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재 가족들과 불화를 겪고 있는 20대 후반 레즈비언입니다. 아버지가 인터넷에 글을 올려서 사람들이 과반수 이상 제 편을 들어주면 제 연애를 찬성(?)하겠다고 말씀하셔서 의견을 듣고자 글을 올립니다. 개인적인 연애를 남들에게 찬반 투표를 받아야 한다니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아버지를 설득시켜야 하므로 올려봅니다. 제 연애를 찬성하시는 분은 ‘추천’에, 반대하시는 분은 ‘반대’에 투표해주세요. 댓글로도 의견 많이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저의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작년 봄에 여자친구를 만나 첫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아왔던 탓에 행복을 느껴본 경험이 연애를 하면서 거의 처음이라 기쁜 마음에 부모님께 여자친구가 생겼음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제 기대와 달리 길길이 날뛰며 반대를 하셨습니다. 언니도 제 편을 들어주지 않아 3명의 가족들에게 며칠간 심한 폭언을 들으며(그 사람을 찾아가 죽이겠다, 차라리 살인을 했다면 네 편을 들어주겠다, 그사람은 너를 이용하는 것이다, 네가 느끼는 것은 행복이 아니다 등등) 헤어지라고 협박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너무 피폐해진 정신에 결국 헤어졌구요. 그러고 헤어진 동안 정말 산송장처럼 지내다가 살고 싶은 마음에 여름에 다시 여자친구를 몰래 만나 지금까지 이어왔습니다. 물론 가족들에게 죄책감을 느꼈으나 애초에 동성애가 무엇이 잘못인지 납득할 수 없는 저는 몰래 조용히 만나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고 정신과에서도 제가 행복한 게 우선이라는 조언을 해주셔서 살고자 다시 만났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앞둔 언니가 갑자기 “네가 가족들 배신하고 여자친구와 다시 만나고 있는 것 다 안다”며 부모님에게 말씀드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가족들과 연을 끊고 집에서 나가라고 했습니다. 저는 강제 아웃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으나 제가 안하면 본인이 말하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부모님께 다시 연애 사실을 알렸습니다. 조금이나마 기대했으나 부모님은 “배신감이 크다, 우리가 불쌍하지도 않냐”면서 집에서 나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나가기로 이삿짐 센터와 다 계약을 하였는데 갑자기 취소하라고 하시더니 대화를 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젯밤 아버지와 7시간동안 대화를 하였습니다.
가족들이 제 연애를 반대하는 이유는 ‘레즈비언이 되면 인생이 불행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해서’ 입니다. 언니가 심리상담사인데 본인의 내담자 레즈비언들을 보면, ‘젊을 때 여자를 만나서 10년정도 사귀다가 다 늙어빠져서 헤어지고 나면 이미 주변에 가족도 지인도 남지 않고 평생 혼자’라고 합니다. 100% 그렇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 외로운 인생이 되는 걸 가족으로서 두고볼 수 없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러면 내가 혼자가 되지 않게 가족들이 옆에 남아 있어주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했으나 그것은 싫다고 합니다. 제가 여자와 연애하는 것, 그리고 가족들과 지내는 것은 공존할 수 없다고 가족들이 입을 모아 말합니다. 제가 여자와 연애하는 꼴을 보느니 연을 끊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동성애를 하면 가족 모두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역시 이 부분도 이해가 가지 않는데, 제가 여자친구와 조용히 연애한다면 평생 독신인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요? 자꾸만 동성연애를 하면 무조건 가족의 연을 끊어야 하고, 그러면 부모님의 삶의 희망이 사라지고, 언니는 언니대로 결혼생활이 힘들어지고 다같이 불행해질 것이라고 하는데 이해가 안갑니다…
저희 부모님의 입장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저희 부모님은 저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아끼십니다. 제가 스무살 초반때부터 거동이 불편할만큼 아팠고 암도 걸렸었기에 부모님께는 아픈 손가락입니다. 암수술을 하는 동안 수술실 밖에서 내내 서서 기도를 하고 계셨을 정도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금지옥엽 키운 딸이니만큼 딸이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꼴을 가만두고 볼 수가 없다는 것이 부모님의 입장입니다. 엄마는 제 목숨이 위험하면 얼마든지 자기 목숨과 바꿔줄 수도 있다고 하실 만큼 희생적이십니다. 그리고 부모님은 30년 넘게 정말 많은 고생을 하며 저희를 키우셨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저희 아버지만큼 부지런한 사람은 없으리라고 자부할 수 있을만큼 열심히 사셨습니다. 모두 가족을 지키고 두 딸을 부족함 없이 키우기 위함이었습니다. 글로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정말 많은 고생을 하셨고 여전히 몸을 갈아가며 일을 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돈을 열심히 버는 이유가 저때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여자와 사귀면 딸을 뺏기게(?) 되고, 그동안 살아온 삶이 허무해지며 인생의 낙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꿈꾸는 노후는 손자손녀 보며 평범하고 정상적이게 사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렇습니다. 저는 페미니즘과 사회이슈에 관심이 많은 반면 가족들은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3살 터울의 언니도 요즘의 2030여성이라 여겨지지 않을 만큼 페미니즘에 무관심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족들 사이에서 언제부턴가 예민하고 사회에 불만 많은 아이로 낙인찍혔습니다. 저는 가족들 사이에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족들이 추구하는 ‘정상성‘안에 저는 포함되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더 우울증이 심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 시작하였고 우울증도 많이 안정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제 여자친구가 저를 꾀어내어 나쁜 길로 끌어들였다는 듯이 얘기하는데, 제가 먼저 좋아했고 연애도 저의 선택입니다. 그런데 가족들은 저를 한 명의 성인으로, 인격체로 존중해주지 않고 연애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냥 집에서 나오고 싶어도 부모님이 제 여자친구의 회사에 가서 피켓시위를 하고, 동네에 소문을 내고 여자친구를 죽이겠다고 협박하셔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장 제가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연애를 하겠다는데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고 이렇게까지 말리는 게 정상인가요? 여자친구와의 연애를 말리는 것도 그렇지만 그보다 저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주지 않고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모습에 더욱 속상한 것 같습니다.
여자 좋아하는 것을 말린다고 말려지는 것도 아닌데 말리겠다고 이 상황을 만드셔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상황이 어이없네요. 의견 많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