화가 올라오는 걸 꾹꾹 참으며 안싸우고 살려고 노력중이라고.,.. 애들 보고싶으실 땐 애들 아빠한테 연락하셔서 델꼬 오라고 하시라고. ..2년전과 똑같이 다시 말씀드렸네요.
가정에서 제일 영향이 큰 엄마의 마음이 평온해야 아이들도 편안하잖아요. 그래서 제 마음속 울화가 건드려지지 않게 도와달라고 말씀드렸어요.당연히 어머니는 화를 내며 '안간다'하고 화내며 끊으셨어요. 또 몇년 후에 이런 일이 반복될 지 모르지만, 당장 1~2년은 맘대로 다녀가진 않으실테니 지금은 마음이 편하거든요.
이거 잘못한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