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새댁입니다.저는 요즘, 제 남편과 결혼한 죄를 실감 중입니다.아들 뺏어간 도둑이 된 죄를요...ㅎㅎ
제 남편은 자상합니다. 저밖에 모르는 사랑꾼이죠.정말 외모, 직업, 집안 그런 거 안 보고, 저만 보는 남편 하나만 보고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 간과했나 봐요.
처음 상견례 때, 저희 부모님 앞에서 아버님께서"여자가 잘해야 집이 잘 돌아간다","며느리는 말대꾸만 안 하면 된다"하시던 말씀을 들었죠.
같은 시대를 살아오신 저희 부모님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계시기에,저 또한 불합리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안 됐지만그래도 어른이니, 옛날 분이니... 하고 넘겼어요.
물론 저를 키워주신 부모님도 아니고, 몇 번 뵙지도 못했지만제 남편을 키워주시고 길러주신 분들이기에요즘 며느리답지 않게 밤새워, 결혼 후 시어머니 첫 생신상도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봤네요.
그냥,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제가 비록 제 부모님께는 불효녀일지 몰라도저희 부모님께 살갑게 다가가는 저희 남편을 보며,또 그런 저희 남편을 정말 아들처럼 대해주시는저희 부모님을 보며 그 모습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저 또한 여태 제 부모님께도 못한 효도를 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좀 버겁네요...생신상 차리는 거요? 몇 번이고 차릴 수 있어요.그냥 가만히 계시면 저는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거든요.그런데 매번 저에게 돌아오는 말들과 이해 안 가는 행동들이 너무 저를 아프게 하네요.
시댁 갈 때마다 제 신발, 옷차림, 제 가방을 위아래로 훑어보시는 시어머니의 시선이 너무 불편합니다.
결혼 전, 저희 엄마와 한복 보러 갔을 때독단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것만 고집하고,핑크색이 잘 받는다며 본인이 핑크색을 입고저희 어머니께는 파란색을 입으라 하시던 시어머니...
신혼여행 때, 시간에 쫓기며 힘들게 겨우 사다 드린 가방.굳이 10년 전 시누이가 신혼여행 때 아울렛 가서 사다 드린메지도 않는 천 가방 얘길 꺼내시며,"너네 누나는 구찌 사줬다"며 비교하시는 시어머니...
명절 때, 그래도 예쁘게 보이겠다고 추운 날씨에 한복 차려입고시댁 어르신들 집에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사드리는데,집도 좁고 아버님께서 과일 배불러 안 드신다며 마당에 계시기에그냥 남편과 아무 생각 없이 마당에 있다가"며느리!!!!! 빨리 들어와!!" 하시며시댁 식구들 앞에서 유독 저에게만 윽박지르시던 시어머니 모습...잊혀지지 않습니다.
예물, 예단 일절 생략하기로 했지만,엄마 성화에 못 이겨 이바지 음식, 이불 등 바리바리 싸서 시댁에 갔더니아버님께서는 "이게 다 뭐냐, 내 딸 시집갈 때 이런 거 안 해 보냈는데" 하시고,시어머니는 "원래 딸들은 결혼할 때 이런 거 해오는 거야. 당신이 몰라서 그렇지, 나도 다 해서 보냈다" 하시며,사실 확인 안 되는 말들을 하시는 어머님...주기는 싫고 받는 건 당연한 걸까요.
과일 먹을 때 포크가 귀엽다고 한마디 했더니,식기는 엄마랑 백화점 가서 코렐 같은 걸로 세트로 사라고 하시는데...어머님 댁도 식기가 짝이 맞는 게 하나도 없는데,왜 제가 남편이랑 먹을 식기를 굳이 제 엄마랑 가서 사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항상 저희에게 맛있는 거 사주시겠다고 하십니다.그런데 시부모님은, 저희가 맛있는 걸 사서 찾아뵈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드시고 싶다고 하신 회를 사서 시댁에 갔습니다.
식사 준비하느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는데팔불출인 저희 남편이 "왜 내 마누라 일 시키냐"고 하자시어머니께서는 "이제 손님이 아니라 식구다" 하십니다.
그래서 남편이,"그럼 매형이나 며느리나 다 남의 자식인데 매형은 대접해 주지 않냐,나도 얘네 집 가면 아무것도 안 하고 다 차려주시는 거 가만히 받아먹고 있는데,왜 얘는 우리 집 와서 일해야 하냐"고 했더니,
"사위는 원래 백년손님이다","너네 장모는 그렇게 안 해주더냐!!!"하며 버럭 하십니다...
제 앞에서 "너네 장모"...이제 저희 엄마까지 하대하시는 걸까요.
식사한다고 식탁에 앉아서 밥 먹는데,아버님이 말씀하시기를 "원래가 사위는 백년손님"이라고 하십니다.그래서 남편이 "그럼 딸들은? 딸들은 손님도 아닌데 집에 오면 다 해주시지 않냐"고 하니,"딸들은 내 딸이고"라고 하시네요...ㅎㅎ
네... 사위는 백년손님, 딸은 귀한 내 딸...내 아들은 사위니까 저희 집 와서 대접받는 게 당연한 거고,저는 귀한 백년손님도 아니고 내 딸도 아닌 며느리라대접받지 못하는 저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요.
저도 저희 아빠, 엄마 있습니다.저도 저희 부모님께는 귀한 딸이고, 부족함 없이 키운 딸입니다.저희 아빠도 회 좋아하시는데...그럼 저도 저 귀하게 여겨주는 저희 아빠에게 회 사서 갔겠죠.굳이 남편이 시키지도 않았는데,그래도 맛있는 거 사서 시댁 가자고 왜 했을까요.
밥 먹다 말고, 면전 앞에서 이런 소릴 듣고 있어야 했을까요.
집에 와서 몇 날 며칠이고 억울하고 상처받아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자꾸만 떠오르는 그 말들을 곱씹어보며도대체 왜? 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 제일 힘들고 괴로운 건,그 순간에 바보같이 아무 말도 못 하고그저 웃고만 있던 제 자신이더라고요.
뭐, 물론 사람이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그런데 저도 사람인지라,저한테 예쁘다, 고맙다 해주는 사람한테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지귀하게 여기지도 않고, 함부로 막 대하는 사람에게잘하고 싶은 마음 없습니다.
시부모님과 며느리이기 전에,사람과 사람의 관계잖아요...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누구는 일방적으로 무례한 말과 행동들을 당연히 할 수 있고누구는 그런 말들을 듣고도 바보마냥 한마디도 못 하고마냥 잘해드려야만 하는 게, 대체 어느 나라 법인 걸까요.
아직 제가 여려서일까요...제가 아직 뭘 잘 몰라서, 생각이 어려서 그런 걸까요...
당장 다가오는 어버이날에도저를 키워주시고 귀하게 여겨주시는 제 부모님을 냅두고,저를 귀하게 여기지도 않고 내 딸도 아닌 제가 감히어머님 아버님께 가야 하는 게 맞는 건지...앞으로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현명한 결혼 선배님들의진심 어린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