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잘리구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어가게 됐어요
수습 기간 일주일이라고 하셨고 저한테 모든 레시피 다 외우라고 하셔서 그냥 처음 간 날 그 자리에서 다 외웠어요 아마 50개는 넘을 거예요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외울 시간 주셨는데 전에 만화 카페에서는 외워도 긴장해서 그냥 어버버했는데 한 번 잘리고보니 마음이 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금방 다 외웠던 거 같아요
매니저님 부매니저님 점장님 세 분이서 절 교육시켜주셨는데 일주일 내내 다섯 시간씩 교육을 받았어요 그땐 교육 없이 바로 투입이었던 지라 되게 힘들었는데 교육을 받으면서 그때 그 알바처가 많이 힘든 곳이었음을 느꼈어요 처음이니까 교육받는 건 당연하단 얘기가 너무 위로가 됐어요 절 교육시켜주신 세 분 다 정말 좋으신 분들이셨어요 메뉴들을 한 번에 외우다니 암기력이 좋다면서 인재라고 해주시고 교육 후에 일 잘 할 것 같다고 해주시고 칭찬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사실 칭찬 받으면서 일머리 없는 거 들통날까봐 무서웠는데 잘한다는 얘기를 계속 들으니 두번째 교육 후 퇴근 길엔 눈물이 나더라고요 진짜 잘하는 건가 라는 막연한 의문도 들었고 일머리 없는 게 들켜서 실망시키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순전히 그런 말을 들은 게 기뻐서도 컸던 거 같아요
외운 거랑 실전은 역시 달랐어요 일하다가 매니저님께서 달고나 라떼라든가 이것저것 물어보시면 말하기는 잘 말하는데 만들 때 버벅였거든요 그래도 그 이후로 만들 때는 첫번째에 버벅였던 것들이나 실수했던 걸 다시 저지르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렇게 했어요
일주일 정도 교육 후에 카페 마감 알바를 맡게 됐어요 수습 기간 동안 못하면 자르는 걸 예고하셨어서 겁먹었는데 결국 계속 이어가게 됐어요 그래도 혼자 하진 않았고 매니저님께서 도와주셨는데 잘 한다고 일머리가 좋은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매니저님께서 좋은 분이신지라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조언을 받고 고칠 점을 개선해나간 덕분일지도 몰라요 이제 곧 3주 차에 접어드는데 일 할 때 눈치를 본다거나 몰라서 어버버하는 일은 없어요 베이커리도 포스기도 이제 쉽게 해요 배민 접수도 잘 해내고요
아직도 사람을 대하는 것은 어려워요 점차 나아지는 제 모습이 실감나지도 않고 상대가 해주는 칭찬들은 빈말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와닿지도 않고요 그래도 기쁘지 않진 않아요 벅차올라서 퇴근 길에 울다가 집에 들어간 적도 여러번이구요 다들 조언 정말 감사했습니다 열심히 살게요
아 그리고 제게 교회를 다녀보는 게 어떻냐는 조언도 있었어서 일요일에 가봤는데 전 신앙심이 그리 있진 않아 초코파이 먹기 바빴어요 그래도 친구는 사겼어요 제가 5년 만에 사귄 친구인데, 다음주 화요일에 같이 놀러가기로 했어요 앞으로도 사람을 대하는 게 서툴겠지만 점점 달라지긴 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만 해요 정말 집에서 나오길 잘한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