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저녁 그러니까 4시간도 채 안된 일입니다.
귀성길 짜증난다는 말 평소 실감하지 못 하고 살아온 처자입니다.
부산과 마산이라는 엎어지면 코 닿을 데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죠.![]()
그런데 오늘 무개념 아주머니를 보고 나니
일년 전에 싼 똥덩어리가 다시 똥줄 타고 올라오는 기분이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설날 저녁 8시 30분쯤 마산 시외버스 터미널.
언니와 저는 부산으로 향하기 위해 무단히 애썼지요.
회사에서, 또 친척들에게 받은 먹거리와 양말
집은 부산인데 창원에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의 짐까지 끼어 있던 터라
가녀린 처자 둘이서 엄청난 양의 짐을 들고 갔죠.
자그만 캐리어 하나에 그 외 5개의 짐이 더 있었으니 말 다했죠.
그랬던지라, 언니와 저는 앞뒤로 따로 앉고 옆 좌석에 각각 짐을 의자와 빈 공간에
놔뒀지요.
그렇게 평온한 시간이 흘러가는데......
차가 출발하려는데 웬 아주머니가 버스 복도를 왔다리 갔다리 하며
"참내, 왜 의자에 짐을 놓고 난리지?"
하고 몇 번이나 중얼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무시하고 잠에 빠질 준비를 하고 있었죠.
대뜸 와서 하시는 말씀,
"아가씨, 사람 타라고 있는 의자에 왜 짐을 놓고 그러죠? 짐은 짐칸에 놔두고
사람 앉게 좀 비킵시다."
하는 거였습니다--;;
젠장. 자리가 없나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앞에도 저희처럼 짐을 옆 의자에 두고 앉은 분들이 꽤나 있는데나
짐 없이 홀로 앉으신 분들도 있더이다.
저는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아주머니, 뒤에도 앞에도 빈 좌석 있는데요? 저희가 짐도 많고 하니 다른 데 앉으시면 안되나요?"
"누가 자리가 없대요? 제일 뒷자리(5칸짜리)는 우리가 불편해서 싫고 난 우리 애들이랑 근처에 앉아야 겠으니 짐 치워달라고요. 아가씨들, 예의가 없네."
이러는 것이지 않습니까?
여자애 나이 대충 보니 초등학교 4,5학년이 되어 보입디다.
거기다 남편도 대동하시고 딸애보다 더 큰 아들도 하나 있고
중간 중간 내리는 기차도 아니고
마산에서 부산가는 시외버스 타는데 유치원생도 아닌 애들 옆에 앉겠다고
난리를 치는게 아니꼽더군요.
더구나 다른 곳에 자리도 있는데...
"아주머니, 예의 없다고 말씀하심 안되죠. 의자에 짐 놔두는 것도 잘한 건 없지만 다른 자리 있는데 굳이 저희보고 자리 내놓으라 하는 것도 경우에 맞다고는 할 수 없잖아요?"
"참내, 아가씨들 말을 왜 그런식으로 해? 표 2장 샀어? 의자는 짐 놔두는 데 아니고 우린 우리 권리를 찾겠다는데 뭔 상관이야?"
"아주머니가 늦게 버스에 들어왔으니 맘에 안드는 자리 잡으신 거죠. 빈 자리가 없으면 당연히 비켜드려야 하지만 다른 데 앉을 자리 있는데 맘에 안 든다고 저희보고 짐을 치우라는 거잖아요?"
"그건 내 알바 아니고 우리 권리만 찾으면 돼. 아가씨 진짜 이상하네. 내가 미안할 필요도 없고 "
이 말에 이어 누구야~ 자기 딸을 불러서 건너편 자리에 앉히고
내 짐을 치운 자리에 자기가 앉더이다.
그러면서 자꾸 권리 운운 하며
우리에게 기본 예의가 없다길래(들으란듯이 크게)
"아주머니, 다른 사람 표 사고 버스 탔는데 이렇게 떠드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거든요? 이건 저희 일이니까 다른 사람들 자는데 그만하시죠? 저도 별로 듣고 싶지 않네요. 그리고 애초에 미안하지만 애 때문에 같이 앉아야 하니 좀 부탁한다고 하셨으면 우리도 이렇게까진 말 안하죠."
라고 말했습니다.
부인이 저러는데 경우에 맞는 행동이었음
남편도 와서 거들었겠죠?
남편은 멀뚱히 있고
애들은 사태 파악은 되는지 조금 모르는 척? 하더군요.
대체...
경우 바른 아줌마들 많고 많은데
이런 억세고 이기적인 아줌마 몇 몇 때문에
대한민국 아줌마가 도매급으로 넘어가는게 아닌가 싶어요.
어른에겐 말대꾸 하지 않는 언니도 울컥 하더군요.
아... 아가씨니까 만만하게 생각하고 들이대는
공공 시설에서의 아줌마들에게 당해 온 지난 세월을 생각해 보니
오늘 진짜 화가 머리끝까지.
저도 아르바이트하며, 조카들 봐왔고
저도 초등학교 3,4학년 때 시외버스 타고 다녔습니다.
그다지 귀하게 키운 티가 나는? 것 같지도 않고
어리지도 않는데
제 생각엔 그냥 뒷좌석에 앉음 늦게 내려서 머리쓴 것 같더라구요.
설날에 액땜인가 뭔가 하는 생각도 들고 ㅜ.ㅜ
내 친구 중에서도 애 엄마도 있고
나도 어떤 아줌마의 딸이기도 한 건 사실이지만
애 있는 게 벼슬도 아닌데
맡겨놓은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자리에 짐 놓는 거 경우 아닌 거 맞는데
다른 의자 곳곳에 자리가 있고
짐칸은 이미 닫혀 있어 버스 안에 들고 들어왔고
그래서 옆 의자와 의자 밑에 난 놓았을 뿐인데......
정말 저희가 사람들 앞에 말싸움까지 해야 할 만큼
나쁜 짓을 한 건가요?
기분좋게 오랜만에 친척들 만나고 오는 길에
완전 테러당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