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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고 앉아있네 1

Pieta |2025.04.11 17:45
조회 335 |추천 6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이 단어로 문장을 지어내면 뭔가 퍽 멋진 사람이 되는것 같달까? 그런 기분이 든다.

세상의 반대에도 내 뜻대로 행했노라! 같은 어딘가 잔다르크나 나폴레옹이 했을법한 그런 말일 것 같은 느낌이다.

내 몇달을 압축시켜 짤주머니에 쭉쭉 짜내게 되면 아마 이 단어가 마치 익을대로 익어버린 고름 나오듯 울컥 짜내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요즘의 나는 하루를 살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 몇십번 몇백번씩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대며 괴로움을 털어내려고 한다. 그런다고 해서 털려나가는 상념들은 또 아니지만 그마저라도 안하고 생각을 이어가면 매일매일 rock bottom에 닿는 그런 마음이다.

뭐 언제는 안그랬는가?

라고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이렇게까지 괴로웠던 적이 또 언제였던가?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욕심, 다 감내 할 수 있을거란 오만과 자만, 그리고 그 마지막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를 계속하고 싶어하는 나의 갈망 혹은 이기심과도 닮은 나의 사랑.

'어쩌다 보니' 시작되었다.

그저 많고 많은 사람들중 하나였고 그냥 스치는 얕은 연 중 하나였으리라. 일로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저 스쳐지나겠거니 했다. 당신은 법적으로 매어진 동반자가 있었고, 그뿐이랴 그의 흔적들도 있었으니 마땅히 이성으로 보이지 않았었다. 나또한 비슷했다. 오랜시간 곁을 지켜준 한 사람이 있었고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이 흐르는 그렇게도 소중하고 작은 내 사랑이 있었다. 그저 이러다 말겠지 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내 마음 가장 깊고 비밀스런 곳까지 들어와 지멋대로 자리를 잡았다. 마음것 휘집어놓고, 깨부셔놓고 다시 붙혀놓는걸 반복하며 그렇게 깊고 아프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이대로라면 위험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늦었었다. 내 하루중 가장 많은 시간을 당신 생각으로 채우게 되었더라. 눈뜨고 감을 때 까지 한치의 틈이없이 촘촘하고 빽빽하게 당신을 떠오르면 하루를 보냈다. 회상해 보면 오히려 그때는 정말 재밌고 신나고 그런 아이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저 볼생각에, 카톡할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흐려지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때까지만 해도 단지 '재미'에 가까웠었을 텐데.

하루는 짧지만 굵직하게 지나갔고 얼마지않아 뼛속을 울렸다. 더이상 이것들은 '재미' 없어졌다. 그리곤 줄곧 선명하던 당신과의 메세지로 인한 웃음도 이내 흐려졌다.

보고싶어졌다. 보면 좋겠다 가 아니라. 그리워졌다. 심지 없는 대화였었는데 주제가 있었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공유'가 아니라 '함께' 이고 싶어졌다. 오늘 뭐했는지 보다 점심을 챙겨먹었는지가 궁금해졌다. 어느샌가 내가 듣고있는 음악의 주인공이 당신이 되어버림을 깨달은 그때 즘 알게되었다. 사랑하게 되었구나. 되짚어보면 모르지않았다. 분명 알고있었다. 분명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될줄 알았다.

====================================================================== (부록)

당신을 보면 늘 이런 기분이 들었다.

닿을 듯 닿지 않는 거리,

잡을 듯 잡히지 않는 손끝,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늘 애를 태웠다.

같이 있고 싶은데,

같이 있을 수 없다는 건,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처한 현실 때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유마저도 우리의 현실이었는지 모른다.

둘 다 이미 사랑을 안고 있는 사람이었다.

함께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었고,

그럼에도 마음은 자꾸 그 반대편을 향해 걸어갔다.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

사랑하는 게 잘못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꼈다.

그게 너무 아팠다.

좋아하면 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사랑은 때로 너무 잔인했다.

우리 사이를 옥죄는 현실은 단단했고,

그 안에서 우리는 자꾸 부서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꾸 당신을 사랑했다.

내가 아닌 삶을 살면서, 당신을 꿈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꾸 당신을 사랑했다.

내가 아닌 삶을 살면서, 당신을 꿈꿨다.

끝을 알고도 시작한 사랑,

그래서 더 깊어지고, 더 아팠다.


추천수6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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