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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찻잔

누렁이 |2006.11.16 15:57
조회 16 |추천 0

소나무 찻잔

양해기

안으로 유약이 발리고 겉은 고스란히 흙인 채로 구워진 찻잔 하나
를 본다 찻잔의 표면에 점점이 박힌 금빛 반점들은 마치 바닷바람에
맞서던 해송海松들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다

금빛의 그 화려한 문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이 할퀴고 간 흔적
이 보인다 몸부림친 불의 뿌리가 보인다

이파리를 매달고 가지를 뻗으면서도 굽어지는 제 몸을 들숨으로
멈춘 나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가마 안에서 나무는 한 덩이 흙
의 표면에 무엇을 애써 새겨 넣으려 했었던 것일까 아무도 몰래 얼
마나 많은 나무와 뿌리와 시간과 불의 혀가 흙의 둘레에 왔다가 갔
었던 것일까

찻잔 안에 물을 따르자 순식간에 물이 끓어오른다 불과 뿌리로 움
켜쥐었을 소나무의 땅 속 피묻은 자리가 내 손바닥을 통해 뜨겁게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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